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위치는 하나의 사건으로 난장판이 났습니다. 한 남성 트위치 스트리머가 여성 스트리머들을 성추행했다는 논란때문이죠. 피해자라고 나선 여성 스트리머는 3명이며, 남성 스트리머는 이와 관련해 반론이나 해명을 하며 일단 방송활동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성추행과 그 사실여부는 이 문제가 법적인 영역으로 넘어가는 중이라서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이 사건은 현재 다른 건으로 인해서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해당 남성 스트리머는 한 '크루'에 속해있었습니다. 트위치 내에서는 유명한 크루이며, 다른 스트리머나 타 크루들과의 교류도 활발했던 곳입니다. 특히 문제가 된 남성스트리머는 '극한의 인맥왕'이라 불리울 정도로 트위치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발이 넓었던 사람입니다. 그러다보니 피해자와 피의자 양쪽 모두에 교류가 있는 스트리머들이 넘쳐났고, 문제가 된 이들의 팬만이 아닌 타 스트리머의 팬들까지 뛰어들어 '트위치판 대형스캔들'로 발전 한 상황입니다. 그만큼 해당 크루의 영향력이 상당했던 것이죠.
그런데 그런 크루의 크루장이 상당히 성급한 판단을 했습니다. 문제가 불거진 초기에 해당 남성 스트리머를 영구제명하는 조치를 취한겁니다. 남성 스트리머는 조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납득했으나 자신의 이야기는 들어보지 않고 피해자라 주장하는 쪽의 이야기만으로 조치를 취했다며 한때 믿고 따르던 형에게 큰 실망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성추행 문제와는 별도로 쌍방간의 입장을 제대로 들어보기는 한 것인지, 또 피해자라 주장하는 여성 스트리머를 자신의 방송에 출현시켜 일방적 주장을 하도록 하곤 왜 피의자가 된 쪽의 주장은 묵살한채 제명을 결정한 것인지 등 시청자들 쪽에서 항의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 크루의 소속 스트리머들이나 크루는 아니지만 인연이 깊은 몇몇 스트리머들이 성급한 언행을 하면서 '성추행 사건'과 '제명 사건'이 분리되어 달아오르는 상황이 되었으며, 시청자들 항의로 해당 스트리머들은 입장발표 외에는 방송진행을 못하게 된 실정입니다. 이 일은 현재 진행형이고 하루하루 새로운 것이 터져서 정리가 힘들정도입니다. 26일에 예정 된 여성스트리머의 입장방송이 있어서 아마 오늘은 좀 조용할 것 같지만...현재 페미진영이 이 사건에 개입을 시작해서 더 개판이 될 것이 뻔하기도 하죠.
그럼 일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성추행이라는 건 입증이 상당히 어려운 사건입니다. 최근 성추행과 관련한 사건이 큰 문제가 되어 여론이 달아오른게 몇번 있었죠? 지하철에서 '우연'으로 인한 신체접촉이 성추행이 되어 경찰서를 가게 되었다는 류의 이야기는 그 전부터도 널려있었고, 지하철에서 잠이 들면 꽃뱀들이 성추행범으로 몰아 합의금을 뜯어낸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었습니다. 성범죄에 있어 무고라는 가능성의 문제가 있고 '무죄추정의원칙'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존재하기에 - 물론 성범죄에 한해 '유죄추정'이라는 말이 있기는 합니다 - 쉽사리 결론을 내리고 어떤 '행동'을 하면 그 반동으로 인해 난장판이 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 취해진 '제명'이라는 조치는 제대로 된 절차가 없었고 그로 인해 충분한 '명분'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행해졌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겁니다.
사건이 복잡하고 하루하루 달라져서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 '명분'에 대한 겁니다. 사실 진보진영에 사람들은 이 '명분'이라는 걸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신념이 있고 이를 관철시켜야하는데 '명분'이 없다며 미적거리고 있으면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 것이죠. 그러나 충분한 '명분'이 없이 밀어붙인 일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은 실패한 혁명입니다. 프랑스는 대혁명 후 100년도 더 지나서야 혁명정신에 어울리는 국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 두차례의 큰 혁명이 더 있었으며 - 7월혁명과 2월혁명 - 방데학살이라는 끔찍한 내전을 벌여야했고 파리코뮌이라는 반정부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선 적도 있습니다. 대혁명 이후 프랑스의 정치혼란이란 재앙이라 불릴 수준이었으며 그 시발점이 프랑스 대혁명 그 자체라는 엄청난 아이러니가 만들어진 것이죠.
프랑스 대혁명 후 혁명정부를 구성했던 자코뱅파와 그 리더였던 로베스피에르는 자신이 가진 신념을 무기로 전횡을 일삼고 반대파를 숙청하는 피의 학살자였죠. 일명 기요틴성애자...특히 혁명의 동지였던 당통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그는 '명분'을 완전히 상실하고 폭주합니다. 그 이후 로베스피에르는 미치광이가 되어 폭주하고 결국 반동이 일어나 처단됩니다. 그리고 나폴레옹이 등장해 혼란을 수습하고 '황제'가 되어버리니 프랑스 대혁명은 '공화주의 혁명의 실패'라는 결론으로 끝이 납니다. 물론 그 정신은 남아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이어진 두차례 혁명의 씨앗이 되지만요.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거창한 역사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지금도 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민주노총이죠. 민주노총이 어디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 못난이가 되버린 이유가 뭘까요? 이상에 매몰되어 명분을 등한시하고 최후의 수단을 쉽게 남발하기 때문입니다. 이상적인 것이 언제나 명분을 제공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자가 잘 사는 세상? 이상적으로 옳죠. 하지만 그것이 무작정 파업부터 생각하고 보는 민주노총의 방식에 명분을 주지는 못합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민주노총 조합원들끼리 만든 것이 아니거든요.
진보가 자신들이 지닌 신념,이상 따위를 이유로 쉽사리 던져버리는 '명분의 확보'란 사회의 다종다양한 구성원들이 공감대를 나누는 거대한 공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타블렛PC가 터지고 박근혜라는 쓰레기의 민낯이 공개되는 순간 '박근혜 타도'는 거대한 명분을 획득했고 탄핵이라는 전무후무한 성과를 달성해냈던 것입니다. 명분을 쌓지 못하고 우선행동을 하였을 때에 만들어지는 혼란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너무나 급박해 명분을 도외시하고 행동을 먼저하더라도 어느정도 상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 명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출구전략이라 부르곤 합니다.
최근 이재명과 관련해 또다시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주요인사 몇몇을 향한 비난도 다시금 등장하고 있죠. 단지 조치를 취하기엔 아직 좀 부족한 상황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취해도 이재명 지지자라며 분탕질을 치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재명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도의적 책임을 넘어 법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수준까지 가서그냥 경기도지사에서 꺼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다만 지금 이재명이라는 인간을 당에서 제명하는 식의 조치가 취해질 수준으로 충분한 명분이 만들어졌나...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재명을 쳐내는 것은 단순히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합니다. 정치라는 영역에 걸쳐있기 때문입니다.
고작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 스트리머들간에 벌어진 일임에도 제대로 된 명분없이 행동했다가 전체가 몰락중에 있습니다. 하물며 정치의 문제입니다. 경기도민들의 생활이 걸린 일이기도 하고요. 고작 한줌의 인터넷 여론만으로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재명을 눈앞에서 치워버리기 위해서 해야할 일이란 뭘까요? 결속을 다지겠다며 온건,신중론자들을 이재명 지지자로 몰아 사상검증을 하며 숙청하는 것? 로베스피에르가 그짓을 하다가 총에 맞아 턱이 날아가고 결국 기요틴에서 목이 잘렸죠.
명분을 만들어야죠. 정확히는 쌓아야합니다. 어찌어찌 계속 지금의 상황이 이어져 이재명이 민주당에서 축출당했다고 합시다....그래봐야 경기도지사입니다. 그건 그럼 어떻게 하죠? 이제 민주당 아니니까 그냥 두나요? 그럴거면 시작도 안했을 것 아닙니까? 이재명은 쓰레기라는 당위를 쌓아 명분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서 압살을 해야할 것 아닙니까. 그리고 그 전환점은 인터넷 여론전과 언플이 아닙니다. 아무리 빨라도...'1심판결 이후'가 될 겁니다. 왜 양승태가 기를 쓰고 사법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을까요? 사법부의 판단보다 '국민의 다수'에게 먹히는 명분은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에 제명을 해야하는데 안하는 것보니 이해찬은 이재명 편이라느니...그딴 한심한 소리 좀 작작했으면 합니다. 선조치를 취했을 때 이재명은 바로 언더독입장으로 들어가 물어뜯을 겁니다. 이재명에겐 독자적인 세력도 있고 선거때 양상을 보면 대통령에게까지 똥물 튀기려는 인간들이 섞여있음이 명백하지 않나요? 그 혼돈을 누가 버텨줄건데요? 문빠? 문파? 문꿀오소리요? 유투브에 극우쓰레기들만큼의 힘도 없어서 손놓고 방치하고 있는 그 문빠, 문파, 문꿀오소리요? 누구들이 주변을 숙청하신 덕분에 조각조각 나서 이미 구심점이 사라져버린 이들이 뭘 할 수 있는데요?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를 했다가 책임도 못지고 사라지는 꼴을 하도 많이봐서 식상하니 좀 반복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조급하고 기분나쁘다고 절차니 명분이니 안따지기 시작하면 전부 아작이 나는 겁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왜 문제의 크루장은 저런 성급한 조치를 취했을까요? 피해자로 나선 여성스트리머 중에 한명이 크루장의 여자친구였거든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기 힘들었을겁니다. 피의자로 지목된 사람과 말도 섞기 싫어서 충분한 반론권을 주거나 기다려주기 힘들었을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자신의 자리에 책임이 걸려있는 것이라면 냉정하게 한번을 따져봐야 했을 겁니다. 자신의 기분만에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해찬이 이재명을 그닥 옹호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재명이 선거과정에 한 언행들은 이해찬에게 매우 모욕적으로 다가올 수 잇는 것들이 많았거든요. 그럼에도 왜 꾹 참고 기다려야하는지..그 고충을 이재명 쉴드라 불러도 되는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