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 싫어서 자기전에 뻘글 하나 더 쌀라고
우선, 수능끝나니 물리학과 나와서 밥먹고 살겠냐는 사회적 인식, 부모님의 걱정때문에 고민하는 뉴비들의 글이 많이 올라오는듯
먼저 물리학과 레벨을 대충 나열해보고자 함. 태클은 환영. 대학들 무시하거나 서열화하려는 의도는 없으니 양해바람.
물리학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취직이 상당히 잘되는 학과임. 공대와 비슷한 느낌으로 생각해도 될듯.
다음은 학부만 졸업해도 취직에 큰 걱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 학교들임
서울대/포공/카이스트
연세대/고려대/한양대/성균관대/서강대/이화여대
중앙대/건국대/인하대/부산대/아주대/경희대
한양대안산/기타 지방 국립대
사실 지방쪽은 사정을 잘 모름. 암튼 서울권의 괜찮다고 여겨지는 대학들은 다들 물리과나와도 취직이 잘 되니 안심하시길.
그러면 다음으로 주요 테크트리
1. 학부졸업 - 기업체 입사
가장 많은 테크트리. 상당수의 물리학과학생들이 원대한 물리학자의 꿈을 접고 취직을 함. 취직이 생각보다 잘된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지만....
상당수 대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채용에 있어서 이공계열과 상경계열을 우대함. 특히나 삼성전자나 LG필립스같은 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물리학과 출신들을 많이 뽑아감. 그외 전기, 전산, 소재 관련 회사나 방산업체 등에서도 생산관리직, 연구개발직 등등을 선발하는걸로 암.
대부분의 경우 대기업에서 물리학과를 선호하고 그렇기때문에 대기업 수준의 상당한 연봉을 받음. 즉 공대와 비슷한 느낌으로 생각하면 됨.
2. 학부입학 - 공학( or 그외 학과) 이중전공 - 기업체입사
위에서 말한것과 기본적으로 같지만, 일종의 스펙쌓기라고 보는게 좋을듯. 기업체들중에는 특정하게 화공과, 전자과, 전산과, 기계과 같은
공대 출신을 선호하는 곳이 있음. 물리학이 공학의 기본이기 때문에 공대과목들이 물리학과와 내용상 겹치는게 많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적잖은 학생들이 공대에서 이중전공을 하게됨. 종종 다른 취직잘되는 학과 (경영,경제,통계,수학)에서 이중전공하는 경우도.
이건 취업시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의미로 보면 될듯.
3. 석사졸업 - 기업체연구소 or 방위산업체
석사병역특례와 석사연구원을 포함함. 군대를 안가고 석사학위 취득후 병역특례 지정업체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일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병역특례 기간이 지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취직이 되는 경우가 많음. 혹은 군필자의 경우 석사학위자로써 연구원으로 입사하게됨.
기업체 연구소에서는 대부분 R&D 자원으로써 석사를 선발함. 삼성종합기술원을 비롯한 많은 기업체 연구소에서 물리학 전공자를 뽑아감.
연구분야에 따라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신소재나 반도체, 분자설계와 관련해서는 고체쪽 전공자를 많이 뽑고
디스플레이 관련쪽은 광학전공자를 많이 뽑는듯.... 잘은 모르는데 레이저를 사용하는 연구분야에서도 광학 전공자를 많이 뽑는걸로 알고있음.
삼성쪽 연구소에는 입자물리 전공자들도 가끔 뽑는걸로 알고있음. 빔라인에 관련되서 할일이 있다는데 잘은 모르겠음.
혹은 컨설팅 업체에 입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통계물리 전공자나 그외 다른 전공자들도 컨설팅업체 취직이 가능함. 일반적인건 아님.
이런 테크의 경우 연봉은 상당함. 물론 학부 졸업자보다 초봉이 더 높음.
4. 박사졸업 - 기업체 연구소 or 방산연구소
박사를 졸업하고도 병역특례나 혹은 기업체 연구소에 입사하는게 가능함. 기본적으로는 석사졸업자와 비슷한 내용임. 다만 연봉이 다를 것이고..
또 지위도 다르겠지. 올라갈 수 있는 한계도 다르고.... 자세하게는 모르는데 연봉차이가 적지않음. 물론 박사는 석사보다 훨씬 오래걸리고 힘듦.
역시 삼성종합기술원, LG생활과학연구소 등등이나 포항 산업연구원 같은곳도 포함함.
이런경우 연봉은 상당한 레벨이 보장되는걸로 알고있음.
우리나라에선 흔하지 않은데, 미국에서는 컨설팅업체나 금융쪽으로 진출하는 박사들이 상당하다고 함.
우리나라에서도 가끔이지만, 계산이나 이론쪽 공부해서 수학이랑 컴퓨터에 쩌는 박사들이 금융쪽이나 전산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함.
5. 박사졸업 - 정부출연연구소 or 대학 연구소 - (교수임용)
흔히 포닥 이라고 말하는 테크트리가 이거인듯. 박사따고 교수임용이 바로 되기 힘드니 연구 경력을 쌓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듯.
나도 잘은 모르고 교수나 연구실, 대학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포닥에게 어느정도 연구활동의 자율권이 주어지는 경우도 상당한 듯.
하지만 역시 포닥도 아무래도 피고용인이다보니 시키는 연구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는 듯.
KIAS(고등과학원), KIST, 천문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각 대학 부설연구소, 대학 교수연구실 등에서 일하거나
외국대학, 외국의 연구소 (CERN,FermiLab,막스플랑크연구소 등) 에서 일자리를 얻는 테크트리임.
포닥의 경우 돈은 잘 못 벌 각오를 해야함. 학교나 연구소마다 다르겠지만 대학에 남는 경우 봉급이 좀 짜서 200만원 정도라고 알고있음.
성과급이나 보너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일이 너무 빡세지 않다는건 좀 좋겟지만 역시 강사질을 해야 먹고삼....
실제로 많은 포닥들이 강사활동을 함께 해서 밥먹고 사는듯.
그나마 외국쪽 특히 미국은 포닥에 대한 대우가 괜찮음. 그리고 선진국들은 워낙 페이가 상대적으로 세서 외국 포닥은 차라리 나음.
물론 외국이 물가가 비싸다지만, 일본의 경우 물가는 우리나라 2배남짓인데 내가 본 일본 한 대학의 입자물리포닥의 연봉은 5만달러였음.
한마디로 우리나라 포닥보다는 해외 선진국 포닥이 훨씬 나음... 경력에도 도움이 되는 편인듯하고.
이렇게 하다 운이 좋으면 교수 임용되는거고, 정말 운이 안따라주는 경우는 40이 넘도록 연구교수만 하다가 늙는경우도 많음.
6. 학부졸업 - 공대 대학원 석박사
위에서 말한 것들과 기본적으로는 같은데, 석박 학위를 공대에서 받는 테크트리.
상당수 학생들이 물리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공대 대학원에 진학함. 그리고 상당수는 학부때부터 공학 이중전공을 한 후 대학원에 진학함.
우선 공대의 경우 확실히 응용위주, 실용기술개발 위주기때문에 취직의 폭이 물리과에 비해 좀 넓은건 사실임.
그리고 물리과에 왔는데 적성이 별로 안맞는 경우가 있음. 물리학이 공학의 기본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관심분야가 약간 다름...
또 접근방식도 조금 달라서 물리보다 공학에 매력을 느끼는 학생도 많음. 그런경우 공학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고 취직이나 포닥을 하게됨.
그 외의 다소 마이너하지만 괜춘한, 시도해볼만한 테크트리
1. 학부 교직이수 - 중등교사
상당수 물리학과들이 교직과정을 운영함. 이걸 하게되면 물리교육과를 나온것과 같은 자격, 즉 2급 중등교사자격증이 주어짐.
이게 있으면 사립 중고등학교에서 물리선생짓을 할 수 있고 임용고시응시자격이 부여됨. 임용고시 합격하면 국공립 중고등학교 선생짓이 가능.
2. 학부졸업 - 사교육 강사
추천하진 않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아르바이트 혹은 본업으로도 끌어들이는 직업. 본인도 과외로 용돈벌이를 했고.....
뭣보다 상당한 수준의 수입을 비교적 편하게 벌 수 있고, 유명학원의 온/오프라인 강사가 되면 상당한 고소득을 벌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음.
또한 실력이 좋으면 올림피아드/과학고입시쪽으로 돈을 좀 짭잘하게 만질 수 있음.
물론 수명이 짧음. 그리고 적잖은 학원선생들이 겨우 밥만 먹고 살거나 망함.
3. 박사졸업 - 5급 특채 공무원
행정자치부 5급특채라는 제도가 있음. 전문직 자격증을 갖고있거나 박사학위 소지자를 상대로 5급공무원으로 특채하는 제도임.
박사학위가 있는 경우 물리학자도 도전할 수 있는데 자세한건 모르겠고 연구직 비슷한 공무원이 되는거임.
5급이니 기본적으로 행시봐서 들어가는거랑 같음. 물론 승진이 행시출신만큼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어느정도의 연봉과 혜택이 보장됨.
4. 학부졸업 - 5급 행정고시 기술직
이건 물리과에선 잘 안하는거긴 한데, 공대쪽이나 농대, 지구과학과 뭐 이런쪽에서 좀 하는듯.
어쨌건 물리학과도 도전할만 함. 행정고시에 기술직렬이 있고 행정고시 기본과목과 함께 이공계전공과목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데
물리학과라면 전자기학과 전기쪽 시험을 보는걸 택해서 해볼만 한듯.
5. 학부졸업 - 변리사, 의학전문대학원, 그외 전문직 자격증
변리나사 의학전문대학원은 시험에 물리학을 비롯한 자연과학분야가 출제되고 따라서 적잖은 물리학과 사람들이 시도하는 테크트리임.
의학전문대학원은 의무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전문대학원 과정이므로 학부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시행함.
따라서 학부때 생물학, 화학, 유기화학, 물리학 등 시험관련과목을 공부한 다음 MEET라는 시험을 쳐서 의학전문대학원에 가게됨.
보통 의전준비하려고 화학과나 생명과학, 화공과 많이 가던데...... 어차피 일반생물 일반화학 일반물리 유기화학만 할줄알면되니.......
이공계 무슨과를 가던 별로 상관없는듯.
다음은 물리학과 대학원 진학시의 주요 세부전공임.
-고체,응집물리 -
주로 물질의 물성이나 자성체, 초전도체, 반도체, 신소재나 소자 등을 연구하는 분야. 응용범위가 넓고 가장 취직이 쉬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사실 뭐 최근에는 그래핀 외에는 크게 터지는게 별로 없는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응용분야가 많다는 점 때문에 여전히 인기가 많은듯. 특히 실험쪽은 기업체의 수요가 많음.
역시 이론과 실험이 있음.
-핵,입자물리 -
기초입자나 핵의 상호작용, 아원자입자의 구성 등을 연구하는, 어찌보면 순수물리학의 꽃(?)
이론쪽은 뭐 유명한 초끈에서부터 장론쪽을 연구하는 분들이나 QCD 등등 이름만 들어도 뭔지 모르겠는 분야들이 있고
중력이론도 최근에는 양자중력이론이 대세타면서 입자이론쪽에 포함되는 분위기....?
실험쪽은 CERN의 LHC같은 대형 가속기를 이용한 연구를 생각하면 될 듯
보통 입자 실험쪽은 실험전문가들과 이론쪽의 현상론 전문가들로 이뤄진 큰 연구그룹을 구성해서 연구하는데, 그만큼 데이터의 양이 많고
실험 한번 하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됨.
요즘 대세는 힉스 찾는 그룹들과 쿼크-글루온 플라즈마쪽, 그리고 CP-Violation쪽 뭐 대충 이렇게 나눠볼수있지 않을까... 잘은 몰겠네
- 천체물리 -
이쪽은 천문학과에 좀더 가까운 것 같지만....... 뭐 블랙홀이나 암흑에너지, 천체입자, 우주론, 자기유체현상 뭐 이런게 관심사인거 같은데
역시 잘은 모르겠네염.....
-생물,통계물리 -
생물물리는 처음에는 통계쪽에서 생명현상 연구할 때 비선형동력학의 이론을 적용하는 시도를 하면서 나온듯? (맞음?ㅋㅋ)
그런데 뭐 연구팀에 따라서 광학적인 접근법을 이용하는 분들도 있고, 암튼 생명과학에서 못하는걸 물리적인 아이디어로 해보자는것.
통계물리는 한때 유행하던 카오스이론에서부터 최근에 대세는 네트워크이론이나 생명/질병네트워크 뭐 이런거도 있고...
금융공학쪽에 손을 뻗친 경제물리학도 통계물리쪽에서 나온거같은데 주로 미국쪽에서 활발하고 우리나란 별로.......
-원자물리,광학 -
양자역학이 처음 태동할 때 르네상스를 맞았다가 최근엔 약간 침체된 느낌..... 점점 최신고등이론이 핵입자쪽으로 넘어가서일듯?
요즘은 원자시계나 초정밀 측정기기같은걸 연구하는 분들도 계시고 EPR이나 Bose-Einstein응집 같은 양자현상에 대한 연구도 있는듯 하고
뭐 좆학부생이라 잘은 모르겠다....
광학쪽은 그나마 응용이 될 여지가 많은 분야인데, 레이저물리나 광소자 같은 연구가 활발한듯...
우리학교 한 교수님은 표면플라즈몬현상을 응용한 광소자 개발하시는 것 같던데 역시 잘 모르겠네염...
- 양자정보 -
이쪽은 약간 블루오션이랄까.... 비교적 최근에 태동한 분야인듯....
우리나라에선 아무래도 양자역학을 직접적으로 연구하시는 원자물리쪽 이나 고체이론쪽 교수님들이 손대시는 것 같은데
최근에 매우 각광받지만 아직은 전문가가 그리 많지 않은 단계인듯?
-플라즈마 물리-
이쪽은 전혀 아는게 없네...... 암튼 이런 분야도 있음요
이상 기본적인 물리학과 테크트리
나도 처음에 물리과갈때 걍 공대나 갈까 고민 많이했었는데, 암튼 와서 큰 후회는 없음. 오히려 해보고싶은거 안했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지도...
정말 큰 꿈이 있다면, 뭐 한번쯤 시도해보는거 나쁘지 않은듯. 물리학과 간다고 인생말아먹는거 아니니깐....
가끔 물리를 얼마나 공부해봤다고 물리학자 하겠다고 설치냐고 훈계하는 형들 보이는데, 뭐 누구나 처음에 들어올땐 그렇지않나?
그냥 교양서적이나 물리학자의 전기를 읽고 멋지다고 생각해서 꿈을 품고 오는게 대부분이잖아.
아니면 기껏해야 일반물리 정도 보고는 물리가 재밌다고 생각해서 오게되는거고..... 대부분 횽들이 비슷비슷했을듯.
와서 후회하고 걍 취직이나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훈계를 하는 것 같은데, 뭐 난 나쁘지않다고 생각함. 꼴리면 와보셈.
뭐 이공계 어디나 힘든건 마찬가지고, 나도 물리 존나 못하면서 순전히 '우왕 물리학자는 너무 멋졍>_<' 이러면서 왓는데 후회안함.
수능끝나고 고민하는 뉴비횽들에게 많은 도움이 됬기를.
p.s. 댓글에 주관적인 면도 있고 양자정보에 대해 지적은 있었는데
물리학으로 진로 범위를 다양하게 알아보는 모습을 갖추는 것이 인상적임
출처:디시인사이드 물리학 갤러리_작성자: Propaganda
http://gall.dcinside.com/physicalscience/12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