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슴체를 안쓸 이유가 없으니까 음슴체.

대학 다닐 적에 어쩌다 알게 된 친한 횽 중에

직업이 '형사'이신 분이 계셨음.

그 횽도 혼자 살고 나는 빌붙어놀기 좋아하는 대학생이고 어쩌다 죽이 맞아

거의 그 횽아 집에서 자취하는 듯한 삶을 삼.

'형사'니까 관련 물품이 좀 집에 널부러져있음.

수갑이라든가, 권총용 공포탄이라든가, 알맹이 없는 경찰수첩용 지갑이라든가, 호루라기다든가, 차량용 비상등이라든가.....

뭐 이런 것들.....

그 중에 수갑에 관련된 이야기임.(물론 위에 언급한 아이템들마다 에피소드가 있음)

수갑,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아이템이지만 또 영화나 드라마 보면 꼭 나오는 아이템이기도 하잖음?

철없는 대딩이었던 나는 수갑을 가지고 장난치기 시작함.

그래서 당시의 구형 수갑을 완전히 이해하게됐음.

그래서 그 횽아한테 '수갑 풀기 완전 쉬움요, 수갑 찬 채로 풀 수도 있음'하면서 수갑차고 푸는 모습을 보여줌.

그 횽아 막 웃더니 잘한다고 칭찬해줌.

그러더니 개량형 수갑이라고 풀기 어려운 수갑이란 것을 보여 줌. 신형 수갑인데 구형 수갑의 메카니즘하고 달라서

풀기 어려움. 많이 어려움.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보자마자 딱 감이 오는 구형 수갑하고는 다름.

어느날 술 잔뜩 꼴아먹고 그 횽아 집에 갔는데 횽아는 없고 신형 수갑만 있음.

수갑하면 떠오르는 장면 있지 않음? 아니, 그거 말고(이런 변태같으니....)

한 쪽 팔엔 수갑 채우고 다른 한 쪽을 운전대나 책상 다리라든가 암튼 딴 데 채우는 거

술김에 한 쪽 손에 수갑 채우고 한 쪽은 방안에 있던 의자 다리에 휙하고 채움.

그리고 폭풍수면

다음날 일어나서 학교 가야하는데, 학교 수업시간에 맞춰가려면 간당간당한 시간인데

집에 수갑 열쇠가 없음. 집 주인 횽아도 안들어옴.

완전 착하게 자란 아이인지라 학교 수업을 빠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때였기 때문에(입학하고 한 달 지났으니 뭘 알겠음)

암튼..... 학교 어떻게 가지.....라고 고민하다가 생각해보니....

의자 다리에 채운거니까 의자를 들면 수갑이 빠짐. ㅋㅋㅋ

암튼 당황햇기는 했나 봄. 저런 생각이 바로 안든 것을 보면.....

수갑 푸는 것은 포기하고 걍 쿨하게 밖으로 나감 4월 중순 조금 넘을 때인지라 아직은 긴 팔 입고 다녀도 무방한 날씨인지라

수갑은 긴팔 소매에 넣어서 감추고 쿨하게 학교 가는 버스탐.

충암고에서 명지대 쪽 거쳐서 신촌가는 버스였던지라

버스 안은 개혼잡.

어제 먹은 술도 덜 깨고 아침밥도 제대로 못먹어서 퀭하니 버스에 서 있는데

버스가 갑자기 급 정거를 딱!

버스 손잡이를 잡았던 수갑찬 쪽 손이 미끌어지면서 수갑이 촤르륵~ 소리를 내며 팔에서 댕글거림.

완전 놀래서 얼른 다시 감추기는 했지만

ㅜㅜ

버스 안은 이미 나를 중심으로 해서 좌악 갈라진 사람들...... 

안그래도 노안인지라 같은 학번 삼수생 형이 '너한테는 반말하는게 미안해.' 이런 소리 듣고 살던 사람인데

초중고딩 때 별명이 프랑켄슈타인, 인조인간 6호..... 이랬던 사람인데

거기에 후줄근한 점퍼에 한 쪽 팔엔 수갑......

내가 생각해도 버스에 탄 다른 사람들 심정이 이해가 감. 112에 신고 안한게 어디야. ㅜㅜ

별 수 있음? 그 버스 내리고 두 정거장 더 걸어간 뒤 다른 버스 타고 학교 감.

그렇게 무사히(?) 수업듣고 동아리 방에서 근 두시간 낑낑대서 신형 수갑을 열쇠없이 푸는 방법을 알아냄.

ㅋ

그리곤 형사 횽아한테 그 얘기 자랑질했다가 수갑으로 맞음. ㅋㅋㅋ

또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 이후 수갑나오는 영화, 드라마 장면만 보면 혼자서 씨익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