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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만에 ‘급조’됐다던 KBS 한중 우정콘서트는 결국 박근혜 방중 맞이용 행사였다.
며칠 전, KBS에서 한중 우정콘서트라는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듣자마자 고개를 갸웃했다. 올해가 한중 수교 20주년이었던가? 지금 중국과 특별히 무슨 협상을 진행하고 있나? KBS에서 매년 가을이나 겨울쯤 하는 한중가요제랑 헷갈린 건 아닌가?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됐고, 어제 <뉴스9>를 보면서 확신했다. 27일부터 3박 4일 간 이어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따른 ‘맞춤형 기획’이었다는 것을.
28일 KBS <뉴스9>는 16번째 리포트로 “한·중 우정 콘서트…베이징 ‘K팝’ 열기 후끈”이라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28일 북경에서 열린 <한중 우정콘서트> 현장을 담은 리포트에서는 공연장과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들에 열렬히 환호하는 해외팬들의 모습이 나왔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길환영 KBS 사장의 모습이 잡혔다. 연합뉴스 기사사진에도 공연장을 찾아 손을 흔들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옆자리에 있는 길환영 사장의 모습이 포착됐다. 취재 당시 통화에서 “사장님은 안 가시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대답했던 비서실과 “(대통령 방중에 맞춰 기획됐다는) 잣대로만 볼 일이 아니다”라고 했던 홍보실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 KBS '뉴스9'는 28일 16번째 리포트로 한중 우정콘서트 내용을 보도했다. (화면 캡처) |
이날 공연에는 길환영 사장뿐 아니라 장성환 콘텐츠본부장, 박태호 예능국장이 중국 순방길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을 맞았다. 보도사진을 보니 길환영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가수들과 인사를 나눌 때에도 곁에 있었고, 공연도 박근혜 대통령 옆자리에서 관람했다. 가수 대기실을 돈 후 공연장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은 MC가 진행 도중 자신을 소개하자, 일어나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뉴스9>는 중국 북경에서 열리는 <한중 우정콘서트>를 소개하며 “마침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중이어서 중국 팬들의 관심과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공연장을 깜짝 방문해 문화교류의 한마당을 지켜봤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수도 베이징의 외국인 공연에 인색했던 중국 공안도 이번 공연엔 협조를 아끼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뉴스9>의 리포트는 순서가 틀렸다. 한중 콘서트가 열렸을 때 마침 박 대통령이 방중이었던 것이 아니라, 방중에 맞춰 한중 콘서트가 열렸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중국 공안이 이례적으로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것’도 대통령 방문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 1) 위 :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한중 우정콘서트'에 참가한 소녀시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 아래 : 박근혜 대통령이 공연장에 방문해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청와대 공공누리/KBS) |
“박근혜 대통령과 한 화면에 잡힌 길 사장, 제대로 점수 땄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의아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A급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공연은 보도자료가 나오기 전부터 발 빠른 팬들이 정보를 입수해 여기저기 알려지게 마련인데, 공연 며칠 전까지 팬들도 몰랐다는 점부터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한 기획사를 제외하고는 관련 일정이 공식 스케줄표에조차 나타나 있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한류가 ‘뜨거운 이슈’가 돼 지상파 메인 뉴스를 자주 장식했던 시기는 이미 1, 2년 전이고, ‘열풍’으로 일컬어질 정도였던 ‘싸이 신드롬’도 잠잠해진 지금, 굳이 중국 내의 ‘한류’를 이야기하는 것도 이상했다. <뉴스9>는 “중국은 이미 우리 아이돌 가수들이 가장 활발히 진출해 K-POP의 황금 시장으로 성장해 있다”고 추켜 세웠지만, 중국 내 한류의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공연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가수들의 기획사들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좀처럼 한중 우정콘서트에 대해 언급하려 하지 않았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본인이 스케줄을 잡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한 게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고 둘러댔다가, 재차 물으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방송사 쪽에서 (공연에 대해) 아무 쪽에도 이야기하지 말라고 해서 팬클럽에도 행사 공지를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스케줄 표에 기재하지도 못할 만큼 중요하고 비밀스러운 행사였단 것일까.
내부 관계자들은 길환영 사장이 이명박 정권 때 임기를 시작해, 현 정부 청와대의 신임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때 특보까지 맡으며 남다른 인연을 자랑했던 전임 김인규 사장과 달리, 길환영 사장은 청와대와의 관계가 공고하지 못해 ‘신임’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길환영 사장의 노력의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KBS는 봄 개편 때 박정희 시대 미화 다큐 <다큐 극장>을 만들었고, <뉴스9>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다시피 하는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KBS는 방미 때는 이른바 ‘윤창중 보도지침’을 내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축소·늑장 보도한 반면, ‘긴급 편성’까지 동원해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KBS의 한 관계자는 “공사창립 40주년 행사 때 박 대통령이 안 오고 정홍원 총리를 보내서 (길 사장이) 실망했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다큐 극장>도 만들며 애썼는데 아직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고 한다”며 “대통령이 공연장에 방문해 화면으로 나오면 기획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길환영 사장은 ‘한중 문화 교류 차원’이라는 <한중 우정콘서트>를 통해 대통령과의 만남을 이뤘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길 사장이 이번 일로 ‘한 건 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KBS의 다른 관계자는 “2주 전부터 갑자기 콘서트를 기획한다고 해서 안에서는 수상한 냄새가 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결국 대통령까지 방문하고… 제대로 (공연을) 짰다. 제대로 점수를 땄다”고 말했다.
사장이 KBS의 해외 행사에 참여한 적은 이전에도 많았다. ‘외유성 출장’을 즐겼다던 김인규 사장은 <뮤직뱅크> 월드 투어 당시 수차례 동반해 ‘뮤직뱅크 월드 투어의 의미’를 강조했다. 하지만 적어도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콘서트를 기획하고 직접 맞은 적은 없었다. 지난 4월, 토털리뷰를 실시해 제작비까지 깎았다던 KBS가 하필이면 대통령 방중 때 마련한 <한중 우정콘서트>, 그 취지가 ‘순수한 문화 교류’만으로는 읽히지 않는 이유다.
http://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324
2주만에 급조된 KBS 한중우정콘서트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 맞이’용 행사였습니다. KBS 길환영 사장의 한없는 박근혜 대통령 구애가 이번 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함으로써 보상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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