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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mabinogi_120821
작성자 :
커피와책과..
추천 :
3
조회수 : 569
IP : 118.45.***.88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06/01 00:27:00
http://todayhumor.com/?mabinogi_1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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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책] 검이야기(상) - BGM
검 이야기
The Sword
스법군/류트
'나는 누구지?'
내가 무(?)의 상태였을 때,
바리 던전의 광산 더미 깊숙한 곳에서 어느 순간부터인지 자아를 갖게 되었을 무렵의 처음 갖게 된 생각이었다.
지층처럼 두껍게 층층이 쌓인 흙의 두께는 상당했으며 간혹 모험가들이 그 흙을 퍼내려고 곡괭이질을 했지만,
지층을 뚫지 못하고 지나가는 날들이 계속 이어져갔다.
그렇게 흙이 서서히 허물어져가고 겨우 뚫린 바늘구멍만 한 흙 속의 틈에서 몇 년 동안 바리 던전의 천장과 미약한 횃불의 불빛만을 바라보며 지내게 되었다.
나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파묻혀 있는 걸까. 그렇게 나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날로 깊어져 갔다.
이윽고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금 흙의 균열이 일어나고 광산 더미는 크게 흔들렸다.
나는 긴장했다.
몇 년 동안의 기다림 끝에 변화가 찾아온 것이리라.
진동은 그 어느 순간보다 크게 울렸고 흙더미는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으며 나는 드디어 틈을 깨고 드러났다.
나를 맞이한 것은 중년의 콧수염을 기른 남성이었다.
"어허허. 이거 간만에 질 좋은 철광석을 얻었군!"
그는 한 손으로 나를 움켜쥐더니 간단히 빼냈다.
나는 남성의 손에 움켜쥘 정도로 작았지만, 그의 악력에도 꿋꿋이 버티며 그를 살펴보았다.
그의 손에는 날이 다 빠진 곡괭이가 있었으며 허리춤에는 작은 망치가 있었다.
촌스러운 줄무늬 상의에 반바지였지만 그의 까만 근육과 체격은 고된 일을 해온 누군가임을 드러나게 해주었다.
그는 나를 가죽 재질의 기다란 가방 속에 던져놓고 유일한 출입구를 끈으로 조여 매 닫아버렸다.
나는 다시금 흙 속에 파묻힌 기분이 들었지만, 주위를 둘러보자 돌처럼 생긴 친구들이 널려있었다.
내가 왜 그들을 친구라 인식했는지 나는 절로 의문이 들었지만, 흙 속을 벗어났다는 기쁨에 금방 잊어버렸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으며 그들도 나에게 인사를 해주지 않았다.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슬펐지만 슬픈 것도 잠시였다.
가방은 이리저리 흔들렸으며 나는 돌 친구들과 가방 속에서 몇 번을 굴러야 했다.
"흠흠! 노래는 근로의욕을 높여주지!"
이상한 콧노래를 들으며 가방 속을 구르는 동안 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상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흙더미에 박혀 지내다가 난데없이 가방 속에서 돌 친구들과 구르는 신세가 되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게 싫지는 않았다.
가만히 있는 것은 지긋지긋하다.
설령 이대로 계속 구른다고 해도 나는 그것만으로도 즐거울 것이다.
정말 사소한 것이 놀랍고 당황스러웠지만 즐거웠다.
어느 순간 이상한 콧노래가 멈추고 가방 속 흔들림도 멈추었다.
그야말로 가방 속은 정적이 흐르는 상태를 유지했으며 나는 다시금 긴장했다.
이번엔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이번 일로 나에 대한 궁금증이 풀어질까.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다.
그렇게 염원하던 순간 끈으로 조여 맨 출입구가 열리며 환한 빛을 맞이했다.
가방이 반대로 뒤집혀 나와 친구들이 바닥을 구르며 가방 속에서 떨어졌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지금껏 보았던 바리 던전 광산의 미약한 불빛과는 차원이 다른 강한 빛을,
그리고 바리 던전의 낮은 천장과는 다른 푸르고 새하얀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을 말이다.
문득 나는 이곳이 바리 던전의 밖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그저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바깥은 이렇게 넓고 푸르구나!
"자! 그럼 슬슬 일을 시작해볼까!"
중저음의 중년의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의 투박한 손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나의 친구들을 차례로 집어갔다.
잠시 후 나 또한 그의 손에 들려 어딘가로 향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각자의 모습은 다르지만 많은 친구가 있었다.
날이 뾰족하게 선 친구, 둥글게 생긴 나무판에 붙어있는 친구, 그 외에도 모자나 옷처럼 생긴 친구들도 많았다.
그리고 중년 사내의 손에서 떨어져 나간 이후의 기억은 말하고 싶지 않다.
어째서인지 온몸이 고통스러웠고 뜨겁게 불타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려 해도 거대한 망치가 나를 두들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절할 것 같은 정신을 애써 부여잡으며 긴 시간을 버텼고 이윽고 중년의 사내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나를 들고 찬물에 넣어버렸다.
"아하하! 간만에 정말 좋은 물건이 나왔군!"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무로 만든 진열대 위에 올라와 있었고 건너편에 있는 강에 내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길이가 족히 50cm는 될 정도로 긴 검신이었지만 폭은 상당히 작았다.
그럼에도 반짝이며 멋지게 변한 내 모습을 보고 있자 하니 나는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나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이게 바로 나로구나.
아니 어쩌면 새롭게 바뀐 나일지도 모른다.
나는 검이었다. 그것도 무려 롱 소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무기였다.
나의 모습은 용맹하기 그지없었고 그로 인해 나는 진열대 위에서 온갖 상상을 다 했다.
나는 이곳에서 가만히 있지만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갈 것이다. 그곳에서 수많은 여행과 모험을 하며 추억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상상을 하며 나는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흙 속에서 보낸 몇 년의 세월이, 가방 속에서 보낸 몇 시간이 그동안 내가 바라던 일상이었지만 진열된 이 순간마저도 참지 못할 것 같았다.
"퍼거스 아저씨! 좋은 무기 좀 추천해 주세요!"
어린 미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다름 아닌 남자아이였다.
그동안 모아둔 금화들이 담긴 금화 주머니를 퍼거스라는 자에게 넘겨주며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 아이는 나와 같은 것 같았다.
아직 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의 순진함에 동질감을 느꼈던 건지 나는 그 아이에게 끌렸으며 그 아이 또한 나를 끈질기게 바라보고 있었다.
"흠! 이 정도면 숏 소드나 롱 소드를 살 수 있겠구나! 하지만 아직 너는 어리니 숏 소드로 충분하겠?"
"퍼거스 아저씨! 저는 저거로 할래요!"
퍼거스의 말을 자른 꼬마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내가 롱 소드인 걸 알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지,
아니면 순전히 나의 모습이 멋있어서 가리킨 건지 몰랐지만 나를 지목한 것을 보고 나는 정말 기뻤다.
드디어 밖으로 나가게 되는구나!
하지만 퍼거스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꼬마를 다시 보며 달래보려는 듯 말했다.
"저건 네가 다루기엔 아직 위험하단다. 솔직히 숏 소드도 위험하긴 하지만 원한다면 저것과 길이가 비슷한 연습용 목도를 줄 수도 있단다. 롱 소드는 숏 소드보다 값이 비싸니 될 수 있으면 연습용 목도나 숏 소드를 추천하고 싶은데?"
"저는 저게 갖고 싶어요! 저거 주세요!"
퍼거스의 상냥한 말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는 꼬마는 급기야 떼를 쓰면서 달라고 한다.
퍼거스는 자신의 입이 문제라며 아이에게 추천한 후 철회하려 하니 표정이 심각해졌다.
퍼거스는 할 수 없이 나를 집어 들어 꼬마에게 건네주었고 꼬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으며 나를 힘껏 쥐어 보였다. 퍼거스는 걱정이 많은 표정을 지으며 꼬마를 바라보고 말했다.
"어허허? 그럼 나와 약속을 하자꾸나.
그 검을 사용하는 건 아주. 아주 위험한 일이 되었을 때 사용해야 한다?
내말 알겠니?"
"네! 약속할께요!"
나도 새로운 주인인 꼬마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꼬마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주인이 다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말이다.
그 후 꼬마는 마치 새 장난감이라도 받은 듯 기뻐하며 퍼거스에게서 멀어지며 마을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금 전의 퍼거스와의 약속은 잊어버린 듯 나를 꺼내 들고 허공에 몇 번을 휘둘러 보였다.
"얍얍! 나는 기사다!"
순진무구한 소년은 나를 휘두르며 닭과 병아리를 상대로 기사 놀이를 했고 언제나 즐겁게 웃으며 나를 아껴주었다.
마치 보물인 듯이 말이다.
소년은 의외로 티르 코네일이라는 마을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으며 조만간 있을 시험에 대비해 무기를 사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하는 마음에서였지만 나중에는 나의 멋진 모습에 반해 시험을 잊어버린 듯 마을 사람들이나 학우들에게 자랑하며 나를 치켜들어 뽐냈다.
"이거 봐라! 이게 내 무기다! 부럽지!"
마을 사람들은 입을 모아서 정말 대단하다는 듯이 치켜세워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감탄했다.
학우들 또한 연습용 목도나 숏 소드만을 휘두르다 소년의 롱 소드인 나를 바라보니 입이 떡 하니 벌어져선 부럽다는 눈빛으로 소년을 주목했다.
나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싫지는 않았다.
비록 철이 없는 소년이 나를 자랑해도,
기사 놀이를 한답시고 나를 허공에 휘젓는 것도 그저 즐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혼자였던 나에게도 작지만 주인이 생겼고 덕분에 생소한 여러곳을 돌아다니며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소년과의 일상은 며칠이고 몇 년이고 반복되었다.
소년이 말한 시험이란 것은 묘지에 있는 흰 거미들을 처리해서 거미줄을 모아오는 것이었다.
일종의 담력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흰 거미들을 굳이 쓰러뜨리지 않아도 풀숲에 걸린 거미줄만을 모아와도 합격이라는 것이 학교 선생의 말이었다.
그러나 나와 소년은 그런 선생의 말을 듣고 기운이 빠지더니 겨우 거미줄 모으기라며 실망했었다.
나와 소년은 전투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묘지로 달려가 흰 거미들을 보이는 대로 날려버렸다.
가로 베고 세로 베고 발로 차서 날려버리기까지 하면서 나와 소년은 정말 즐거웠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미숙한 소년은 나를 들고 양털을 깎기도 했었다.
덕분에 양은 눈물을 찔끔 흘리며 양털을 내주어야 했고 소년은 보람찬 일을 한 듯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외에도 다른 전투가 있을 때나 아르바이트를 할 때나 다른 곳으로 갈 때나 나부터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소년이 너무나 좋았다.
그런 일상이 너무나 좋았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고 소년은 조금 더 자라나서 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하아? 이제는 이 롱 소드도 날이 많이 빠졌구나."
나의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몇 년 동안의 전투 흔적이 쌓이고 쌓인 것인지 아니면 검으로서의 수명이 다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어른스러워진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아직 순진했던 소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동안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앞으로 나가 소년을 지켜주었고 적을 무찔렀고 나는 소년에게 승리를 안겨주고 목숨을 살려주었다. 그런 일들을 소년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인지 내심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들고 대장간을 향해 걸어갔다.
"퍼거스씨. 이녀석을 잘 부탁합니다.
그동안 내 목숨을 여러 번 살려준 녀석이니 부디 좋은 무기로 만들어서 좋은 주인에게 팔아주세요."
"하하하! 이 녀석이 이젠 철이 들었구만!
나한테 맡겨라!
그 어떤 무기보다 뛰어난 무기로 만들어서 좋은 주인에게 팔아주마!"
최소한의 배려인지 소년은 나를 대장간에 팔아 넘기면서도 나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지 좋은 무기로 바꿔서 다시 팔아달라고까지 했다.
소년이 천천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다시금 전에 겪었던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뜨겁고 둔탁한 충격을 견디며 소년을 상상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반드시 좋은 무기가 되어 소년의 바람을 이루어주리라.
"허허! 좋은 무기가 되었구만. 하지만 이런 곳에서 썩히기엔 너무 아까운 녀석이니, 새로운 집으로 보내주마!"
퍼거스의 말이 끝나고 정신을 차린곳은 전혀다른 마을의 진열대였다.
티르 코네일과는 다른 현대식의 마을이었으며 티르 코네일이 시골 풍의 마을이라고 한다면 이곳은 도시풍의 마을이었다.
언젠가 전(?) 주인이었던 소년이 지도를 펼치며 각각의 마을의 명칭을 공부할 때 예시로 찍힌 사진을 통해 본 적이 있다.
이곳은 이멘 마하인 것이다.
*********************************************
검이야기는 페이지가 24페이지에 달하는 긴 소설이기 때문에 상,하로 나누어서 올리겠습니다.
출처
마비노기책 - 스법군/류트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3VmoJ
사진 : 어둠,빛 (http://pixabay.com/ko/%EC%96%B4%EB%91%A0-%EB%B9%9B-bokeh-%EB%B0%B0%EA%B2%BD-%ED%8F%AC%EC%9D%B8%ED%8A%B8-lichtreflex-%EB%B0%98%EC%82%AC-594567/)
커피와책과..의 꼬릿말입니다
요번 낚시이벤트를 하면서 책이 많이 낚였는데
그냥 버리기 너무 아까워 하루에 한권씩 여기에 옮겨보고자 합니다.
혹시 문제가 된다면 알려주세요!
[데브캣은 책을 보관할 수 있게 책장을 만들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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