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애 셋인 남사원, 일을 오질나게 못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죽을맛이다. 그런데 윗사람들은 애가 셋이면 애국자라고, 애들때문에라도 근성있게 일할놈이라고 힘내라 한다. 나, 나이 서른 둘. 회식때마다 일 잘하니 회사 그만두지말고 오래 다니라 한다. 그것까진 고마운데 꼭 붙는 말이 있다. 오래보고 싶으니 결혼도 임신도 최대한 늦게 하란다.
실제 우리회사 여자직원들은 다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 결혼까지는 어떻게 했지만 임신하고부터 들려오는 소리... - 만삭까지 다닐거야? 독하다! - 누구누구씨 때문에 회의실에서 담배 못피고 밖에서 펴야하니 좀 춥다...ㅎㅎ 에이 농담이야 알지? ㅎㅎ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건데, 어쩌다 개인과 개인이 모여 솔직히 그렇지? 사실 쫌 그래, 하면 그때부터 임산부는 죄인이 되고, 본인들은 선량한 피해자가 된다. 그리고 2,3개월이 지나면 슬금슬금 회의실에서는 다시 담배냄새가 난다. 그러지 말라고 말해봐도 일주일 정도? 게다가 갑인 거래처에서 와서 회의실에서 담배피면 답없다.
타 부서에 출산휴가 받은 언니는, 결국 퇴사했다. 애를 낳고 출산휴가를 보내는 중인데 일주일에 한 번 회사에 오는 것이다. 왜 왔냐고 일이 걱정되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전무님이 불러서 빙빙 돌려 말하더란다. 돈을 이만큼 줄 테니 지금 그만두는게 좋지않겠냐, 아니면 나중엔 아무것도 못받는다 ... 이런식으로 몇 번이나. 요즘 세상에 말이 되는 소리냐고? 아니, 많은 회사가 아직 쌍팔년도에 머물러있다. 개인의 힘은 조직을 깨기 힘들다. 깽판치고 싶어도 같은 업계에서 소문나서 커리어 끊길까봐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 동료를 감싸줄 수 있는 사원이 얼마나 될까? 자기 밥줄이 걸린 직장인데.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
겉만보면 번지르르하고 안정적인 우리 회사, 매출도 좋고 일도 많이 바쁘지 않으며 남자들은 최소 10년은 다니는 좋은 회사. 우리 부모님은 내가 여기 취업했을 때 엄청 좋아하셨다. 이직한다 하면 기겁하겠지...
외국처럼 해주는건 바라지도 않는다. 회사에 눈치보여도, 애한테 죄인이어도 괜찮고 내가 다른사람의 출산휴가로 인해서 바빠져도 괜찮으니, 그냥 일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