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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는 5월 13일자 방송에서 무신론자나 종교인 모두가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일명 '카를로스의 전령사'라고 불리운 채널러(영적인 실체와 교감을 나누는 사람. 우리나라의 무당과 비슷함)에 관한 내용이었죠.
이야기는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천 년 전에 살았던 카를로스라는 주술사의 영혼과 교감하게 됐다는 한 청년이 미국에서 채널러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합니다.
그의 이름은 호세 알바레스. 겨우 스무 살 남짓의 젊은이였죠.
때마침 호주에서는 영혼과 대화하는 채널링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한 방송사에서 미국의 유명한 채널러인 호세 알바레스를 초대해자신들의 프로그램에 출연시켰습니다.
알바레스는 다른 사람의 과거를 읽었고 타인의 행동을 자신의 뜻대로 조종할 수 있었으며 스스로 맥박이 뛰지 않는 임사체험의 단계를 거쳐 영혼과 교신하는 것을 보여주는 등 기적과 같은 놀라운 능력을 대중 앞에서 선보였습니다.
그의 능력은 방송사와 언론을 통해 호주 전역에 알려졌고 더 많은 기적을 보기 원하는 군중들의 열광적인 시위 때문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고작 일주일만에 호주인들은 이 미지의 힘을 지닌 젊은이에게 푹 빠져버렸고 심지어 그를 종교적 숭배의 대상처럼 맹신하고 따르는 무리까지 생겨났죠.
하지만 정말 놀라운 진실은 나중에 밝혀집니다. 알바레스를 호주로 초대해 방송에 출연시킨 PD가 카를로스의 전령사는 자신이 기획한 사기쇼였다는 것을 폭로한 것입니다. 사실을 밝힌 PD는 영혼과의 교신이라는 게 얼마나 의심스러운 것인지 알리기 위해 그런 사기쇼를 연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쇼를 위해 PD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술사이자 회의주의자인 제임스 랜디의 도움을 구했습니다.
랜디는 채널러 역할을 맡을 전문 배우를 뽑자는 방송국 PD의 요청을 거절하고 평범한 스무 살 청년 호세 알바레스를 섭외합니다. 퍼포먼스 예술가였던 알바레스는 영험한 채널러인 것처럼 연기할 수 있도록 랜디에게서 여러 가지 트릭을 배웠죠. 사람의 마음을 읽고 맥박을 멈추게 하는 등의 마술 기법을 익힌 겁니다. 그리고 랜디는 알바레스가 마치 미국에서 유명한 채널러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각종 보도 자료를 위조했습니다.
호주인들은 제임스 랜디와 방송국 PD가 연출한 이 희대의 사기쇼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알바레스는 수천 년 전 죽은 영험한 주술사의 능력을 이어받은 신적인 존재로 떠받들여졌죠.
저는 호주에서 일어난 이 사건이 신을 만드는 실험에 성공한 예라고 봅니다. 몇 년 전 SBS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에 소개되었던 존 프럼 신앙의 경우보다도 훨씬 극명한 예죠. 기획 단계부터 누가, 왜, 어떻게 만들어낸 신인지 분명하게 기록으로 남아있는 흥미로운 실험이니까요.
전 무신론자로서 모세도, 예수도, 무함마드도 카를로스의 전령사 이야기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만약 지금보다 과학적 지식이 훨씬 뒤떨어진 수천 년 전 사람들 앞에 알바레스 같은 청년이 나타났다면 그는 분명 예수보다도 열광적인 신앙의 대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제임스 랜디는 자신이 설계한 이 사기쇼의 준비 과정을 다 공개한 뒤에 사람들이 쉽사리 미신에 속아 넘어가는 일이 없기를 바랐을 겁니다. 그런데 카를로스의 전령사라는 사기쇼를 직접 기획하고 출연한 당사자들이 진실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속아넘어간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믿음(?)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알바레스를 추종하며 지금까지도 그를 신격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제임스 랜디가 사기극의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카를로스의 전령사를 따랐겠죠.
......지금도 세상엔 자칭 재림 예수라거나 스스로 신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넘쳐납니다.
우주의 끝 너머 다중 우주의 세계까지 검증해가고 있는 21세기의 현대인들이 또 한쪽에선 너무나 뻔한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기극은 수천 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종교라는 이름으로 탈바꿈되기도 합니다.
기독교나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를 믿는 종교인들은 호주에서 벌어진 이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당사자들이 거짓이라고 밝힌 사기쇼의 진실마저도 외면하며 자기가 한 번 믿은 것은 계속 맹신하는 우매한 일부 호주 사람들을 보며 혀를 차겠죠.
종교인들은 자신의 신앙만큼은 참된 창조주를 믿고 섬기는 것이며 다른 사이비 종교와 다르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무신론자가 볼 때는 카를로스의 전령사를 믿는 사람이나 다른 종교인이나 전혀 다를 게 없습니다.
수천 년 전 태양을 멈추고 죽은 지 며칠 지나 썩은 냄새까지 풍기던 시체를 되살려내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이 기록된 중동 지역의 우화집을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믿고 있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죠. 살아있는 동안의 선행과 악행에 따라 다음 생에는 바퀴벌레나 멸치로 환생할 수 있다고 믿는 종교인도 수억 명이고요.
저는 이런 이야기에 종교인들이 뭐라고 답할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경전 내용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
"그건 심오한 비유일 뿐이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겠지만 종교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믿는 거다."
"고작 인간의 이성으로 신을 판단하려고 하지 마라."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한 번 체험해보면 알게 된다."
.........
그런데 죄송하지만 저 역시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다니며 태양이 멈추고 죽은 시체가 살아나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삼십 년 가까이 믿었던 사람입니다.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나 환상도 체험했죠. 하지만 결국 종교라는 이름의 최면에서 깨어났습니다.
저는 종교인들이 경전에 기록된 내용을 딱 한 발자국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거대한 코끼리가 지구를 떠받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믿는 타 종교인을 비웃을 수 있는 이성이 남아있다면 태양을 멈추고 물로 포도주를 만들고 죽은 시체를 되살리고 물 위를 걸었다는 신의 이야기도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길 바란다는 이야기입니다.
출처 : http://freethinker.kr/theory/26841
자유사상가의 <블루칼라>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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