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유에 글을 쓰며 며칠간 국내 정세가 하수상한 까닭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을 해보았다.
여러가지 가정과 결론이 도출되었는데, 오늘 새벽에야 이것이 정말 최종적인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원인을 발견하였다.
한국 경제, 그리고 정치(정치와 경제는 원래부터 한몸이다. 고대 청동기의 개발로 생겨난 잉여 자원을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문제가 정치의 시작이기 때문이다.)가 망해가는 가장 근본 원인은,
바로 봉건 한국의 몰락 이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이 아직 봉건적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은 자유민주주의국가인 대한민국을 부정하느냐고 질문할 것이다.
하지만, 다년간의 해외 생활을 통해 국내와 국외의 사회와 문화를 비교해 본 내 견해는 단호하다. 이 나라는 민주주의의 탈을 쓴 봉건 국가이다. 저 북한이 민주주의의 탈을 쓴 신정국가인 것처럼.
2015년 한국은
여왕 (주어없음)을 필두로
정부라는 왕실관리
그리고 삼X, LX, SX, 롯X와 같은 대영주들과 기타 군소 영주들로 이뤄진 봉건 국가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왕권이 강한 봉건 국가가 아니고, 대영주들의 이합집산과 모의에 의해 왕이 되는 방식의 "철저한 귀족정의 봉건국가" 라고 할 수 있다.
봉건 국가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인치와 각 영주들의 자치권을 들 수 있다.
왕을 포함한 각 영주들은 자신의 맘대로 입법, 행정, 사법을 수행하며, 자신들은 이러한 삼권을 초월한 존재로 살아간다.
현재 한국의 모습이 이러하지 않는가?
여왕님의 호통 한마디에, 실정법이 무효가 되고, 여왕님의 권유는 시행령, 혹은 행정명령, 혹은 정식 입법 절차를 거쳐, 혹은 아무런 합법적 근거도 없이 시행된다. 여왕님을 모욕하는 자는 사문화된 법조문에 의해 사법적인 처분을 받게된다.
영주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규라는 자체적인 입법권을 지니며 - 나는 아직도 사규가 법에 우선해야한다는 어떤 한국인의 이야기에 놀란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 , 왕실 관리, 혹은 여왕에게 특별한 헌금을 제공함으로, 자신의 영지 내에서 원하는 행정 행위를 얼마든지 해낸다. 그뿐만 아니라 해고와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되는 재판을 통해 사법적인 권리또한 얼마든지 행사한다. 결정적으로 이들은 서민들에게 부과된 4대 의무를 제대로 행하지 않는다. 초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봉건제가 국민들 한사람 한사람의 문화적 토양에도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사실은, 무자비, 무관용, 몰이해, 개인주의가 아닌 이기주의, 그리고 배금주의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무자비, 무관용, 몰이해, 개인주의가 아닌 이기주의, 그리고 배금주의가 봉건적인 토양의 열매인 까닭은,
봉건제 하에서, 자신보다 하위 계층은 "공감의 대상이 아니" 기 때문이다.
귀족에게 고통당하는 평민을 구해줬더니, 그 평민은 노예에게 매질을 하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렇게, 동일 계층이 아닌 자를 인간이 아니게 보는 시각이 바로 봉건제의 핵심적인 문화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나이를 비롯한 피부색, 기타 여러가지를 토대로 자신의 자리를 올리고, 다른 이를 낮추려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식으로든 상대보다 낮아진다면, 나는 상대에게 공감의 대상이 되지 못함에 대한 공포가 내면화 되어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토양 위에선 희생, 봉사, 정의와 같은 가치는 일절 의미를 잃게 된다. 내가 상대방을 섬기는 순간, 나에게 훌륭한 사람이라는 가치가 발생하는 대신, 내가 상대의 종이요, 동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서양의 봉건제도가 기사도를 비롯한 교회적 전통을 지녀서 최소한의 도덕적 몰락을 막은 것과 비교할 때, 더욱 극단적으로 악화된 상태라고 진단한다.
- 이부분은 본문과 상관이 없으므로 읽지 않아도 좋다.-
이러한 봉건적인 문화가 가정에도 파고든 것이 현재 한국의 자녀교육이라는 것이 내 진단이다. 나는 오랫동안 주변사람들에게 자식을 양으로 키울 것인가, 사자로 키울 것인가 결정해야한다며 교육에 대한 나의 철학을 펼치고 있었다. 한데 오늘 이 주장을 수정해야함을 느꼈다.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인간으로 볼 것인가 결정해야한다고. 가정을 비롯한 교육현장에서 빈번한 폭력, 모욕적인 언사, 일방통행식의 교육, 그리고 부모가 지정하는 아이의 진로. 이 모든 것은 어린이를 "나이가 어려서 보호해야할 인격적인 대화가 통하는 주체" 로 보지 않고, "짐승"의 한갈래로 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바라고 주장한다. 마치 진돗개 훈련장에서 공포와 폭력, 무자비한 매질로 진돗개를 교관, 그리고 진돗개의 주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디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 그리고 꼭 지엽적인 것으로 논지를 훼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데, 이 교육에 대한 부분은 일절 대답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나도 교육에서 벌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 단지 그 벌이 삼권 분리된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 범죄자를 재판하듯이 변호, 방어, 소명, 정상참작의 기회와 함께 인격적인 모독이 없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할 따름이다.
- 여기까지는 본문과 상관이 없다. -
지금까지는 2015년 한국 사회의 각 부분이 어떻게 봉건적인 상태에 있는지 논하였다면, 이제는 이 봉건적인 사회의 논지를 통해 한국 경제, 정치가 몰락하고 있는 이야기를 논하고자 한다. 진단이 아닌 주장만을 읽고 싶다면 이 곳부터 읽어도 좋다.
봉건 사회가 몰락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볼 때, 노예를 비롯한 피 지배계층의 자각이 그 가장 주된 원인이었다. 물론 실제론 평민 계층이 주로 봉건 사회의 종말을 고하고, 노예는 한참 후에 해방되기는 하지만, 이는 핵심적인 논지와 살짝 벗어나기 때문에 잠시 접어두자.
피지배 계층의 자각은 가장 먼저 피지배 계층의 실력 향상을 통해 지배 계층과 자신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정설인데, 나는 조금 다르게 본다. 나는 "지배 계층이 피지배자인 나를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닳음이 선행되야한다고 본다. 즉, 현재의 지배 체제가 나의 안전과 평안한 내일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피지배 계층이 전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피 지배계층은 노예가 되어 지배 계층에게 더 확고하게 종속되기를 바라거나, 실력 향상을 통해 자력 구제를 시도하게 된다. 이 중, 자력 구제자들의 세력이 더 강해질 때는 실력을 통한 조금 더 온건한 방식으로 봉건사회가 몰락하며, 많은 노예들이 노예가 되어도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닫게 될 때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식의 자포자기성 반란이 일어난다고 본다. 그렇기에 로마 등 고대의 많은 국가가 몰락할 때, 언제나 사방에 민란이 발생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이다.
이를 2015년 한국에 대입해서 이야기 하자면,
IMF와 명예퇴직의 일파 이후, 많은 한국의 피지배계층들이 영주가 나를 보호하지 못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잃어버린 10년간, 괜찮은 왕실과 정부를 만나서 최소한 왕실은 나를 보호해준다고 느껴왔다. 한데 (주어없음)과 전설적인 신왕의 딸이 여왕에 등극한 후,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이제 "왕실도, 국가도, 영주도 나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해외 직구, 수입과자, 현X차 안타기 등등은 지금에야 수면으로 부상했지만, IMF 이후 꾸준히 수면 아래서 꿈틀대던 사람들의 영주에 대한 실망이 20년에 걸쳐 포면화 된 것 뿐이라고 본다. 사람의 한 세대가 평균 30년이니, 사회의 주도세력이 바뀌어서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표면에 들어난 것이라고 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 쯤에서, 그래도 왕실이 북쪽 신정국가로 부터 너를 보호해주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꼭 있을 것이다. 한데 현대 사회에서 "해고, 실직, 돈이 없음은, 사실상 한 개인과 가정에 대한 사망 선고" 라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단순히 남들 앞에 나서기 쪽팔린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돈이 없으면 현대 사회에서는 "생명을 부지하는" 수준의 삶 이상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다. 사회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도 끼치지 못한 채, 하루하루 목숨만을 부지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볼 때, 죽은 사람과 마찬가지이다. 그에게는 묘지의 매립 비용 대신 매일매일 탑골 공원의 무료급식비가 들어갈 뿐이다.
이러한 좀비 구성원들은 과거의 굶주린 노비와 다르게 직접적으로 지배 계층에 반기를 들지 못하며, 대부분 재교육을 통한 실력향상을 기대할 수 없으며, 현 지배계층의 자비에 의지해 목숨을 부지하고 있기 때문에, 타성적으로 지배계층에 대한 지지 세력으로 굳어지게 된다. 구조적인 문제보다 당장 오늘 지배 계층이 내려주는 배급에 더 관심이 가지기 때문이다. OECD 최악의 노인 빈곤, 그리고 기초연금과 노령연금..
영주의 보호를 벗어나 관노가 되기까지 20년의 세월이 걸렸고, 이제 또다른 20년이 걸려야 정말 실력있는 피지배 계층이 지배계층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노란색을 떠올리고 그렇지 않다고 반론한다면 허망한 소리라고 답해주겠다. 귀족정 사회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오기 전에는, 그는 또다른 실패의 아이콘이 될 확률이 더 높다. 그리고 그 전에 각지에서 죽지 못해 사는 수많은 노비들의 반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사실 2015년 현재 피 지배 계층의 반란 아닌 반란이 한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바로 저출산이다. 반란은 당장 눈 앞의 사람을 때려죽이지만, 저출산은 다음 세대를 죽이는 행위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한국 경제와 정치가 몰락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불신과 피 지배 계층의 반란을 통해
"봉건 사회가 무너지고 있는 중"
인 것이다.
앞으로 20년. 반란의 첫 세대들이 사회의 주역이 될 때까지, 한국은 유사 이래 최고의 격변기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역사상 유래 없는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봉건제의 몰락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부도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많은 영주들이 고꾸라지고, 공정한 경쟁이 시작되며, 정치가라는 귀족이 아닌 일반인에게 정치가 열려, 진정한 법치와 삼권 분립이 성립될 때까지, 우리 모두 고통받을 것이다. 주로 돈과 관련해서. 부동산의 몰락은 그 전주곡일 따름이다.
글을 마치며.
잡소리가 길었는데 간단하게 줄여 말하자면, 현재 한국 경제, 정치의 몰락은 "비정상의 정상화" 를 위해 고름을 짜내는 고통인 것이다.
이 글을 쓰는, 그리고 읽는 그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열매를 따먹는 세대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을 때, 그대들과 나는 이미 이 땅위에 없거나, 사회에서 한발 물러선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격변의 시기에 한탕을 하는 삶을 살지 말고, 반란의 첫 세대들이 사회의 주역이 될 때까지 좋은 씨를 많이 뿌리자. 먼저 희생하고, 봉사하고, 정의를 세우자. 오늘 조금 손해 보는 것 같아도, 나 자신부터 봉건적인 사상에 물든 행동을 하지 말자.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기에, 인구와 국력이 감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 옆사람이 내 등을 지켜줄 전우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자. 이 전쟁에서 이기고 나면, 우리의 아랫 세대들은 전후 베이비 붐 세대마냥, 좋은 날들을 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