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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재명 체포 동의안 가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분노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말들을 하시는데
그 중에 보면 오히려 상황을 안좋게 만들려는 분들이 있는 것같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들이 '민주당 탈당'
이나 '민주당 지지 철회'같은 것들입니다. 아니면 강력한 피의 숙청같은 것을 주장하는 분들이죠.
도둑이 든다고 분노하여 집주인이 집을 버리면 도둑만 좋지요. 분노하는 것은 좋지만 그 대상을 잘 좁혀야
하고, 또 당장 뭘 못한다고 모든 판을 부정해 버리는 게 아니라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고 참을 성을
가지고 계속 봐야 합니다. 정치적 승리에는 여러가지가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끈기더군요.
안 좋은 일이 안일어 났으면 좋겠지만 안좋은 일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국민의 힘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자기 욕심이 전혀 없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 똑같지는 않지만 모두
한계가 있는 인간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제가 정치판을 구경하면서 배운 것 하나는 '이것 하나는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라던가
'이러면 이제 끝이다.'같은 말들은 통쾌하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가장 해로운 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대선이나 총선때 이번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하며 그걸 위해서는 수단을 가릴 수 없다.
패배는 곧 죽음이나 한국의 멸망이다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사람이 꼭 나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나쁜 수단을 쓰자고 하게 됩니다. 손 잡지 말아야 할 사람을 손잡고, 쓰지 말아야 할 수단을
쓰자고 합니다. 거짓 뉴스도 퍼뜨리고 말도 안되는 사람도 지지해서 일단 선거에 승리하자고 합니다.
저들도 하는데 당하는게 바보이며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이 현실을 모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역사는 언제나 그것의 댓가를 요구하더군요. 그래서 지나고 보면 피흘려야 할 때 피흘리지 않고
지름길을 택했던 것이 바로 발전이 느린 이유였습니다. 지름길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 더 돌아가는
길이었던 겁니다. 고통스럽고 느려도 사실은 순리가 가장 빠른 길입니다.
우리는 옳다 그르다같은 흑백론이 아니라 사안 사안의 가치를 측정해서 비교하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중요하다 아니다가 아니라 이건 백만원짜리, 이건 1억짜리같은 계량화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껴앉고 사랑고백을 할 건 아니지만 분노에 눈이 멀어서는 안됩니다.
그냥 또 하나의 사례를 통해 사람들의 평가를 그만큼 차분히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마디에 속지 말아야 하지만 하나의 행동으로 판을 다 부정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정치는 순백으로 하나의 가치나 이념에 순수하게 충실한 것도 아니고, 반대로 중요한 가치를 쉽게 포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회색 지대에서 어느 정도를 참을 수 있는 선으로 정하는가 하는 것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아홉이 옳아도 하나가 틀리면 분노하여 이건 아니라고 하면서
전체 판을 부정해 버립니다. 그렇게 해서 나오는 분들의 좋은 예가, 노무현 문재인을 비판하는 노동계나
여성계죠. 노무현 이명박은 똑같다고 하는 분들입니다. 그 결과 노동운동하고 여성운동하면서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기괴한 일을 하게 됩니다. 20세기 군사독재시절로의 회귀를 원하는 사람들을 말이죠.
당장의 어떤 당근하나면 넘어가는 겁니다.
예전에 유시민이 만든 개혁당에 잠시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유시민을 무슨
철천지 원수처럼 말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개혁당을 해산했다는 이유로 말이죠. 제가 보기에
그들의 주장이 꼭 틀린 것은 아니지만 유시민도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죠.
저는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사람들과는 문화적으로 너무 다르기에 공존하기가 힘듭니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이 정확히 보수와 민주 두 개의 문화 그룹으로만 나눠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의 힘 안에도 균열이 있고 민주 안에도 균열이 있습니다. 때로는 쳐들어 오는 외적보다
외적과 결탁한 내부의 적이 더 미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부단속을 완벽하게 해야 성장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하지만 의도적인 내부단속이 정말 발전을 가져오는 일은 없는 것같습니다. 안철수가 탈당하던 때도 쫒아내서
문재인 정권이 섰다기 보다는 오히려 단합하려고 했는데 자기 이익에 눈이 먼 사람들이 알아서 나가서
당이 단합되는 식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민주당 포기, 지지철회, 피의 숙청운운하는 말들 따위는 도움이 안됩니다. 사실 심지어
제가 너무나 싫어하는 국민의 힘 지지자들도 포기할 수 없는 한국인들입니다. 정말 이해가 안되지만
그들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말은 군사구테타라도 해서 힘으로 누르자는 말밖에 안되니 진지하게 할 말은
아닙니다.
끈기있게 지속하는 사람만이 산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피없이 민주주의가 발달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정말 속상하고 속이 썩어가도 이성을 놓을 수 없는 것이죠. 포기하면 다 끝나거나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지니까요.
개인적으로 다음 대통령은 이재명이 꼭 되길 바랍니다. 고생하는 만큼, 앞서서 돌맞는 만큼 리더의
자리에 올라갈 자격이 있는 것이니까요. 조선이 망할 때 자결한 선비는 나라가 망했는데
자결하는 선비하나 없어도 되겠냐고 했다지요. 나라가 지금 망해가고 있으니 단식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재명을 저는 지지합니다. 다른 정치인들은 너무 배가 부른 기회주의자처럼 처신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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