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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112749
    작성자 : 이슐녕
    추천 : 319
    조회수 : 28347
    IP : 119.203.***.164
    댓글 : 38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6/02 14:48:08
    원글작성시간 : 2013/06/02 08:37:21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12749 모바일
    2011년 11월 28일 여러분이 베오베 보내주신 여자사람입니다




    안녕하세요, 제곧내네요.

    그때 그 분들이 아직도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문득 생각이나 한참이나 들려보지 않았던 오유와 왔다가

    2011년 11월 28일, 여러분이 베오베에 보내주신 글을 읽고 묘한 기분이 들어 이렇게 글을 올림둥.



    오유 정말 오랜만에 들어와본 것 같아요.

    2011년 당시에는 스물 두 살 여자사람이었는데, 남자친구도 있었는데,

    지금은 스물 네 살이 되었고, 남자친구는 없네요.

    쓸데없는 건 늘고 필요한 건 없어졌어…



    그때 당시 저는 열세살이 어린 남동생과 살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적었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전히 저는 그 남동생과 잘 살고 있네요.

    이 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동생은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흔히 말하는 분노조절을 못하는 문제아동이라

    그동안 놀이치료와 미술치료를 병행하며 애정을 많이 쏟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아교육과에서 교육도 받았다는 냔이

    동생의 내적 고통도 몰라주고 그랬었네요…

    아이들은 어릴 적에 겪은 상처를 제대로 아물게 해주지 않으면

    커가면서 점점 그 상처가 벌어져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제 동생은 지금 예전에 비해 제법 의젓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분노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는데 능숙해졌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제 동생이 이제는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 됐습니다.

    키도 제 목을 넘어섰구요. 발 사이즈는 제가 235, 제 동생이 230입니다.

    운동화는 같은 사이즈를 신어요. 

    현재로서는 운동화나 슬리퍼를 같이 신을 수 있어서 신발 값이 덜 드는게 만족스럽습니다.

    키는 자꾸 크는 바람에 옷은 매년 계절마다 새로 사줘야해서 슬프지만…

    밥도 제 1.5배 정도를 먹는 바람에 두 식구 살림에 엥겔지수가 높아만 가서 슬프지만…

    어쨌거나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일을 쉬는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야외로 자주 놀러가고 

    집에서도 아이가 자주 하는 싸움놀이(방에서 혼자 1인 다역을 맡아 소리도 지르고 효과음도 내고 놉니다)도

    같이 해주고, 같이 책도 읽고, 알 수 없는 게임의 아이템같은 그림도 같이 그립니다.

    자꾸 포션이라느니, 모험 필수 아이템이라느니, 알 수 없는 걸 그리지만 

    제법 입체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내심 '짜식, 제법이군(코밑쓱)' 하게 되는게 누나 심정이라

    뿌듯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귀찮지 않은건 아닐세.




    오랜만에 오유 들러서 그때 당시의 베오베 글을 읽어봤는데,

    제 기억으로 그 글을 휴대폰으로 적었던거거든요.

    오타도 작열이고 새벽시간이라 그런지 감성포텐도 필요이상으로 터졌더라구요.

    조금 민망했지만 그래도 덧글들을 하나하나 되집어 읽어보는데 대낮부터 

    제 감성 바이오리듬이 움칫움칫했습니다.

    뭐를 보내주겠다, 상담을 해주겠다, 뭐 이런 말씀 해주시면서

    카톡이나 메일 주소를 남기신 분들은 어떤 의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나쁜 의도에서 그러지 않으셨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당시에도 저는 용기가 없어서 인터넷 공간에서의 똥글을 싸지르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에는 조금 무서웠거든요.

    그래도… 제가 물론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하나만을 보고 

    저에 대해 좋게 생각해주시고,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도움의 손길 보내주고자 하셨던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작가가 꿈이었던 스물 두 살의 여자사람은

    여전히 작가가 꿈이지만, 그래도 먹고 살려면 취미로 두는 게 좋지 않을까 단념 중이고

    날 힘들게만 했던, 하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던 남동생과 여전히 티격태격 알콩달콩하게 살고 있고

    당신도 당신 인생이 있으니 이해합니다, 하고 여겼던 아버지를 정신적으로도 믿게 되었고

    조금 있으면 청약을 통해 투룸에서 아파트로 이사갈 예정입니다.


    생각해보니 그 당시에는 원룸에서 동생과 살았네요.

    지금도 저는 제가 아무것도 한 게 없고,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바보 스물 네 살이라고 생각하지만

    2년 밖에 안됐는데, 벌써 과거의 제가 원했던 미래의 목표가 달성된거였어요.

    나 제법인데…? 히히?




    저는 여전히 취미는 음주요 특기는 가무이니 이고,

    게임이나 만화를 좋아하고,

    남동생을 사랑하고,

    취미라도 좋으니 글을 계속 쓰고 싶은 마음입니다.

    2년이란 시간동안 변해서 좋은 것도 있고 변하지 않아 좋은 것도 있네요.

    남자친구가 없어진 것 빼구요.

    2011년 당시 11월 28일에 베오베행 티켓을 거머쥐고

    1달도 안되서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후 여전히 솔로입니다.


    오유를 하면 애인을 잃는다는 말이 진실이었음을 깨닫고 

    오유를 끊었건만, 저는 또 이렇게 다시 돌아왔네요.

    지금은 잃을 것이 없으니

    아무 이상없겠죠?

    예를들어 애인 없는 기간으로 딜을 한다거나 그런건 아니겠죠?



    하여간 이 글을 우연히라도 읽고 

    더더욱 우연히라도 당시 제 글을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과거의 고통을 이겨냈다고해서 지금의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고통 또한 언젠가 이겨낼 수 있겠죠.

    2년 전의 제가 2년 후의 제가 되어 잘 살고 있는 걸 보면요.


    오랜만에 들러 똥글 한 번 푸대지게 싸질러보고 떠납니다.

    생각도 안 하고 정리도 안 하고 막 쓴 글이라 진짜 레알 똥글이여.

    여러분 나만 보이나요…? 내 글에서 흑룡의 해가 떠오르고 있자나여…

    여러분들의 변기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그 녀석이여…


    요즘 오유를 안봐서 유행하는 말이나 끝맺음이 뭔지 모르겠네요.

    그냥 내 멋대로 해야지.





    여어- 커피말고 당신을 주문하고 싶은데☆ (찡긋)

    나에게 주문당해줄텡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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