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베오베에 간 게시물을 보고 약간의 설명을 (사실은 변명을) 써보고픈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소위 작붕이란 글들을 가끔 보면서 저도 같이 낄낄거리며 저게 머야~~~하면서 비웃곤 합니다. 네 웃겨요. 웃긴 작붕들 참 많습니다.
헌데 그 중엔 사실 작붕이라 부르기엔 억울한 부분들도 간혹 있긴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뭐 중요하진 않아요. 재미도 없구요. 더럽게 길~게 쓸 예정이구요. 그러니 관심있는 분들만 보세요.하!하!하!
글이 기니 말을 줄이도록 할께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일단 작붕의 유형 :
1. 매우 작은 그림의 경우.
- 우리는 정해진 크기의 화면만을 보지만, 실제 작화에선 다양한 크기의 화면 사이즈를 만든다. 기본 프레임보다 큰 그림은 각 작품마다의 기준에 맞춰 해상도를 달리하여 스캔을 받게 된다. 문제는 이 스캔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그림이 뭉개진다는 것이다. 동화에서 아무리 정교하게 그려줘도 스캔에서 뭉개지는 그림은 어찌할 수가 없다. 이건 디지털 기술적인 문제니 논하지 말자. 해상도가 높지 않아도 작은 그림들은 모두 스캔상에서 뭉개지는 경우가 많다. 컬러에서 어느 정도 잡아주긴 하지만 심한 경우엔 컬러에서도 어찌해줄 수가 없다. 그래도 이런 경우 작붕의 원인은 컬러 탓이다.
2. 말그대로 걍 작붕인 경우.
- 매우 많다. 말그대로 작붕. 그림이 엉망인 경우.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동화를 탓하기엔 억울하다는 것이다. 동화는 사실 힘이 없다. 원화에서 그려준 그대로만 따라갈 뿐이다.
작붕의 원인은 사실 원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화가 틀린 경우, 틀린 걸 알아도 동화는 그저 묵묵히 그대로 그려줘야한다. 틀렸다고 고치면 그 날로 그 동화팀은 밥줄이 끊긴다. 다만 컬러의 경우 약간 융통성이 있는데.. 틀린 부분을 고쳐주기도 한다. 이건 컬러의 재량이다. 근데 고치면 고쳤다고 욕먹기도 하고, 안 고치면 안 고쳤다고 욕을 먹는다. 덕분에 대부분의 컬러치프들은 보살이 된다.
잘못된 동작 설계와 디자인의 실수는 사실상 원화 탓이 크다. 동화가 잘 못 그리는 경우는 적다. 가끔 '중국에서 그려와서 이상하다'라고 하는 분들도 계신데, 그건 말이 안된다. 어차피 동화작감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보내고, 수정도 일본에서 한다. 잘못된 동화는 어차피 수정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그린다고 이상하진 않다. 다만 제이원화가 중국인 경우 전체적으로 개판이 되는 화수가 존재한다. 그 예가 바로 데스노트.
실력없는 레이아웃과 원화가는 작붕의 원인이 된다.
3. 원작의 캐릭터 디자인 자체가 작붕을 부르는 경우.
-대표적인 예가 최유기가 되겠다. 작붕하면 빠지지 않는 작품이 바로 최유기인데, 사실 작붕 맞다. 이거 한국에서 많이 했다.
근데 최유기같은 디자인의 캐릭터는 일러스트에서만 만족하자. 이런 디자인을 일반적인 tv시리즈에서 구현하기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한 주에 한 화씩 제작해야하는 티비물의 경우 가장 큰 요인이 스케쥴이기 때문이다. 평균 한 화수에 3천매 가량이 들어가는데, 저런 그림을 한 주에 3천매씩 그리지도 못할 뿐더러 컬러도 불가하다. 물론 많은 인원을 들이고 단가를 높여주면 가능하다. 허나 그 전에 제작회사는 파산 축하~.
한 가지 더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의 김진 선생님의 '바람의나라'라는 작품의 경우도, 만약 이것을 애니화시킨다면 김진 선생님의 그 아름다운 일러스트 속의 무휼은 포기해야한다. 마찬가지로 2d컬러가 불가한 작품이다.(하면 할 수는 있지만 최유기같은 퀄리티가 나올 것이 자명함..)
4. 의도적인 작붕들.
-알다시피 그 유명한 나루토가 되시겠다. 작품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서거나 또는 연출자의 다른 의도가 있을 경우 일부러 그런식으로 만들 때가 있다. 문제는.... 보는 사람은 '대체 이게 머야;;;;;;;' 라는 반응이 나오는데 연출 감독 혼자 만족하는 듯한 경우라는거.
나루토는 감독이 대놓고 '이거 일부러 그런거임' 이라고 배째라고 하는데... 진짜로 의도된 게 맞긴 하다.
근데 그게 100프로는 아니다. 진짜로 의도하지 않은 순수 천연의 작붕? 있다. 애니메이터들은 보면 안다. 정성을 들여 일그러트린 컷들은 티가 난다.
하지만 아닌게 있짘ㅋㅋ 아닌 척 하지만 있어... 왜 아냐면 그 중에 내가 한 게 있거든................ 미안해요 여러분................ 근데 그거 내 잘못 아님요. 시킨대로 했을 뿐이예요. ㅇ_ㅇ
(참고로 나루토는 중간에 스탠다드 해상도를 한 번 뒤집은 적이 있어요. 이건 정말 일어나지 않는 일인데.. 감독이 엎음.. 작화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컬러엔 큰 영향이 생김... 이런 건 화면 구성에 엄청난 영향을 줘요...)
그리고.. 때로는 동화시 중간 부분에서 비뚤어져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보인다. 사람의 실사사진의 경우도 여러 각도에서 찍다보면 어색해보이거나 달라져보이는 파스가 있다.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리다보면 위치 크기 비율은 틀리지 않은데 해놓고보면 어딘가 어색해보이는 그림이 한 두 장씩 끼이게 된다. 이런 것을 억지로 고치려다 보면 더 어색해져버리기 때문에 더이상 고치지 않는다
5. 기타 작붕들.
- 작붕 이야기할 때 많이 쓰이는 짤이다. 입이 비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그 유명한 양배추짤은 두 말 할 것도 없기에 일단 빼고.)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저건 컬러를 족쳐야한다. 본셀과 입셀의 위치를 못 맞춘 것이다. 물론 동화에서 타프 위치를 잘 못 맞췄을 수도 있다. 허나 타프에 일단 종이를 한 번 끼우면, 끼고 뺄 때마다 구멍이 틀어져서 위치가 달라질 수 있고, 때로는 스캔의 실수로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컬러에서 책임져줘야하는 것이다.
컬러가 그저 색칠놀이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신데, 컬러는 절대 단순하지 않다. 컬러는 화면에 보이는 그림의 최종단계이다. 화면 구성에 문제가 있다면 최대한 바로잡아야하는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림 내용에 대해 또한 전체적인 레이아웃에 대해 이해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6. 마지막으로... 엉뚱하게 제작부를 탓하는 분들.
- 이딴 장면이 왜 있는겨~~ 제작부 뭐하는겨~~라고 제작부를 욕하는 분들..
제작부는 작품의 내용과 작화질에 대하여 그 어떤 관여도 할 수 없다. 제작부의 업무는 스케쥴 관리다.
설마 엉망진창인 씬이 있다해도 컬러에서 일단 뱉은 컷은 무조건 촬영팀으로 직행이다. 리테이크를 내도 제작부에서 내지 않는다.
한 마디로 작붕과 제작부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
제작부 욕하지 마세요... 정말 힘들어요... 사실 업무 시간은 제작부가 제일 많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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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길어졌네요. 제 취미임. 쓸데없이 길게 쓰기. 하.하.하.
작붕은 그냥 막 웃어주면 됨. 이것저것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걍 웃고 마는 거죠.
다만 '이따위로 그릴거면 때려쳐라 이것도 그림이냐 이렇게 그리고 돈 받는 거 안 쪽팔리냐~' 뭐 이딴 말은 피해주셨으면 함.
죽어라 일해도 한 달에 100만원 못 벌 때가 많음.. 우리 불쌍한 족속들이예요..
그럼 안하면 되잖아? 라고 물으신다면 '주구장창 이 짓만 해왔는데 이제와서 다른 거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냥 함' 이라고 하지요.
애니메이터들은 애니 되게 많이 보겠네? 라는 질문 가끔 받는데..
안 봅니다.
지겨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