안녕하세요... 전 경기도 용인에 있는 어떤 학교의 방송부 부원입니다. 일단 저희학교에 수능장 배정받으신 수험생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지금 학교는 신설인데 방송실 기계들이 정상이 아닙니다.
평상시에도 종 몇번 안치는건 흔한 일이고 해서 맨날 방송실 내려가서 점검하고 업체 와서 고치고 가도 어떤때는 교실에서 하루종일 잡음이 나기도 하고 심하면 방송기계에서 가끔 연기나 탄내같은것도 나기도 했습니다. 학교 이름 치면 방송부 문제로 기사가 나올 정도니 얼마나 심한지 아시겠죠?...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저희학교가 수능시험장으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났던 사고들 생각하면 수능 자체가 정말 급한 문제기도 해서 쌤들한테 방송장비 잡음나는거 고쳐야된다고 얘기도 하면서 저희가 열심히 장비를 고쳐보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쌤들이 알아서 하신다면서 의견들 무시하고 수능준비를 완전 강행하고 계시고......ㅠㅠ
나중에 장비 고치고 나서 사용을 해보는데 방송이 안나오고 기계가 먹통되고 문제가 발생하니까 그제서야 선생님들이 저희들을 불러서 점검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수능때 학생 불러도 된다는걸 한참 나중에 아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점검을 해보니까 잡음이 발생하는 장비는 그대로 있고 잡음과 전혀 상관없는 장비들이나 컴퓨터같은것만 교체됬더라고요... 그나마도 새로 바꾼 장비가 예전 장비랑 호환이 안되서 방송도 원하는데로 넣지도 못하고, 기계가 먹통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가 계속 쌤한테 말씀드려서 결국 잡음나는 장비 하나는 바꿨지만 CD플레이어 3대중 2대는 아예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나머지 플레이어 한대도 가끔 툭툭 끊기고 불안한 상황입니다. 바꿔야된다고 말씀드려도 그냥 써야한다고 하시네요...
이제 수능이 며칠 안남아서 그런지 고장났다고 업체를 불러도 만지기 겁난다고 고쳐주지도 않고 장학사분들 오셨을때도 쫓아다니면서 장비 문제있다, 잡음들린다 말씀드려도 이정도 잡음 약간 생겨도 괜찮다 이러시면서 그냥 넘어가시고 하십니다. 장비가 고장나도 일단 수능을 보고 고쳐야 된다더라고요......
그래서 쌤들이 회의를 해서 학교 자체적으로 대비를 하자 했는데요... 수능 때 그,, 시간이랑 유의사항 알려주는 방송이 안나오면 감독관쌤들이 들어가서 직접 멘트를 읽어주는 걸로 하고 CD플레이어가 고장나면 수능CD를 USB로 복사해서 카세트로 틀자고 하셨답니다.
저희가 절대 안된다고... 듣기평가 CD 20분 넘으니까 듣기평가 끊어지는 시간 늘어난다고 학생회 애들한테 집에서 카세트 하나씩 들고 오게라도 하자고 말씀드렸는데, 감독관 쌤이 멘트 읽는거는 준비해놓는걸로 회의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이고 카세트는 수능 규정상 5개면 충분하다고 문제 발생시 5개를 가지고 20개 교실을 4번씩 돌아가면서 진행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근데 그것마저도 안되는게 저희가 카세트 5개를 갖고있는데, 그 중 3개가 USB를 못읽는 불량으로 밝혀져서 수능CD 복사한 USB파일을 공CD로 다시 구워서 듣기평가를 한다네요.
요즘도 계속 교실에서 종이 안치고, 점검때 잡음이 난다는 반이 생기고 하는데도 쌤한테 말씀드리면 쌤은 들은적이 없으니까 실체가 없는 말이라고 무시당합니다. 저희 반에서만해도 수업하다 종이 안치는걸 한두번 들은게 아닌데도 말이죠.
물론 방송사고가 100% 다 일어나는건 아니라고 학생들이 너무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주변에서 말씀해주시지만 지금 방송실 상황으로 볼 때 굉장히 장비가 불안정한 상황인데도 문제가 해결 안된 상태에서 수능을 진행해야 되니 너무 불안하고 작은 에러라도 생기면 수능보러오시는 분들께 정말 죄송할 것 같습니다...ㅠㅠ
이제 학생으로써 해볼만한 일은 더 이상 없는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진짜 방송사고 터지면 어떡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