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원, 김동규씨에 이어 방송인 김흥국씨가 22일 오전 11시경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주민투표독려 1인 시위에 나섰다.
중절모를 쓴 김씨의 두 손에는 축구복을 입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든 자신의 캐리커처와 함께 '민주주의 꽃은 선거입니다', '투표짱!', '투표는...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다. 김씨는 지난 6월 MBC 라디오 <2시 만세> '부당퇴출'에 항의하면서 MBC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시 '삭발식'을 감행했던 김씨는 당분간 절에 들어가 지내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 눈물 보며 함께 눈물... "투표 거부, 맞지 않다"
2개월여 만에 다시 대중 앞에 나선 김씨의 표정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중절모를 벗자 머리카락도 어느새 꽤 자라나 있었다. 김씨는 요즘도 괴롭고 답답할 때면 수시로 절을 찾는다고 했다. 투표거부운동본부와 투표참여운동본부 측에서 나온 1인 시위자들과 나란히 선 김씨는 활짝 웃는 얼굴로 시민들을 향해 손팻말을 들어 보였다.
1인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를 묻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오세훈 시장의 어제 눈물을 보면서 (오 시장이) 저렇게까지 모든 걸 다 바칠 정도로 주민투표가 중요하구나 (라는 걸 느꼈다)"라면서 "투표를 이틀 앞두고 제가 방송을 못하니까 1인 시위라도 해서 좀 알려야 되겠다, 24일 날 반드시 투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날(21일) TV를 통해 오 시장의 눈물을 보면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자신은 물론이고 아내 그리고 아들과 함께 이번 주민투표에서 반드시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김씨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벌이고 있는 주민투표 거부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김씨는 "'나쁜 선거다' 이런 표현은 처음 들어본다, 왜 이렇게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면서 "투표는 권리다, 투표장에 가지 말라는 선거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전면적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김씨는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김씨는 "어려운 사람은 당연히 도와줘야겠지만 전체적으로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국민의 세금을 받아놓고, 다른 욕심을 가지고 선거 거부운동하고, '나쁜 선거다' 이런 부분은 맞지 않다"라고 투표운동거부 진영을 비판했다.
"무상급식은 어려운 사람들만, 전체적으로 할 수는 없지 않나"
'오 시장과 사전에 조율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전혀, 전혀"라며 손을 저었다. 김씨는 "어제 오세훈 시장의 눈물을 보면서,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하고 혼자 나왔다"고 말했다. 앞서 '친한 친구'인 박상원씨가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예인도 동참하는 게 좋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김씨는 어제 오세훈 시장의 눈물을 보면서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김씨는 자신으로 인해 투표율이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오 시장에 대해서는 "참 어려운 결단을 하셨다, 힘내시라"면서 "그 눈물이 헛되지 않으실 거다, 24일 날 반드시 승리하실 거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은 김씨와 나눈 일문일답.
- 어떻게 나왔나.
"오세훈 시장의 어제 눈물을 보면서 저도 같이 울었다. (저렇게) 시장을 걸 정도로 이번 주민투표가 중요하구나. 저렇게까지 하면서 모든 걸 다 바치는 모습이... 방송을 쉬면서 재충전 때문에 조용히 쉬고 있는 상황인데, 투표를 이틀 앞두고 제가 (지금) 방송을 못하니까 1인 시위라도 해서 나도 좀 알려야 되겠다, 24일 날 반드시 투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오게 됐다."
- 단계적 무상급식 안, 즉 오세훈 시장 쪽 안에 찬성하는 쪽인가.
"무상급식...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투표) 반대운동이라고 그래야 하나. 투표는 행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 자기 권리를, 투표를 해야 하지. '투표장에 나가지 맙시다' 이러면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청소년, 미래한테 뭘 보여주겠나. 어떻게, 투표장에 가지 말라는 선거가 어디있나. '나쁜 선거'다. 이런 표현은 처음 들어본다. 왜 이렇게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합의를 해서 날짜가 정해지고 선거를 하고. 우리 집에 우리 아들까지 (투표공보물이) 3명한테 왔던데 반드시 투표행사를 해야지. 어떻게 8월 24일 날 정해놓고 한 쪽은 투표하자, 한쪽은 투표하지 말자. 그건 옳지 않다."
-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은.
"어려운 사람은 도와 줘야죠. 당연히. 그런데 전체적으로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국민의 세금을 받아놓고, 다른 욕심 가지고 갑자기 선거 거부운동하고. '나쁜 선거다' 이런 부분은 맞지 않다. 어려운 사람은 도와줘야죠. 그건 반드시 해야죠. 그러려고 돈(세금)을 내는 건데. 좋은 데는 써야죠."
"참 어려운 결단 하신 오 시장, 힘 내시라"
- 나오기 전에 오 시장이랑 이야기는.
"(손사래 치며) 전혀 전혀. 어제 오세훈 시장의 눈물을 보면서, 제가 매일 방송하던 사람이 쉬고 있으니까, 나가야 사람을 만나든지 하지(웃음).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하고 혼자 나온 거예요."
- 피켓 직접 만들었나.
"(옆에 있는 한 남성 가리키며) 이 후배가 만들어줬죠. 해병대 후배가."
- 나와 보니 어떤가.
"관심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모르죠. 내일모레 투표를 다들 해줄지. 제가 나와서 투표율이 높았으면 좋겠네요(웃음)."
- 최근 근황은.
"절에 많이 가있죠. 어떤 사람은 흥국사 가있다고(웃음). 어떤 사람은 나비스님이라는 사람도 있고. 지난번에 그, 내 친한 친구 박상원 친구가 하는 걸 봐서 연예인도 좀 동참하는 게 좋지 않나. 그런 생각도 좀 했었어요. 그런데 어제 오세훈 시장 눈물 보면서 아 나도 나가야겠다 했죠."
- 절에서는 언제 내려왔나.
"아무 때나 하산해요. 하하하. 괴롭고 답답하면. 혼자 있으니까. 뭐 승려가 된 건 아니고(웃음)."
- 오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은.
"참, 어려운 결단을 하셨는데, 시장직까지 내놓을 정도로, 그런 눈물이 헛되지 않으실 거라고 본다. 힘내시고 24일 날 좋은 결과, 소식이 있으실 거다. 저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