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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다보니 프랜차이즈 업체 '국대떡볶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맛은 어떤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인지도가 높은지, 매출은 어떤지, 가맹점 수는 얼마나 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것 하나는 확실히 알 것 같다. 이 프랜차이즈에 속한 가맹점주들이 요즘 김상현 대표 때문에 속이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지난 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김 대표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지난해 9월 24일 그가 페이스북에 "조국은 코링크를 통해서 중국 공산당의 돈과 도움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다", "코링크는 조국 것이라는 메시지가 더 퍼졌으면 좋겠다" 등의 허위사실을 게재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자 김 대표가 발끈하고 나섰다. 같은날 페이스북에 "조국 교수가 형사고소했다고 한다"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외교안보특보도 공산주의자"라고 되받아친 것이다. 그는 3일에도 "조국은 부패한 권력자"라며 "민정수석이었고 장관이었던, 권력의 정점에 있던 조 전 장관이 국민 개개인을 고소, 고발하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뻔뻔한 파렴치한"이라 거칠게 몰아 세웠다.
무모한 건지 아니면 정신줄을 놓은 건지 모르겠지만, 바짝 엎드려 있어도 모자랄 판에 되레 대통령과 외교안보특보까지 끌어들여 판을 키우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일 수밖에. 프랜차이즈 대표의 언행이 가맹점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인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면서도,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형법 제 307조 제 2항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김 대표의 인식을 새삼 논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김 대표의 수준이 민주주의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한심한 데다가, 이미 콘크리트처럼 단단히 굳어버린 그의 통념이 깨질 리도 없기 때문이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보니 김 대표가 자주 쓰는 표현이 자유민주주의다. 비록 글이지만 민주 투사라도 되는 양 "자유 민주의 가치를 위해 피흘리기까지 싸울 것"이라 핏대를 올린다. 그러나 오랜 경험상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인간 치고 정신이 온전히 박혀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일베, 태극기부대, 통합당 등 수구 꼴통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Liberalism)와 민주주의(Democracy)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이 괴상한 용어는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두루 사용되고 있다. 자유주의의 근간인 시민의 자유권이 민주주의의 개념 안에 이미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굳이 저렇게 쓸 이유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황당한 건 널리 통용되는 자유민주주의의 '자유'가 근대 시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Liberal'을 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시장경제체제, 다시 말해 시장주의의 'Free'로 전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구들이 입에 달고사는 '자유주의'가 국가권력의 부당한 간섭과 침해로부터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자유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경제이념인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의 자유를 뜻한다는 말이다.
번역하면 같은 뜻이지만 'Liberal'과 'Free'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 만큼이나 간극이 크다. 시장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한 자유민주주의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우리 정치체제가 'Liberal'보다 'Free'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누구의 목소리와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가. 시장주의가 내세우는 'Free'는 자본가와 기득권 세력의 특권과 이익을 강화시켜주는 매개이지 시민권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이다.
이 땅에서 변종 자유민주주의가 성행하는 이유는 북한이라는 상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국시로 내세웠던 독재정부들은 반공을 위해 자유를 부르짖었다. 그 결과 자유민주주의의 절대가치를 신봉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공산주의의 반대가 민주주의라고 믿고 있다.
김 대표 역시 자유민주주의의 자유가 본래의 의미인 'Liberalism'과는 전혀 다르게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아니라면 자유를 강조하는 그가 페이스북에 차별과 혐오로 가득한 글들이 뻬곡한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일례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을 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민사재판 항소심에서 법원은 2018년 10월 16일 1000만 원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남북이 대치하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는 우리 현실에서 공산주의자가 갖는 의미는 치명적"이라며 "아무리 공적인 존재에게 한 말이라도 해도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모멸적인 부분까지 인정받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할 헌법의 가치지만, 그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뜻일 게다. 그는 꽤나 유명한 프랜차이즈의 대표다.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는 이유일 터다. 김 대표는 가맹점주들의 불안은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헤아려보기 바란다. 오너의 부적절한 언행이 논란이 될 때마다 속을 끓이는 건 '오너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맹점주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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