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 착한 사람이있다
시키는 대로 불만없이 일하고 심지어 본인 근무날도 아닌데
먹을거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사람들 하고 어울린다.
사람들이 그 사람이름을 말할때면
'아~ 착한 00씨'
라고 한다.
겉보기에는 회사사람들에게 헌신적이고 또 바보같을 정도로 이것저것
사다나르는게 맞다. 별다방 텀블러를 싸게구하는 방법없느냐는
누군가의 물음에 사무실 인원수 여댓명 딱맞게 그걸 사다 바치기도 했다.
근데 나는 그 사람이 싫다.
그와 나는 하는 일이 같다. 정확히는 같은 포지션에 위치해있고
그가 출근하지 않는 날이 내가 출근하는 날이다. 로테이션 근무는 아니지만
사무실은 협소한 편이라 그와 나의 자리가 따로 분류되어있지 않다.
나는 내가 출근하기로 한 날에만 출근하기 때문에
나보다 일찍 출근해서(우리의) 자리에 앉아 인터넷을 뒤적거리는 그가
조금 불편하다.
그가 먹을거리를 사들고 방문하는것 역시 그렇다. 나보다 고작 한달 전에 입사한 그는
나와 같은 월급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2일에 한번꼴로 3~4만원 어치의 먹거리를 들고
사무실에 온다. 사실 이 일자리는 직장이라기 보다는 알바다. 돈 백만원도 못버는 사람이
그렇게 까지 해올때면 '나도 이렇게 월급받으면 해야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는 말끝마다 죄송해요 라고 한다.
'00씨 죄송한데 이것좀 도와주실수 있어요?'
'죄송해요 제가 했어야 할 일인데...'
'죄송하지만 그거 먼저 하셔야 할거같아요'
그와의 하루 대화의 80%는 죄송하다는 말이다.
별것 아닌 것들이다
예를 들면 판넬제작할때 양끝을 붙잡고 있어달라거나
테이프를 붙여달라거나
혹은 미처 마무리하지 못하고 퇴근한뒤에
카톡으로 내게 인수인계를 할때.
초반에 나는 그의 말투에 짜증이 일면서도
짜증이 났다는 사실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며
'아니에요' 라고 했었다.
나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
일한지 한달이 조금 넘는 지금에도 사적으로 연락하는 직장사람들이 없다.
그리고 그것을 딱히 불편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종종 밤열시쯤에 '죄송해요~' 로 시작하는 업무인수인계와
'타로보실줄 아세요?ㅎ' 등의 뜬금없는 카톡을 보내온다.
물론 나는 그에게 번호나 카톡 아이디를 알려준적이 없다.
아마도 내가 비상연락망에 쓴 번호를 보고 연락을 해온것 같다.
그리고 내가 그 '화내기 미묘한 무례'들에 익숙해질때쯤
그는 그날도 불쑥 출근하여 '우리의'자리에서 피씨에 띄워놓은 내 개인적 인터넷 기록물을 보고있었다. 뚫어지게.
그리고 그는 태연하게
'00씨 이런 취향이에요? 하하' 하고 웃었다.
별것 아닌 게시물이기는 했다. 내가 자주가는 소설카페였고 카페새글알림에 무심코 그것을 눌러놓은채
선임의 부름에 엉덩이를 뗀것이 실수라면 실수겠지.
나는 착한 그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그는 또 죄송하다고 했다.
오늘은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중 누군가 차를 바짝 내 옆으로 몰았고 옆을 보니 그가 운전하고 있었다.
'지금 돌아가시는 거에요?' 차 밖으로 요란한 음악이 울려퍼지고, 나는 '네'라고 대답한뒤 재빨리 앞서 걸었다.
그리고 그는 그 좁은 골목길에서 엄청난 속도로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양치질을 하는 내옆으로 그가 와서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거절했으나 결국 그의 일을 도와주어야 했다.
그는 내 눈치를 보더니 너무 죄송하다며 별다방 텀블러가 필요하시냐고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일을 도와주었으니 내일도 돕겠다며 곁에 앉았다.
그리고 내가 하고있던 일을 아주 서둘러 처리하려했다.
나는 턱끝까지 올라온 말을 삼키고 괜찮다고 했다.
그는 너무 죄송하다며 내가 출근하는 날 맛있는것을 사온다고 했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