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출산하고 늦은 나이에 시작한 치아 교정.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그리고 결혼전에도
치과에 가서 교정 상담을 받아봤지만
모두 수술을 병행해야 한다는 소견 뿐 ㅠㅠ
수술 비용도 부담스러웠지만
수술 자체가 너무 무서워서 치아가 안좋은 상태로 버텼는데요.
출산하고나서는 더 버티기가 힘들어져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집 앞 치과에 찾아갔어요.
작은 도시에 새로 생긴 치과여서 큰 기대는 없었는데..
거기서 제 평생의 은인 의느님 그 분을 만나게 됩니다.
제 또래로 보이는 따듯한 인상의 여자선생님이셨고,
그동안 시작부터 "어려운 케이스다. 수술해야한다. 심각하다." 라며 겁주던 다른 의사선생님들과는 다르셨어요.
먼저 그동안의 제 불편함에 대해 깊이 공감해 주시고,
수술에 대한 두려움도 충분히 이해해 주셨고요.
수술이 필요한 케이스는 맞지만 그동안 의학이 많이 발달했으니 교정만으로도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시겠다며 제게 큰 힘을 주셨답니다.
그렇게 2년 8개월.
저의 교정 치료는 거의 끝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제 삶의 질은 완전히 달라졌지요.
두통과 소화불량에 시달리지도 않고, 발음도 정확해지고,
덤으로 전체적인 외모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모두에게 놀라운 결과가 펼쳐지고 있답니다.
모든게 의사선생님 덕분이고요ㅠㅠ
매번 월치료때마다 꼼꼼히 설명해 주시고,
치료하는 내내 "죄송합니다. 아프시죠?" 를 입에 달고 치료하셨어요 ㅋㅋㅋ
제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가는 날에는, 수시로 아이가 잘 기다리는지까지 체크해주시는 세심한 분이셨어요.
그런데 오늘 갑작스럽게
선생님이 그만 두신다는 얘기를 듣게 됐네요.
치료가 끝나고 나가려던 길에 간호사님께 그 얘기를 듣고는
얼른 근처 빵집에 가서 케이크를 하나 샀어요.
그리고 다시 병원으로 올라가서 잠시 선생님을 뵐 수 있는지 여쭤보고..
선생님과 작은 상담실에서 마주하고 케이크를 전해드리는데
눈물이 나는거예요ㅠㅠ 아 주책...ㅠㅠ
제가 글썽이는 걸 알아채셨는지 선생님도 눈물이 고이시고..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어려운 치료였는데 너무 잘 해주셔서 제가 얼마나 감사...어버버러러러...아 왜 눈물이 나지..."
선생님도 같이 우시고ㅠㅠ 막 서로 토닥여주고...
꼭 다시 보자며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저에게 치아교정은 진짜 끝이 안보이는 터널 같았어요.
제 나이 또래 아이 엄마가 교정하는 일도 흔치 않고,
고통스럽고 힘들거나 기쁘고 놀라웠던 지난 시간들을 누구와 공유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유일하게 제 모든 치료 과정과 그 긴 시간을 공감해 주시던 분이 의사선생님이셨는데...
그간의 고마움 + 그만두신다는 서운함이 밀려왔던 것 같아요.
저에겐 삶의 은인인, 실력과 인성이 행운같았던 의사선생님 진짜 평생 잊지 못할거예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