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다행이죠. 일하면 정신없이 하루를 보낼수 있으니까요.
여자고, 32살입니다.
작년 10월
가깝게 지내던 친구1 결혼 (후 일본 거주)
친언니 결혼 (후 제주도 거주)
친구2 결혼 (신랑이 영국사람)
그 외에 대학동기들 예전에 결혼 하고 지금 아들낳았다 쌍둥이 낳았다 소식이 하루건너 하루씩 들려옵니다.
보러 가기도 하는데 별 감흥이 없습니다. 걍 감자같구나.. 방긋 웃는구나.. 손톱이 굉장히 작다.. 이정도.
엄마는 얼마전 태어난 언니의 아들 사진을 보고 즐거워합니다.
제 조카이기도 하죠. 일이 바빠서 제주도에 못갔습니다. 조카도 아직 못봤습니다.
전 지난 2월에 결혼을 약속한 남자랑 헤어졌습니다.
동거 1년하고, 아침에 뭐 가지러 집에 갔는데 여자랑 둘이 침대에 누워있더라고요.
이성적으로는 완벽하게 정리되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내 눈으로 보고 미련없게 헤어지게 된게 천만다행이다 싶고요.
감정적으로는 정리가 되지 않아 불안과 우울로 약을 먹고 있고,
그 남자를 만나는 꿈을 꾸고 나면 내가 너무 불쌍해서 웁니다만, 대체로 폐인이 되었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세븐틴이 아니라 써리투 이니까요. 오히려 환기시키는데 온갖 수단을 동원합니다.
엄마는 4년전 아빠를 먼저 보내고 새 애인을 만난지 1년 넘어갑니다.
젊었을때 아빠가 엄마한테 다정하게 안하고 죽기 전까지 속만 썪여서 별거를 꽤 했고, 결국 돌아가시면서 장례만 치뤘습니다.
엄마는 무슨 이야기만 해도 '그 아저씨는 말이야-' 라고 대답이 시작합니다.
엄마가 엄마이기 전에 여자인데 지금이라도 애인도 사귀고 행복하고 좋아보여서 좋습니다.
근데 전 쪽팔려서 사실 남친이랑 헤어진 이야기 다른사람에게 안합니다. 아니 못합니다. 진짜 창피합니다.
친구들에게 우울하고 슬프다고 말도 못하겠습니다. 다들 신혼에 잘살고 있는데 저만 실패한 연애 그 자리 그대로.
마치 다들 대학갔는데 저만 고등학교 1년 꿇은 느낌.
한번은 좀 짜증이 나서 엄마한테 '엄만 왜 뭔 말만하면 아저씨 얘길 해? ' 라고 하니 '어머 내가 그랬니 미안하다. 쑥스럽네..'라고 하셨죠.
그 뒤로는 여전합니다. 한얘기 또하고 또하고..또하고....
제가 바라는건 그냥 날 좋아해주는 남자랑 만나고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소소하게 멋있게 넉넉하게 살고싶은거 뿐입니다.
대학교수가 되라고, 평론가가 될거라고 꿈을 가지지만 궁극적인 제 소망은 저런 소소한 안정과 행복입니다.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명예를 갖지 않아도 쓸만큼 벌고 좋은것 먹고 가끔 이쁜옷이랑 모자도 사고 하면서요.
요즘 드는 생각은 저에게 저런 행복은 찾아올거 같지가 않습니다. 란 겁니다.
쪼그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고양이를 키우며 묵묵히 혼자 밥차려먹고 혼자 일하면서 살게될거 같아서
너무 외롭고, 너무 슬픕니다.
인연이라는게 당연히 있고 좋은 사람 만날수 있을거란 위로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절 사랑할 남자는 지구엔 없는거 같습니다.
혼자서 재밌게 하고싶은대로 하면서 살면 결혼하는것보다 더 행복할거라고 하지만,
전 그냥 잠자리에 체온을 나누고 팔에 얼굴을 댈수 있고, 밥도 같이 먹고, 커피도 한잔 타다 주는 그런 남자가 필요한데...
그런 사람은 없는거 같습니다.
성격도 점점 히스테릭해져서
형부나 언니가 보내는 조카 동영상이나 사진 첨엔 이쁘다 귀여워- 반응하지만 지금은 짜증납니다. 대답 거짓말로 못하겠어서 걍 보고 닫아버렸습니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수면제는 꿈도 꾸지 않게 잘 자게 해줘서 무척 고맙습니다.
꿈에 그사람이 또 나오면 전 더 초라해지고 모든걸 망쳐버린 분노에 싸여서 일어나서 오한과 떨리는 심장을 느끼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엉엉 웁니다.
물론 엄마한테 들리지 않게요.
긴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젠가는 상황이 바뀔수도 있겠지만 그 언젠가는 너무나 멀고 막연하네요.
삶이나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고 그리 간단한게 아니라고 생각해왔는데
실제로는 너무나 얄팍하고 시시해서 사람들도 싫어집니다. 히스테리도 늘어가고요. 오늘은 거래처와 동료에게 한번씩 폭발했습니다.
대로변에서 정말 또라이처럼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습니다.
그냥 삶이 건조하다 못해 피폐해지는 기분이에요.
그냥 사라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