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의원이 대장동 개발세력에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50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4일 구속됐다.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65일 만으로,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인물 중 구속된 첫 사례이다. 대장동 로비 의혹 수사에서 최소한의 치면치레를 한 검찰이 ‘50억 클럽’ 연루 의혹을 받는 다른 인물들의 수사에도 속도를 낼 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곽 전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해 12월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50여일간 보완수사를 벌여 곽 전 의원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범죄 사실에는 1차 구속영장에 담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이외에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곽 전 의원이 2015년 대장동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화천대유의 컨소시엄 구성을 도왔을 뿐 아니라, 2016년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사업에 편의를 봐주고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받았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6년 4월부터 대장동 사업에 포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지낸 만큼, 아들의 퇴직금이 알선 대가일 뿐 아니라 직무관련성이 있는 뇌물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국회의원 당선 직후인 2016년 4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다고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곽 전 의원은 이날 심사를 마치고 취재진에 검찰의 혐의 사실 소명이 여전히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영장실질심사에서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측에 화천대유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청탁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청탁 상대방·일시·장소 등은 소명하지 못했다. 곽 전 의원은 “검찰이 하나은행에 제가 가서 로비를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가능성만 가지고 사람을 구속시켜도 되느냐”며 “제가 누구한테 로비를 했다는 건지 아직도 모른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혐의 소명을 자신했다. 검찰은 하나은행과 경쟁 컨소시엄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통해 곽 전 의원의 청탁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의 경쟁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사가 하나은행과 손을 잡으려 했는데,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측에 영향력을 행사해 결국 하나은행이 화천대유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사업을 따낸 이후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증거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곽 전 의원이 김씨에게 알선 대가를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증거를 제시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알선 대가임을 인정한 공여자(김만배)의 진술 외에도 피의자(곽상도)의 알선 행위에 관련된 전후 상황에 대한 매우 증명력 높은 증거, 피의자가 국회 교문위·문방위 상임위원과 당 부동산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부정한 금품을 수수한 구체적 정황에 대한 증거를 충분히 소명했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는 거액의 퇴직금을 받은 이유에 대해 ‘사업부지내 문화재 발견 구간과 미발견 구간을 분리해 개발 일정 지연을 막았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는데, 국회에서 문화재를 담당하는 상임위는 곽 전 의원이 속했던 교문위·문방위이다.
곽 전 의원의 구속으로 검찰의 대장동 로비 의혹 수사는 최소한의 구색을 갖추게 됐다. 그간 검찰의 ‘50억 클럽’ 의혹 수사는 대장동 배임 의혹 수사에도 속도가 뒤처져 더불어민주당 등으로부터 “정작 돈을 챙긴 사람들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다른 인사들의 수사가 속도를 낼 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 등을 불러 조사했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