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아정신과에 근무하는 놀이치료사에요 오늘 같은 토요일에도 근무를 하는데 지금은 한 아이가 중간고사 대비를 한다고 안와서 이렇게 잠시 오유를 켰지요
그 중간고사 대비한다고 토요일에 학원 간 아이요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내일도 보충하러 가야한대요
여기가 강남 등 사교육의 메카인가? 그것도 아닙니다 경기도이고 주로 서울서남부지역 인천 부천 안산 안양 등지에서 많이 옵니다
영어유치원이요? 서울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영어유치원에 심리검사 하러 간적 있어요 저는 7명의 아이들을 봤고 다른 치료사들까지 합하면 한 30명 정도 봤어요
어땠게요? 그 7명 중에 한명은 정말 똘똘하고 영어를 자연스럽게 섞으면 이야기 하더군요 아마 많은 부모님들이 그 아이의 모습을 기대하며 보내겠지요? 근데 실상은요 아이들이 말을 안해요. 아예 말 자체를요. 검사라서 그런거 아니냐구요? 병원 찾아와서 검사 받는 애들 중에 선택적 함묵 아이들. 딱 그 모습이었어요 놀잇감 보여주고 호의적인 모습 보이니 아이도 조금씩 말을 하는데 "선생님 저 영어 안했다고 하지 마세요." 라고 하대요 검사에 대해 자세히 쓸 순 없지만 정말 5살 6살 7살 짜리 애들이 공부 못해서 걱정하고 있는게 말이 되나요?
그리고 교실을 봤습니다 정말 그냥 영어학원이더군요 영어포스터 몇개 붙어있고 초등생 같은 책걸상 따닥따닥 놀이실은 없냐고 물으니 저기라며 가리키는 곳은 도서실이더군요 헐
그리고 유아교사라는 사람들이 교실에서 하이힐 미니시커트 화장떡칠 메두사손톱..한 아이가 많이 느려보이길래 몇월생이냐 물었더니 "그게 중요해요?" 라고 하더이다
도대체 그런 영어유치원에 돈 백넘게 들이는 부모들은 무슨 생각인걸까요?
워낙에 우리나라가 자본주의에 살기 힘든 반후진국이다 보니 경쟁에 살아남기 위히 자녀 교육 올인하는거 이해합니다
생존 앞에서 인성교육 무시되는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가 눈앞에서 당장 힘들어 죽으려 하는데도 학원 과외 공부 공부 공부 공부 공부......
요즘 애들 정말 불쌍합니다
자세히 쓸 순 없지만
분노 불안 우울은 기본이고 불면 틱 중독 분노폭발 산만은 옵션입니다
소아정신과라 그런거 아니냐구요?
저와 제 동료는 학교에 집단상담도 하고 개인상담도 합니다 그나마 소아정신과로 데리고 오는 아이들은 다행입니다 그래도 병원 다니면 나아지긴 하니깐요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조용히 지쳐가고 그 가운데 많은 아이들은 생명에너지를 잃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