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년동안 눈팅만 하다가 이제서 오유가입하고 글을 써보네요.
글들을 보면 오유에 계신 분들은 마음이 따뜻한 분들임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전 서울에 살고 있는 30살 먹은 직장인입니다.
얼마전에 버스에서 겪었던 일을 써볼라고요.
저번 주 토요일 오후에 친구와 여의도에서 만나기로 해서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타니까 자리가 없어서 뒷문 앞쪽에 있는 자리 앞에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서있었습니다.
갑자기 전화가 와서 한손으로 손잡이 잡고 한손으로 핸드폰 잡고 2분정도 통화를 한 후 끊었습니다.
평소에 공공장소에서 핸드폰으로 떠드는 거 매우매우 싫어해서 전화오면 손으로 가리고 하거나,
짧게 하고 끊는데 그날 따라 반년만에 연락온 친구라서 그런지 작게 한다고 했는데도 제 목소리가 조금 컸나봐요.
갑자기 앞에 앉아계시던 아주머니가 "요새 젊은 것들은 말야, 예의가 없어. 예의가. 어디 공공장소에서
지맘대로 통화하고 지랄이야. 아우 시끄러 죽겠네, 진짜. 날도 더운데 정말 짜증난다, 짜증나."
순간, 앗차~ 해서 바로 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하고 인사 꾸벅하고 주위를 보니 다들 절
쳐다보고 계시길래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뒤에 계신 분들께도 죄송합니다~ 하면서 꾸벅하고
그 아주머니 바로 앞에 서있기가 머쓱해서 바로 앞에 앉아계셨던 할머니 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서 있었습니다.
근데, 계속 그 아주머니가 궁시렁 궁시렁 혼자서 떠드시더라고요.
"아주, 싸가지없는 것들이 말야. 예의를 몰라, 예의를. 학교를 다니면 뭐해. 가정교육을 똑바로 해야지. 지들밖에 몰라요, 아주. 집에서 부모들이 어떻게 가르치는지 정말, 말세야 말세."
그냥 가만히 있을려다가 부모님까지 들먹이길래 기분이 나빠서 "아주머니, 제가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부모님까지 말씀하시는 건 좀 그렇네요. 그만 화푸세요." 그랬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이 아주머니가 저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야이, 개XX야. 어디서 배워 처먹었길래 어른이 말하는데 말대꾸야. 니네 애미애비가 그렇게 가르쳤으니까 니가 이따위지. 내가 틀린말 했냐? 싸가지없는 XX 가 어디서 어른 말하는데 대들어. C8넘."
어이가 없어서 다시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니 너무 말씀이 심하신 거 아네요? 좋게 말씀드릴려고 했는데, 왜 욕을 하세요? 제가 그 정도 욕을 먹을 짓을 한 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러자, 그 아주머니 벌떡 일어나서 아예 제게 삿대질 하시면서 소리지르시더군요.
"아주 버르장머리 없는 XX. 이 개XX야. 어른이 말하는데 어디 눈 똑바로 뜨고 말대꾸야. 욕먹을 짓을 하니까 욕하지. 버스안에서 그 따위로 통화하는 게 잘했다는 거야? C8너므 XX. 버스안에 있는 사람들 생각을 해야지. 너 같은 놈이 있으니까 이 나라가 이 꼬라지지. 개XX."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워낙 말도 빠르고 욕이 태반인데다가 하도 소리를 질러서 제가 말할 틈도 없더군요.
열이 너무 받아서 제가 한계를 넘어서려는 그 순간, 그 아주머니 앞에 앉아계시던 할머니께서 뒤돌아서 그 아주머니를 향해 한마디 하셨습니다.
"야, 이년아. 니가 더 시끄러."
버스안에 사람들 갑자기 조용~ 해졌다가....여기저기서 킥킥 대고 웃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저도 순간 멍~했다가 피식하고 웃었습니다. 근데, 이 아주머니 창피했는지 얼굴 벌개지더니 더 가관이더라고요.
그 할머니를 향해 이 아주머니가 "야, 이년아. 나이처먹었으면 남일 껴들지말고 앞이나 제대로 보고 가. C8X이 어디서 참견이야. 확 뒈져뿔라."
그걸 보니 이건 더이상 존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그냥 막나갔습니다.
"야, 말다했냐? 집에서 쓰던 걸레 입에 물고 나왔냐? 버스에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시끄러우면 집에 쳐박혀서 잠이나 자든가. 아님 자가용 타고 다녀라. 가정교육? 니네 자식들 참 너같은 에미만나서 진짜 불쌍하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 거품물고 말하대요.
"야이, C8XX야. 어른한테 뭐가 어쩌고 어째? 너 이 XX, 같이 파출소 가자. 이 개XX."
그래서, 바로 대답했습니다.
"니가 지금 저 할머님께 하는 거하고 내가 너한테 하는 거하고 뭐가 다른데? 그래, 가자. C8. 다 같이 함 가보자."
제가 정말 너무 열이 받아서 눈 부릅뜨고 똑바로 보면서 이악물고 얘기했더니, 갑자기 수그러지면서 자리에 도로 앉대요......그래도, 계속 궁시렁 궁시렁 욕은 하더라고요.
때마침, 여의도에 도착해서 사람들한테 죄송합니다~ 하고 내렸는데 정말 기분 씁쓸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저보다 어른한테 대든 게 개운하지는 않지요.
그리고, 인터넷에 보면 아줌마들 욕하는 글들을 여기저기서 봤는데 저런 사람들 몇몇 때문에 '아줌마'들이 다 같이 욕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참 기분이 안좋더군요.
그래도, 그 할머니 생각할때마다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네요. ㅋㅋ
오유 여러분. 공공장소에서는 큰소리로 전화를 삼갑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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