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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은 정말 화가 났을까?
19년 8월 22일.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미국 초기 반응은 조금 부드러웠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이후, 강경한 입장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며, 한국의 일방적인 (미국의 이해를 구했다는) 성명에 불쾌한 심정을 (뒤늦게) 감추지 않았다.
무언가 ‘아다리’가 맞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키라고 나는 생각한다.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청와대가 미국에 어떤 입장 전달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소미아를 폐기했든지(이 경우라면 청와대가 거짓말한 게 된다), 아니면 (문재인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입장을 전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든지. 부서 간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진 상황에서 도무지 나올 법한 대응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거짓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짓말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라서, 사장이 부하 직원을 상대로 거짓말하기는 쉬워도, 부하 직원이 사장에게 거짓말하면 해고 사유다. 현재로서는 미 정부 부서 간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것은 이중플레이할 때 흔히 벌어지는 촌극이다. 그러니까, 트럼프가 이중플레이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2. 도대체 왜?
전통적인 손익계산서라면 미국으로서 일본과 한국은 요충지임이 분명하다. 사방이 둘러싸여 있는 러시아와 중국으로서는 그나마 널널한 데가 동북아다. 이 두 군사 대국을 코딱지만 한 한국과 일본이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대만도 요충지다.) 유능한 군사 전문가라면 이 두 나라를 포기할 리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매우 싼 비용일 테니까(두 나라가 호구, 아니 부자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르게 생각한다. 전략적인 차원일 수도 있겠는데, 두 나라를 ‘돈 먹는 하마’ 취급한다. 또, 트럼프는 핵무기의 압도적 우위만으로 충분히 패권 수호가 가능하다고 여기는 듯하다(8월 2일, 중거리핵전력폐기조약 탈퇴).
게다가 동북아의 긴장 국면이 손해 될 게 별로 없다고, 트럼프가 믿을 가능성이 있다.
5월 27일, 트럼프는 아베와 F35기 105대 계약(13조 원 규모)을 ‘체결’을 밝혔다. 트럼프는 보답으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자위대 함정에 승선한다. (사실,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이북 땅을 밟았던 것처럼 쇼맨십에 불과하니까.) 그리고 바로 이 회담에서 아베는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트럼프에게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어차피 ‘세계 경찰’ 노릇에 큰 관심 없는 트럼프다. 게다가 삼성이 타격을 받으면 미국도 나쁠 게 없다는 게 트럼프 태도로 보인다(애플 팀 쿡과의 회동 이후 트럼프 발언). 따라서 트럼프로서는 ‘돈 많은 호구’의 엉뚱한 요구에 선뜻 인심 쓰는 척한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알아서 해.”
비공식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공식적으로는 아베의 독단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한국에 이렇게 말할 여지가 생긴다.
“이해한다. 문프. (뭐,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사실, 이 역시 트럼프 처지에서는 비공식적이어야 할 텐데, 문재인 대통령은 (눈치 없이) 이해를 구했다는 말을 공개해버렸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베는 분명 트럼프에게 (비공식적인) 허락을 구했다. 그런데 한국이 강경하게 나온다. 지소미아는 분명 (암묵적으로) 미국이 걸려 있는 협정이다. 미국의 허락 없이는 지소미아 파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일본 역시 잘 안다. 그런데 그것을 한국이 파기했다. 게다가 미국의 첫 반응이 시원찮다. 꼴랑 ‘실망’이라니, 아베는 뒤통수를 맞았다고 여길 공산이 크다. 지소미아의 유용성 여부를 떠나, 한국의 반격을 미국이 용인했다는 의미로 아플 것이다. 이 당연한 인간 심리를 뒤늦게 감지한 미국. 미국은 8월 23일 자로 더 센 표현으로 한국을 압박한다. 그러나 이미 엎어진 물. 눈치 빠른 전략가라면 이미 판을 다 읽었다. 미국의 강경 반응은 단순히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3. 마무리.
-중국은 나쁠 게 전혀 없다.
-일본 국민에게는 모르겠지만, 아베 정부로서는 나쁠 게 없다. 군국주의에 걸맞는 환경이 조성되어 가고 있다. 다만, 일본으로선 미국의 이중플레이가 좀 아팠겠지 싶다.
-미국은 조금씩 패권 국가로서 그 지위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꽁돈 17조원 크다. 삼성보다 애플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러나 패권 국가로서 얻는 이득이 더 클 것이다(달러 본위제). 트럼프는 신뢰를 스스로 깨부숴 나가고 있다. 신뢰가 깨지면 비용이 는다는 사실을 트럼프가 모르는 것에 나는 조금 놀랐다. 비용이 커지면 ‘제국’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한국은 청와대가 밝힌대로, 정공법이었다. 한국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 카드였겠지 싶다. 일본은 보란듯 군사 대국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 ‘설마’하는 게, 군중심리. 그렇게 참 많이 당한 한국이었다. 이번 반응은 이렇게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
“그래? 알았어. 우리도 반격할 준비할게.”
1. (중앙; 2019-08-23; 정효식; “한일 협력을”→ “한국에 강한우려.실망”, 지소미아 거칠어진 美, 왜; https://news.joins.com/article/23559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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