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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da_1253
    작성자 : mouloud
    추천 : 11
    조회수 : 3868
    IP : 211.36.***.37
    댓글 : 19개
    등록시간 : 2015/09/06 00:10:49
    http://todayhumor.com/?soda_1253 모바일
    지하철역 거지퇴치 사이다(미적지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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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빠가 밤낚시를 가시고 안 계시는 관계로 음슴체 쓰게씀.

     
    인턴 첫 월급이 나오기 전 엄마한테 용돈 받아 출퇴근하던 시점이니 7월이었던 것 같음. 시기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 상대의 옷차림과 나의 주머니 상태를 종합하여 논리적으로 추론하자면 그러함.

    그 날은 수요일이었음.
    수요일 밤 10시 반쯤.
    나님은 키 작은 뚠뚜니인데다 화장을 빡세게 하지 않아서 어려보임. 심지어 백팩만 매고 다니고 옷으로 성별 표시하는 것을 시러해서 행색도 좀 어려보였을 거임.

    퇴근 후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에 친구들과 회의 하고 집에 들어오는 길이었음. 핸드폰 배터리는 간당간당, 주머니에는 7000원이 전부인데 그 7000원으로 앞으로 이틀을 출근해야 하는 극한상황(!)이었음.

    집에 가려면 지하철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음. 나는 이 역이 미친듯이 익숙했는데 왜냐면 그 역 3번출구로 나가면 나오는 여중/여고를 나왔기 때문임..... 고등학교 졸업하면 이 동네와 바이 짜이찌엔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4번출구 앞에 버스가 오지게 많아서 이 동네를 벗어날 수가 엄씀.

    여하간 을지로3가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와서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내려서 출구를 향해 나가려는 찰나 누군가 나를 불렀음.

    순진한 나님은 길이라도 물어보려는갑다 생각하고 부르는 대로 다가감. 지하철노선도 앞에 선 남자는 50대쯤 되어보이고 중키에 하늘색 반팔 셔츠를 입었음. 나는 노선도 앞에서 사람을 부르니 그냥 길 묻는 거라고 생각한 거였음. 

    그런데 이 양반의 용건은 길이 아니라 삥이었음. 본인이 떠드는 구구한 사연인즉슨 자기가 대구 사람인데 업무차 서울에 와서 술을 마시고 다시 내려가려는데 지하철에서 잠들어서 지갑을 털렸다는 거임. 그러므로 생판낯모르는 나한테 돈을 달라고 요구함. 자기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계좌 주면 내일 송금하겠다고도 함.

    그런데 나도 수중에 7000원밖에 없고 그나마 이 돈이 없으면 내일 출근해서 점심을 못 먹는 상황인데 내가 줄 돈이 어디씀?  송금을 내일 언제 할 줄 알며 근본적으로 송금을 하기는 하겠음? 먹튀 사기각인뎅. 게다가 계좌 아는 것만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해도 그것도 엄연한 개인정보인데 내가 그걸 넘기는 것도 찜찜함.

    나는 진짜 막무가내로 질기게 늘러붙는 아저씨 때문에 당황하기 시작함. 그래서 찬찬히 내가 돈이 없으며 나한테 돈을 받아봐야 해결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로 함. 7000원밖에 없단 얘기와 이걸로 목요일 금요일 이틀 출근해야 한다는 얘기도 함. 120 콜센터에 전화해 대구행 막차에 자리가 없다는 것까지 확인받음. 자, 아저씨 들으셨죠? 저한테 돈 받아서 터미널 가봐야 자리도 없어요. 그랬더니 이 아저씨 전략을 바꿈.  

    그럼 찜질방 가게 찜질방비라도 달라는 거임.
    아니 내가 아까 7000원밖에 없다고 했잖아여....

     내가 아까 돈 없다 했다고 다시 말하니 이 아저씨 태도가 싹 바뀜. 아까는 줄 것처럼 버스 좌석까지 알아봐주더니 돈도 없으면서 왜 줄것처럼 굴었냐는 거임.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비아냥거리고 빈정댐.

    나는 어이를 상실함. 지 빈정댈 거 다 빈정댄 이 새끼는  지 갈길을 가기 시작함. 참고로 이 역은 역사 길이가  좀 긴 편이라 노선도가 붙어있는 자리와 개찰구가 좀  떨어져있음.

    나는 빡침이 솟구쳐오름. 내가 지가 상대하기에 만만해보이니 비양거리고 도망가지 내가 지가 비양거리면 한 대 얻어맞고 나자빠지게 생겼으면 겁나서 감히 말이나 했겠음? 

    역 안에 오가는 사람이 10명? 15명쯤 됐는데 빡친 나는 그 사람들 다 들으라고 그 새끼를 쫓아가며 역사가 쩌렁쩌렁 울리게 소리 지르며 쌍욕을 시전함. "씨발 구걸하다 돈 없다니까 빈정거려? 살다살다 별 거지같은 꼴을 다 당하네. 씨발 내가 만만해? 만만하냐고 개새끼야!!" 정도의 욕을 했던 것 같음.

    당연히 역사 안의 사람들이 다 나와 그 개새끼를 쳐다봄. 개새끼는 들은 척도 안 하고 개찰구 쪽으로 가더니 무임승차함. 개찰구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거임.ㅋㅋㅋㅋ

    아까 나는 그 역이 매우 익숙하다고 말했음.
    ㅋㅋㅋㅋㅋㅋㅋ나는 단박에 역무실로 뛰어가서 무임승차자 신고함. 하늘색 셔츠를 입은 중키의 중년 남자가 방금 성수 방면으로 무임승차했다고.

    역무원 아저씨 급하게 달려가심.ㅋㅋㅋㅋㅋㅋㅋㅋ지갑도 털린 주제에 벌금도 한 3만원은 물었어야 했을 거임. 이쯤 되면 나는 그 아저씨와 다시 마주치면 그 아저씨가 나한테 무슨 해꼬지를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신고만 하고 곧장 역사 밖으로 나와 버스 타고 집 가버림.

    그후 인턴생활+알바로 등록금 다 번 건 자랑
    복학하자마자 첫날부터 교수님이 너는 뭐 들을 게 남아서 아직도 학교 다니느냐고 놀리신 건 안 자랑....
    교수님 제가 학교 NPC로 살긴 했지만 저 8학기째입니다ㅠㅠㅠㅠ  

    미적지근하지만 내 인생 최고의 사이다 썰이라 풀어봄미다...
    출처 작년에 인턴하던 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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