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주변 사람과 "모든 자물쇠를 딸 수 있는 열쇠는 마스터키지만 모든 열쇠에게 열리는 자물쇠는 쓰레기"라는 말에 대해 대화를 하게 됐어요.
저는 그 말을 부정했습니다. 자물쇠라는 건 무언가를 지켜야만 하는 도구이고, 성이라는 건 지켜야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남성이 성관계를 함으로서 여성이 지키고 있는 무언가를 빼앗아가는 게 아니니까, 자물쇠고 열쇠고의 비유는 그냥 형태말고는 공통점이 없는 거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여자가 지켜야 하는 게 왜 없냐며 여자가 순결을 지켜야하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아무 남자와 하는 여자는 자기의 순결이며 여성성을 다른 남자에게 다 나눠주는 거고, 아무 여자와 하는 남자는 여자의 순결과 여성성을 가져오는 거라고, 그렇게 이해해도 되겠느냐고 했지만 표현의 정도의 차는 있어도 일단 맞다고 합디다.
여자가 성관계를 통해 순결과 여성성을 잃는다면 남자역시 순결과 남성성을 잃는 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돌아오는 답, 여자는 임신을 하잖아. 그래요 사실 맞습니다. 여자가 임신을 하기 때문에 성에 대해 약자일 수 밖에 없죠. 세상에 책임감 없는 사람은 많으니까요. 하지만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입니까. 여권 신장에 가장 도움을 준 3가지 물건이 콘돔, 세탁기, 경구피임약입니다. 피임도구로서 남여는 성에 있어 동등한 위치에 서있을 수 있잖아요. 경구피임약 피임률 97%, 콘돔98%인 세상입니다. 애초에 저 자물쇠 비유가 나왔다는 거 부터 성에 있어서 남자는 개방적이어도 된다는 의미잖아요. 아예 성 자체를 터부시하는 것도 아니고 남성에 편중되서 저렇게 말이 나오는 게 ㅂ신같은 짓 아니고 뭐냐고 말했더니,
저보고 성의식이 문란한거 같답니다. 경구피임약 먹고 콘돔 쓰면서 아무 남자랑 자고 다닐 거냐고 묻더라고요.
당연히 아니라고 했더니 봐, 말은 그렇게 하면서 너 스스로는 순결하려고 하잖아, 하고 말하더군요. 제가 순결하려고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지금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하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도 없다는 걸 고려하지 않나봅니다. 아니면 애초에 성관계=원나잇만 생각하는 사람인걸까요? 좀 아이러니컬 하겠지만 상대는 현재 남자친구도 있고 성 경험도 있는 동갑 친구입니다.
어쨌든 몇번 더 갑론을박을 반복하고는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너는 성의식이 좀 문란한 거 같다고. 네 태도는 그렇지 않은데, 의식이 좀 그렇다고.
그래서 묻습니다. 저는 이해도 안되고 받아들이지 못하겠어요. 여성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지는 게 문란한 일인가요? 제 성 의식이 문란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