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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10822
    작성자 : 애플블룸
    추천 : 21
    조회수 : 945
    IP : 121.129.***.247
    댓글 : 19개
    등록시간 : 2012/11/06 03:46:27
    http://todayhumor.com/?pony_10822 모바일
    [정보/스압] 허접한 작가의 누구나 쓸 수 있는 팬픽 요령/팁

     

     

    1. 소개

     

    안녕하세요. 애플블룸입니다. :)

    저는 유명하진 않지만 실제로 종이책을 몇 권 출간하고 있는 현직 작가이며, 오유 포니게시판의 팬픽러[..]이기도 합니다.

    작가라고 하면 뭔가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대단할 것 하나 없는... 보통 브로니와 종이 한장 정도도 차이가 나지 않는 작문 실력의 소유자입니다 :)

    하지만 신기하게도 글로 벌어 먹고 살고 있으므로, 이쪽 바닥(팬픽)에서 도움이 되는 실전 요령들을 두서 없이 투척해보려 합니다.

    팬픽을 한번쯤 써보고 싶은 분들이나, 이미 쓰고 계신 분들께 '참고'용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2. 글,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일단 모든 것이 그렇지만, 처음 '시작'이 가장 어렵습니다.

    글을 써보고 싶기는 한데, 막상 흰 화면(종이)를 열어놓고 키보드를 잡으면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사실 이 '시작'을 어떻게 잘 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스스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며, 자신의 손 끝에서 나오는 글을

    겁내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할 수 있는 조언은 별로 없습니다.

    일단 쓰세요.

    단, 아무데나 쓰지 마시고 반드시 워드프로세서(ex:한글2002)에 쓰세요.

    그리고 이 워드프로그램의 설정을 좀 만져주시면 좋은데, 일명 '조판양식'이라고 출판 되는 책의 양식을 어느 정도 맞춰주는 겁니다.

    어차피 팬픽이라서 출판도 안 할건데 뭐하러 조판양식을 사용하느냐? 하고 의문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양식은 생각보다 중요해요.

     

    지금 당장 아무 소설책이나 꺼내어 일반 A4양식에 한 문장을 똑같이 타이핑 해보면, 그 이유를 아실 수 있습니다.

    일반 A4용지와 조판양식은 글의 '흐름'이 다릅니다. 보통 책은 A4용지보다 작고, 우리는 그런 책에 쓰인 문장을 보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A4용지에 글을 쓰다 보면 문장이 자신이 계획했던 것보다 쉽게 길어지게 됩니다. 문장이 길면 지루해지고 보는 사람이 '스킵'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조판 양식의 설정법은 문서설정(한글프로그램 기준 F7)에서 용지크기 폭 130mm 길이 190mm, 위쪽 아래쪽 왼쪽 오른쪽 여백 20mm, 머릿말 꼬릿말 여백 7.5mm입니다. 이렇게 설정하시면 대략 우리가 서점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자기계발서 정도의 사이즈가 나오는데, 여기에 글을 쓰시면 됩니다.

    일반 A4용지에 쓸 때보다 적은 분량으로도 쪽이 팍팍 넘어가고, 문장의 길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훨씬 더 가늠하기가 쉬워 글의 흐름을 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처음 A4용지에만 글을 쓰시다가 조판양식으로 바꾸면 평소 문장이 기신 분들은 한 문장이 조판 한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괴현상도 일어나는데 조판은 이런 문제를 눈으로 보여주니 고치기도 쉽겠지요.

     

    3. 글의 기본은 맞춤법? 

     

    아뇨. 맞춤법이 중요하긴 한데 소설에 있어서 만큼은 더 중요한게 있습니다.

    요즘 시대가 좋아져서 웬만큼 막장으로 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이상, 워드프로세서가 교정도 봐줍니다(..)

    글로 먹고 사는 저도 컴퓨터와 편집자의 이중 교정에 수많은 맞춤법이 걸리고, 자주 틀립니다. 한글 알고 보면 진짜 어렵습니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맞춤법이 아니라 스토리거든요.

     

    단순히 맞춤법이 좋은 글을 만든다면, 작가도 필요 없을 거에요. 그냥 기계에 주제 몇 개 던져넣고 알고리즘대로 뽑아내면 될 테니까.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죠. 실제로 맞춤법을 신경쓰지 않아도 좋은 글은 얼마든지 쓸 수 있어요. 맞춤법이야 고치면 되는 건데, 스토리는

    고칠 수도 없습니다.

     

    팬픽을 쓰기로 마음 먹으셨다면, 일단 다 제쳐두고 스토리부터 머릿속에 구상하세요. 이때 절대로 복잡하게 구상해서는 안됩니다.

    '설정괴물'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흔히 초보 글쟁이들이 의욕은 넘치고 쓰고 싶은 것은 많아 글을 시작하기도 전에 설정을 거창하게 잡는 것을 말합니다. 글을 쓰기도 전에 설정이 너무 커지면 설정괴물이 글을 잡아먹어버린답니다. 내가 원하는 글을 쓰고 싶어도 설정에 묶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망작 하나 쓰는 거예요.

     

    그러니까 설정과 구상은 웬만해선 머릿속으로 간략하게 잡아놓고, 자세한 설정들은 쓰면서 잡아나가세요. 메모장 하나 열어두고 글을 쓰면서 기억해야 되겠다 싶은 설정들을 메모하는 습관도 좋습니다. (아주 유용합니다.) 글과 설정은 같이 커가는 것이지, 하나를 잔뜩 키워놓고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세기의 천재 정도 되면 1000페이지 짜리 설정 짜놓고 완벽한 대서사시를 쓸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천재가 아니죠.(저를 포함해서요.)

     

    설정, 구상은 심플하게.

    하지만 글을 쓰면서 설정에도 살이 붙을 수 있도록. 

    중요해요.

     

    4. 이제 글 잘 쓰는 법을 내놔!

     

    사실 작문법에 대해 늘어놓으려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만큼 장황하게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만, 그런건 글쓴이만 유식해보이고 정작 보는 사람은 벙찌는 괴악한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글에 대한 팁 같은 것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스토리도 간단히 생각했고, 워드프로세서도 준비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당연히 글을 쓰기 시작하시면 됩니다. 사실 글이라는 것은 누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작문 능력의 70% 이상은 개인의 독서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어떤 책을 주로 읽느냐에 따라 문체도 달라집니다.) 무작정 쓰시면 됩니다.

     

    여기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있다면...

     

    우선, 문장에 기교를 버려야 합니다. 대충 이런 겁니다. 해가 뜨고 있다고 칩시다.

     

    '싸늘했던 새벽이 지나 지평선 끝자락에 감춰졌던 태양이 서서히 하늘 위의 구름을 쫓듯 떠올랐다. 열린 하늘의 틈새로 따스한 태양의 빛줄기가 이제 막 사과농장으로 일을 떠나려는 애플잭의 탐스러운 엉덩이 위로 내리쬐이고 있었다.'

     

    애플잭의 탐스러운 엉덩이는 무시하세요.

    대충 질질 늘여 쓴 문장이라 괴상하지만, 이런 식으로 쓰는 글이 '기교가 넘친 문장'입니다. 만약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문장이 계속된다면 읽는 사람은 숨이 막혀서 질식사해버리고 말겁니다. 처음에는 아름다워보여도, 나중에는 읽는데 지쳐버려요. 호흡이 너무 길거든요. 노래를 부를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바이브레이션을 넣진 않듯이, 글도 똑같습니다.

     

    기교는 글에 '포인트'를 주는 수단입니다. 지금 시대가 만연체가 유행하는 6,70년대도 아니고, 뭐든지 빠른 정보화 시대인데 질질 끌리는 글은 아무래도 눈이 잘 안가기 마련입니다. 번뜩이는 비유나 묘사가 있다면, 그것을 100% 풀어내기 보다는 최대한 압축하고 추려내고 또 걸러내서 자신이 강한 인상을 주고자 하는 부분에 뙇! 하고 써주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현대의 글은 간결한 문장으로 가다가, 포인트를 주고 싶은 부분에 기교를 쏟아붓는 방식입니다.

    그 기교를 붓는 부분은 꽤 길어질 수도 있어요. 그것은 글쓴이가 결정해야할 문제입니다.

    확실히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기교로 '길어진 문장'이 글 전체를 차지하면 절대로 안된다는 겁니다.

     

    5. 일단 쓰긴 쓰는데, 잘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좋아요.

    일단 글을 마구 썼다고 칩시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제대로 쓰고 있기는 한 걸까?'

    대답은 Yes. 제대로 쓰고 계신 거 맞습니다. 초현실주의로 휘갈긴 것이 아니면 일단 제대로 쓴 겁니다.

    하지만 자기 글을 점검하고 싶으신 마음이 굴뚝 같으실 겁니다. 그럼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는가?

     

    입으로 자기 글을 읽어보세요. 중얼거리면서. (소리까지는 내지 않아도 됩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하면 이상한 문장이나 잘못 쓴 부분이 80% 정도는 걸러진답니다.

    단순히 머릿속으로 읽는 것보다 입으로 읽으면 문장의 어색한 점을 찾기가 훨씬 쉬워요.

     

    그리고 더 확실하게 하고 싶다?

    완성된 글을 어딘가에 짱박아 두고 한 일주일 썩힙니다.

    그 다음에 다시 꺼내서 소리내어 읽어보시면 '이게 내 글인가'하는 생각이 들 겁니다.

    원래는 글을 짱박아 두는 것이 정석인데, 인터넷에 글 쓰는 사람들에게 그런 시간따윈 없죠.

    그냥 조용히 입으로 읽어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

     

    6. 글로 사람을 울리고 웃게 하고 싶어요.

     

    이건 아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작가들의 소원일 겁니다.

    독자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능력.

    저도 이것은 마음대로 하지 못합니다만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작가가 쓰면서 진짜로 울면 독자로 읽으면서 울고, 작가가 쓰면서 웃으면 독자도 따라 웃습니다.

     

    이건 불변의 진리입니다. 굳이 감정 뿐만이 아니라, 작가가 쓰면서 재미없으면 읽는 사람도 재미가 없습니다.

    사실 이건 작문 실력과 관계없이 어느 정도 타고난 감각도 필요한데, 위의 말을 기억하고 있으면 꽤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작가가 글 쓰면서 울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슬픈 소설 쓰기가 진짜 어려운 거죠.

    (마이 리틀 대시는 정말 대단한 겁니다.)

     

    7. 마치며. '대체 애플블룸 네가 도움 될 만한 거 가르쳐 준 게 뭐냐?'

     

    사실 이런 저런 말들을 늘어놓긴 했는데, 글은 누가 가르쳐줄 수가 없어요.

    진짜에요. 작문 학원 이딴거 다 거짓말임. 그런 곳에서 가르치는 작문법은 대학입시나 자기소개서 따위 쓰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자기가 쓰고 싶은 글 쓰는데에는 티끌만큼도 도움이 안 됩니다.

    글은 쓰면서 스스로 발전하는 것임을 가장 강조하고 싶어요.

     

    단지 제가 참고사항으로 내놓은 것들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길'에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긴 글을 봐주신 분들...(있을지 모르지만)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좋은 팬픽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모두 화이팅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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