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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갈등을 유치하게 보아서는 안된다. 젠더갈등은 모든 국민에게 직결된 요소이기 때문에 '누구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이슈다. 모든 국민이 두가지 성 중에서 하나에 속해 있다. 단지 사람마다 이 이슈에 대해서 초연한 척하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젠더갈등에는 정답이 없으며 현재까지 인류 수준에서 마련된 정해진 해답도 없다. 그리고 자기가 이 이슈에 대해서 초연했더라도 남들에게까지 초연할 것을 강요하거나 피해의식을 없애라고 하는 것 자체가 폭력일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 젠더갈등은 미래에 두가지 시나리오 중의 하나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번째는 남성이 이기는 경우, 두번째는 여성이 이기는 경우다. 필자의 속마음이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인 견지에서 양쪽의 시나리오를 분석해보았다.
시나리오 1. 남성의 승리 (조건: 미국이 재부상하지 않아야 함, 세계단일정부가 수립되지 말아야 함)
농경사회에서는 여성 한명이 평균 7.5명의 자식을 출산했다. 자식이 죽는 비율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여성의 평생 의무는 출산과 양육이었다. 누가 출산을 강제해서 그렇게 된건 아니다. 지금과 달리 출산율이 높았던 이유는 피임기술의 부재와 노동력 확보라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사실 콘돔이 없다고 해도 피임 자체는 인류에게 그다지 어려운 기술이 아니었으므로 노동력 확보를 그 주요인으로 보아야 한다고 본다. 농경사회에서는 자식 숫자가 곧 노동력이었다. 그래서 여성은 일평생을 출산과 양육에 매달려야 했다. 남성은 밖에 나가서 일을 한다. 농경사회에서는 땅과 재산을 자식에게 상속시켜야 했기 때문에 이렇게 성별분업이 철저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이토록 극적으로 향상된 것은 산업화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데올로기가 도움을 준 건 맞지만 결정적인 건 아니다. 남녀평등 이데올로기 따위는 옛날에도 있었다. 2천년 전 예수와 붓다도 남녀평등을 주장했다. 심지어 중국 송나라 때도 페미니즘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농경사회의 조건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을 뿐이다. 현대사회는 여성이 출산으로부터 자유로워졌던 예외 상황이기 때문에 남녀평등이 실현된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미국과 소련의 양분과 핵무기로 인한 전쟁 억지 효과다. 이러한 국제적인 판도 때문에 인류는 지난 반세기동안 비정상적인 평화를 경험했다. 만일 앞으로 미국의 1극 체제가 무너지고 중앙아시아에서 소형 핵무기가 일반화되며 다시 전쟁이 잦아지면 한국은 여성도 군대에 보낼 수밖에 없다. 상비군의 숫자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절대적인 인구 자체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처럼 출산 시 군면제라는 정책을 쓸 수 밖에 없다.
출산율은 농경사회같은 조건에서만 자발적으로 올릴 수 있다. 산업화된 사회에서 출산은 개인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출산을 더이상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방법은 없다. 아무리 정책을 쓴다고 해도 출산 자체가 개인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출산을 강제할 수밖에 없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선택을 강제할 수는 없으므로 출산 시 군면제라는 정책밖에는 대안이 없다.
따라서 미국이 재부상하지 않고 앞으로 전쟁이 잦아진다면 이런 논의가 이루어지게 될 것은 거의 필연으로 보인다. 페미니스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아직 여성이 남성 인권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녀평등 문제는 상당히 주관적인 면이 있다. 남녀평등이 아무리 정교하게 실현되어도 여전히 차별받는 남성 개인이나 여성 개인이 남을 수 있다. 과거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도 남성이라서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 개인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었다. 따라서 남녀평등 문제는 주관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 여성 인권이 완전히 회복되고 모든 면에서 남성과 완전히 동등해지고 나서 다시 출산이 강제되는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누군가에게는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은 이런 얘기가 실감이 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혹은 북한)이 인구가 적은 한국에게 합병하자는 농담을 일상처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지금 중국이 김치나 한복 종주국이라고 하는 정도는 내가 보기엔 장난이다. 오히려 중국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도 맞다. 산업화되기 전까지 전세계 대부분의 발명을 중국이 했다. 중국의 피해의식은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먼저 산업혁명을 이룩한 영국에게 아깝게도 주도권을 놓쳤지만 중국이 지금까지 발명한 인류 문명에 대해서 로열티를 지불하라거나 고마워하라고 나오지 않는다.
한국의 작은 영토 문제는 앞으로 과학이 더 발전하면 인류가 화성에다 식민지를 해결하든지, 간도 땅을 구매하든지, 해저에 주택을 건설하든지, 그도 아니면 구름 위에 집을 짓던지 하는 해결책이 얼마든지 나올 수가 있지만 인구 문제의 특수성은 골든타임인 지금 출산율을 올리는 것 외에는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인구가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경제력이나 과학기술이 국가안보에 중요하다고 인식된건 불과 2세기 정도 역사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반면에 고대와 중세에서 인구는 국가간의 싸움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경제력이 아닐수도 있다.
혹시 앞으로는 인류에게 인구가 전만큼 중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공중이나 해양, 우주를 이용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의 영토가 무한정 늘어나는 상황을 상상할 수도 있다. 어쨋거나 중요한 사실은 한국에게 골든타임은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구 문제를 제외하고 영토든 경제력이든 다른 문제들은 한정된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인구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앞으로는 바로잡을 기회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인구가 많은 민족은 전쟁에서 한두번 패해하더라도 잘 소멸되지 않는다.
혹시 이런 의견을 보고 '일베'이라고 할 사람들에게 미리 한마디 해 둔다. 당신은 국민의 절반에 불과한 여성에게 아부하는 것이 국가의 존립 문제보다 중요한가? 일제의 위안부 같은 여성의 대규모 수난이 미래에 또 일어나는 것보다는 여성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시나리오 2. 여성의 승리 (조건: 현재와 같은 세계평화가 계속해서 유지되어야 함)
프리메이슨의 세계 단일정부 수립은 계획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확실한건 그런 시도가 없지도 않다는 것이다. UN의 존재가 그 증거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 같은 유태인도 세계 단일정부를 수립해야 하자고 주장했는데, 당시 그는 이런 발상을 비웃는 사람들에게 세계 단일정부가 수립되지 않는다면 인류의 공멸이라는 시나리오 밖에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추론은 합리적이다.
냉전 시대의 상호확증파괴 덕분에 인류는 기이한 평화를 경험했지만 앞으로 점점 핵무기는 소형화되는 추세다. 러시아와 중국이 무너지면 무너질 수록 오히려 중앙아시아와 유라시아에서 중소국가들이 난립해서 소형 핵무기들로 인해 평화가 깨질 수도 있다. 아니면 미국이 몰락하게 되어도 현재의 세계 평화는 깨진다.
하지만 다시 미국이 영구적인 강대국으로 판명나거나 혹은 더욱 상상력을 발휘해서 세계단일정부가 수립되거나 특이점이 와서 더이상 전쟁이 없는 시대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올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재래식 전쟁이 없어지면 다른 형태의 전쟁의 시대가 될 수도 있다. 혹시 미래에는 온라인 댓글 전쟁이 국가간의 의도 조율에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될 경우에도 다시 인구가 중요한 지표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더이상 한국이 국방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왔을 때 더이상 예전과 같이 여성에게 출산을 조금이라도 강요할 수 있는 논리는 완전히 사라진다. 이런 식으로 진행됐을 때 남녀가 평등한 사회가 올 것인지 아니면 여성이 우월한 사회가 될 것인지는 당장 알기 어렵다. 가능성이 높다고 보진 않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경제력이 높고 사회적 지위를 장악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런 사회를 두렵다고 생각하는 '그 쪽 성별'의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둔다. 인간에게는 사도-마조히즘 본능이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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