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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정경심 교수는 "나 뇌종양 걸려서 수사 못받어" 라고 떠들고 다닌 적이 없다.
그럼에도 단 하루 동안에 수없이 많은 매체들이 다 그가 마치 그렇게 떠들고 다닌다는 식으로 유포하고 있는 것이 지금 상황이다.
15일 tbs 라디오 뉴스공장에 출연한 주진우 기자가 "정경심 교수의 건강 문제가 조국 교수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정교수가 며칠 전 뇌종양과 뇌경색 진단을 받은 것이 자신의 결심을 앞당긴 결정적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라고 말한 것이 뇌종양에 대한 최초 언급이다.
즉 언급 자체가 제3자에게서 나왔다.
정교수 측에서 먼저 떠들고 다닌 것조차 아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거 아니래도 정경심 교수의 건강 문제는 이미 그 한참 이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었다. "뇌종양"을 이유로 들어 검찰 수사에 불성실하게 회피하려 한다. 라는 일부 언론들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정 교수의 뇌에 관련한 문제는 이미 2004년 두개골 골절부터 시작된 문제이다. 평상시에도 두통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왔다. 라고 이미 이야기되고 있었다.
근데 어제부터 오늘까지 온 신문들이 죄다 "뇌종양"소리만 하고 있다.
그 진단명이, 단어가 자극적이기 때문일까?
정교수의 변호인은 "정교수가 최근 뇌종양 진단을 받았지만 질병의 심각성은 확인 중이다."라고 말했으며 "입원 치료를 하면서 검찰 조사도 받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검찰발 언론 보도는 "정 교수가 요건에 맞지 않는 병원 문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걸 다시 내라고 요청했다" 라는 것이었다.
결국 언론의 보도는 이렇게 나간다.
"정경심은 뇌종양이라고 떠들고 다니더니 진단서도 안 내고 의사 사인도 없는 이상한 걸 보냈다. 쟤 구속될 것같으니까 꾀병 부리고 있구나" 그렇게 유추해 생각하도록 몰아가고 있다.
첫째. 정경심은 "나 뇌종양 걸렸어. 수사 못 받아" 이렇게 떠들고 다닌 적이 없다.
주진우가 뉴스공장에서 어제 얘기한 게 처음이고 언론에서 질문이 쏟아지자 변호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근데 그 심각성에 대해선 확인 중"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게다가 그것때문에 수사를 보이코트하지도 않았다. 바로 오늘도 검찰에 소환되어 6차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온 매체가 다 정교수가 마치 "뇌종양"을 핑계로 수사를 기피하려고 한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미치지 않고서는 이럴 수가 있나?
둘째. 검찰은 정교수측의 자료를 언론에 얘기하면서 이상한 자료를 보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아무리 사회적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사건이라 해도, 수사 대상자의 인권과 개인적 사생활이 무분별하게 노출되어도 좋다 할 수는 없다.
예컨대 의사인 나에게 가장 악질적인 죄가 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환자의 개인정보를 공공에 마구 배포하는 일이다. "내 환자 000 있지 걔 생식기에 무슨 혹이 있어" 이렇게 아는 기자한테 떠들고 그게 신문에 난다면 의사로서는 용서받지 못하고 사람들은 저 새끼 의사도 아냐. 면허 뺏어. 이렇게 외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제 조 전장관은 공인이 아니며, 그 부인은 더더욱 그렇다. 일반인인 정교수의 현재 질병 내역, 진단명을 온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당연하다는 듯 신문들이 떠들어대는 거는 대체, 누가 그리 해야 한다고 정했는가? 어느 법에 그리 돼야 한다고 써 있는가?
정 교수가 얼마나 아픈가, 그게 구속 수사에 영향을 줄 정도인가. 이런 사실은 수사 기관에서 신중하게 비밀스럽게 판별해야 할 일이지, 이렇게 언론에 무자비하게 유포되고 상관도 없는 사람들한테 죄 떠벌려질 일은 아니다.
셋째. 정교수측에서 검찰에 제출한 서류는 "입원 증명서"이다.
입원 증명서에는 일반적으로 주치의 사인은 안 들어간다. 교부도 원무과에서 받는다.
진단서나 소견서가 의사 사인이 들어가는 것이며, 입원 증명서라고 하는 거는 이 환자가 우리 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다. 라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에 해당한다.
그런데 오늘 날짜 중앙일보 헤드라인을 보면 이렇게 나온다. "진료 담당과가 정형외과...의사.병원명 없는 정경심 뇌종양 증명서" 이게 기사 제목이다.
중앙일보가 거지같은 거는 알고 있었는데 진짜로 적당히좀 했으면 좋겠다. 세상 욕이란 욕은 다 해주고 싶다. "뇌종양 증명서"라는 건 대체 어느 나라에 있는 문서인가? 그런 증명서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중앙일보 정진호 기자 당신이 병원 가서 "뇌종양 증명서" 아니 "감기 증명서" 한번 발급받아 오라고 해야겠다. "감기 증명서" 떼 주세요. 병원 가서 그러고 땡깡 한번 피우라고. 아마 정신병 환자 왔다고 112 신고될 것이다.
넷째. 여러 가지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있을 때 그 환자가 입원하면 그 입원과가 어디인가 하는 거는 해당 상황에서 가장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 진료과로 올라가게 돼 있다.
예컨대 내가 간경화 환자인데 허리 디스크가 심하고 또 치질이 도져서 항문에서 피가 난다. 이러면 어느 과로 입원한단 말인가?
사람들이 얼핏 생각하기엔 "간경화"가 가장 중한 병명이니 소화기 내과에 입원하겠군.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간경화라는 병은 하루 이틀 가는 병이 아니다. 솔직히 입원시켜서 해줄 게 없는 병이다. 급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걸로 소화기 내과 병실 절대 내주지 않는다.
허리 디스크? 그것도 하루 이틀 가는 게 아니고 물리치료 통원치료나 하라고 하지 정형외과 입원하라고 좀체 하질 않는다. 치질. 치질 자체는 여기 열거한 것 중 가장 작은 병일 것이다. 근데 그게 어제 터져서 지금도 피가 줄줄 나오고 있다.
그럼 그건 진단명 상으로는 가장 경미한 병이라 우습게 보일 수 있어도 병원에선 일반외과로 입원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간단한 병이라 해도 적극적 치료를 지금 당장 필요로 하니까 말이다.
그러니 정 교수가 정형외과로 입원했다는 것을 가지고 꾀병 부린다고 드러누웠다고 비난하는 것은 지랄 옆차기도 그런 옆차기가 없다. 어디서 기자란 것들은 저런 짓만 배웠을까? 뇌종양인지 아닌지 지금 변호인과 주진우 기자 말만 듣고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정경심이라는 사람의 그런 사적인 병력을 제3자인 내가 꼭 알아야 할 이유도 모르겠다.
그러나 뇌종양이라고 해서 지금 당장 응급으로 두개골을 열고 뇌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혹은 그저 신경외과에서 경과관찰 중일 수도 있다.
근데 신문들은 "야 너 뇌종양이래매? 일루와봐 증거 대. 증거 안 대? 이 새끼 어디서 거짓말을 해?" 이러고 있다.
다섯째. 결국 중요한 것은 피의자가 현재 이런 정도의 강도높은 수사를 감내할 여건이 되는지 안 되는지, 구속에 있어 어떤 영향이 있는지가 아닌가?
그럼, 여러 가지 몸이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진 정 교수가 어느 과적 질병이 가장 문제가 될지를 여러 과의 의사들과 면담하고 담당의의 소견을 받는 일이 남아 있다 할 것이다. 뇌종양 소리가 나온지 하루밖에 안 지났다. 게다가 환자는 검찰청 오늘도 가서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의사 회진 돌 때 얘기하고 스케쥴 잡아서 검사도 하고 그러고 나서 진단서 소견서도 부탁하고 할 것 아닌가?
그러나 매체들은 신났다.
정경심 ; 뇌종양.- 꾀병.- 엉터리 뇌종양 증명서(?) - 구속 회피 시도.
이런 토끼몰이 프레임은 정말로 지랄맞다.
기자들한테 한마디만 하고 싶다.
지랄은 너희 집이나 가서 해라.
물론 듣지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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