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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178533
    작성자 : 익명ZWdqZ
    추천 : 10
    조회수 : 449
    IP : ZWdqZ (변조아이피)
    댓글 : 52개
    등록시간 : 2014/08/15 17:10:02
    http://todayhumor.com/?gomin_1178533 모바일
    엄마의 20여년전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91.12.12
    하하하
    그래 웃기부터 하자
    멋진 사랑을 하자
    오늘부터 지금 상태보다 더 발전된 관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아무튼 기분은 째지는 날이다.
     
    92.01.09
    잊지못할 날
    키스의 짜릿함
    가슴이 쿵쾅쿵쾅
     
    92.01.13
    왜 였을까?
    그냥 이렇게 끝나야 하는가
    사랑하면서...
    나의 자존심 자격지심
    미안함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떻게 하란 말인가. 눈물만 나온다.
    마구 사정없이 내가 밉다
     
    92.01.14
    엄마가 조금은 나으셨다니 다행이다
    무척 걱정된다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드려야지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아버지의 음성이 들려온다
    지치신 목소리
    울컥 눈물이 솟아온다.
    가슴 뜨겁게 와닿는 아버지의 사랑
    거기에 반해 나쁜 자식
    찾아가지도 않고..
    내가 아무래도 연애에 미쳤나보다!
    정신차려 이년아!
     
    92.02.06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쓸쓸히 돌아서는 아버지의 뒷모습
    옛날에 느꼈던 강한면이
    어느세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6남매의 아버지..
    무수하게 고생도 많이 하셨다.
    이젠 편안하게 사셔야 하는데...
    불효자식들
    오빠가 미국이란 나라에 간다고 한다 속상해 죽겠다.
    이래저래 부모님 상하게만 한다.
    인우씨가 보고싶다
     
    92.02.20
    정말로 나와 같이
    한평생을 같이 할 수 있을까
    결혼.
    아직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92.02.23
    반지.
    받아야할지 어떨지 몰랐지만
    받아들였다.
    어떤 마음일까
     
    92.03.31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러 갔다.
    얼마나 떨리던지
    실수는 없었는지..
    잘해드려야지
    모든 식구들이 좋아보인다.
    행복하다 무척
     
    92.06.07
    결혼.
    믿어지지 않는다.
    내가 어느새 결혼이란걸 하나보다.
    엄마가 보고싶다.
    자꾸 눈물이 맺혀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어머님이 궁합을 보셨다 한다.
    좋다니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열심히 살자 사랑해
     
    92.10.08
    우리의 보금자리
    아직도 미숙하지만
    지내다 보면 익숙해지고 사람냄새가 나겠지
    무엇부터 해야할지 망설여지지만
    빨리 움직여야지
    오늘도 할 일이 태산같다.
    .
    .
    (신혼 생활 이야기 욕&19)
    .
    .
    93.02.03
    임신 3개월
    우리 아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나의 귀여운 아기야 엄마는 네가 굉장히 보고프다
    내가 엄마가 된다니
    떨리는 기분. 자격이 있을까
    사랑하는 아가야
    튼튼하게 자라나거라
    세상에 눈을 뜰 때 난 너무기뻐 울어버릴 것 같다.
     
    93.11.01
    가을을 느끼지도 못하고 추운 겨울이 올려나 보다
    결혼하고 나의 감정들을 잊고 살았나보다
    지현이가 옆에서 쌔근쌔근 잠을 청하고 있다.
    귀여운 나의 소중한 딸
    예쁘고 곱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한다.
     
    94.06.23
    오랜만에 펼쳐보는 일기장
    옆에 나의 소중한 딸이 귀찮게 한다
    지현아!
    사랑한다
    건강하고 예쁜 모습으로 자라거라
    세상에 태어난지 딱 10개월이 되는구나
    그 초롱초롱한 눈과
    조그마한 입으로 연신 무언가 중얼댄다
    너의 그런 모습을 보면
    엄마는 무척 행복하단다
    하얀 치아가 가지런히 일곱 개가 보인다.
    예쁜 내새끼
     
    94.07.27
    무더위
    푹푹찌는 더위 정말 짜증난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덥다
    모든 사람들이 허덕 허덕 대며
    더위를 겨우겨우 이겨간다.
    우리 예쁜 공주님
    땀에 쩔어 산다
    안쓰러워 죽겠다.
    무슨 말인지 모르게 중얼대면서 잘놀기는 하지만 무척 더울게야
     
    94.11.12
    오늘 그이의 생일이다.
    연해하는 기분으로 밤거리를 걷고싶다.
    옆에서 우리 예쁜 지현이는 재미있게 논다
    예뻐죽겠다 지지배
     
    95.02.17
    멋지게 살자
    한번가면 못올 인생
    화장대 위에서 손에 닿는대로 내동댕이 치며 노는 지현이
    전화기를 들고 무어라 쫑알댄다.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엄마,아빠,까까,맘마
    사랑한다 아가야
     
     
    ----------------------------
     
    힝 뒷 부분으로 갈수록 펑펑울었다.
    왜이리 눈물이 퐁퐁 나는지 ㅜㅜ
    일기장을 보며 놀랐던건
    우리 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그랬구나...
    요즘 우울했는데 많은 힘이 되었다
     
    앞으로 무언가 삶이 어렵다고 느껴질때
    엄마의 일기장을 꺼내보며 위로를 받을것 같다.
     
    엄마 사랑해
    엄마딸이라서 행복해
    앞으로 정말 잘할게
    아빠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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