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4개월에 식올리고 신혼생활 시작했어요
저는 결혼과 동시에 퇴사해서 전업주부 되었구요
남편은 결혼하고 한번도 빨래를 해본 적이 없어요
청소기 돌리기, 물걸레질도 안하고요
아기 6개월인데 아기목욕 한번도 시켜본 적 없네요
남편은 일주일에 한번 분리수거와 화장실 청소해요
청소 빨래 요리 설거지 등 집안일 제가 모두 전담하구요
아기빨래 아기이유식만들기먹이기 아기목욕 아기재우기 등 육아 전반도 제가 전담
결혼 이후 임신중이나 육아중이나 항상 아침 7시반 남편 아침 차려줌(1년동안 딱 2번 안차려줌)
남편은 저녁도 꼬박꼬박 집에서 먹어요
7시~8시 퇴근해서 제가 요리하고 밥차리고 치우고 설거지하고 뒷정리하고 샤워할동안 아기 한두시간 봐줍니다
음...써놓고보니 우리남편 완전 별로 같나요?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사이는 놀랍도록 좋습니다
연애때도 그랬지만 임신중에도 육아중에도 아직까지 싸운적이 한번도 없어요
물론 여기에는 아주아주 필수조건, 대전제로 저의 건강함과 순한 아기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임신중에도 매우 건강했고 출산도 순산, 회복 빠르고 건강한 편
아기가 순한편인데 결정적으로 생후3일부터 밤잠 4~5시간 자는 대박아기...
잠이 부족하지 않으면 집안일과 육아전담 할만하더라구요
(딱 한번 환경 바껴서 아기가 밤에 2시간에 한번씩 깨서 울었던 날 있는데 다음날 인간의 형상을 유지하지 못함ㄷㄷ 하루만 못자도 이런데...대부분의 평범한 밤잠없는 아기어머니들 존경합니다ㅠㅠ)
하지만...저도 사람인데 하루종일 집안일하랴 육아하랴
당연히 힘들때도 있고 피곤할때도 있고
남편에게 서운할때도 있어요
그럼에도 저의 투정이나, 예민하고 날카로운 말, 틱틱거림 등이
한번도 싸움으로 연결되지 않은 이유는
우리 남편이 입으로 천냥빚 갚는 사람이라서 그런듯
퇴근하면 항상 하는 말 "오늘도 수고했어 애보느라 힘들었지"
제가 아기랑 있었던 시시콜콜한 일들, 오늘은 이랬어 저랬어
이게 힘들었고 저게 짜증났어
다 들어주고 추임새 잘 넣어줍니다 "우와 그랬어? 우와 힘들었겠다"
제가 기분이 안좋은날 남편의 무신경한 한마디에 껀수라도 잡은듯이 벌컥 짜증을 내면
깜짝 놀란 얼굴로 제 얼굴을 곰곰이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말해요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오늘 기분이 별로네? 무슨 일 있었어?"
그런 남편의 태도를 보면, 어느새 마음이 누그러지고 괜히 화풀이한것 같아 미안해지죠.
뭐...매사에 이런식입니다. 쓰고 나니 정말 별거 없네요;;
그런데도 저는 놀랍도록 지금의 생활에 만족해요.
그런데 이런 얘기를 친구에게 하면, 공감 못받습니다.
너 남편 그렇게 길들이는거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시켜야한다,
나중되면 안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등등...
근데 저는 정말 괜찮거든요. 하루하루 행복하다고 느끼거든요.
물론친구에게 저런말을 들은 후로 고민이 좀 됐었어요
정말 그런가? 다른집 남편들은 딴건 다 안해도 아기목욕은 시켜준다던데. 아기보느라 힘들었다고 청소도 빨래도 설거지도 해준다던데. 내가 너무 꾀가 없었나? 혹시 이러다가 정말 내가 다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라는 팔랑귀가 난동을 부릴때쯤, 읽고있던 육아책에 이런 내용이 나왔어요
남편이 집안일과 육아를 몸으로 지원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아내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다.
가사와 육아에 지친 아내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하고 격려해주는것이 오히려 아내의 만족도가 더 높을수도 있다는 거죠.
그제야 맘이 좀 놓였어요. 그리고 새삼 남편한테도 고마웠구요.
저번 주말에 시댁 김장하러 1박2일을 갔었어요.
시댁이 주택인데 0.5층 농사창고에서 다들 김장을 하고
저는 아기에게 붙어있느라고 참여는 못하고 1층 집안에만 있었죠
대여섯명이서 350포기를 하는데; 저희 신랑 진짜 고생하더라고요ㅠ
저는 물론 아기 때문이라지만 시엄니 시아부지 형님들 아주버님들 다 고무장갑 끼고 추운데서 일하시는데 따뜻한데서 아기만 안고 있자니 몸은 편해도 마음은 불편하고
초딩 시조카 대여섯명이 아기랑 논다고 치대다가 애 넘어뜨리고 울리고ㅠㅠ 지네끼리이리뛰고 저리뛰고 아기 젖먹이는데 벌컥벌컥 문열고 들여다보고ㅠㅠ
몸만 편하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편두통까지 오고 잠도 설치고...그렇다고 정말 힘들게 일한 신랑한테 투정할수도 없는 노릇이라 잠자코 집에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드디어 김장 다끝나고 완전히 피곤에 쩔은 신랑이 제가 있는 방으로 기어올라와서는 입열고 한다는 첫마디가
"힘들지? 피곤하겠다 고생했어..."
ㅠㅠ그때 정말 뜬금없이 '와 나 정말 이사람이랑 결혼 잘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론은요. 당연히 집집마다 사정이 다 다르겠지만요.
기본은 그거 같아요. 따뜻한 말한마디.
나 힘든거 고생하는 거 이사람이 알아주고 고마워하는구나 하는 위안이 생각보다 굉장히 크고 살아갈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남편이 집에서 몸으로는 별일 안해도 말로 다하니ㅋㅋ 저도 집안일도 육아도 힘들지만 남편도 밖에서 돈버느라 얼마나 힘들까 항상 생각하며 말한마디 이쁘게 하려고 항상 노력하게 되네요.
이상... 이런 부부도 있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각 가정에 항상 평안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출처 |
아기가 잘동안 애니를 볼까 만화책을 볼까 두근두근하다가 문득 오유에 글을 써버린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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