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욕과 엽기의 정의
지구 상에 있는 모든 민족은 욕(辱)을 가지고 있다. 그 욕의 특징은 민족의 특성마다 제각기 다를 것이다. 반 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민족도 예외 없이 수많은 욕을 가지고 있고 그 표현과 의미에는 우리 민족의 특징이 배어있다.
본 논문은 우리 민족이 즐겨 사용해온 수많은 욕설(辱說) 중에서 '엽기적'으로 표현된 욕을 고찰(考察)하고자 한다. 이에 앞서 욕과 엽기의 개념을 정리해 본다.
욕은 욕설의 줄임말이다. 욕설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저주하는 말, 남의 명예를 더럽히는 말'이다.1) 욕도 이와 비슷한 '명예스럽지 못한 일, 꾸짖거나 헐뜯는 일'이 사전적 의미이다.2)
사람들이 흔히 '욕설을 퍼붓다'라고 하면 '상대를 저주하는 말과 명예를 더럽히는 말을 마구 하다'로 상대의정을 상하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자주 쓰는 말인 '욕하다'도 '상대를 꾸짖거나 헐뜯는 행위'라는 뜻이다.
이렇듯 욕은 좋지 않은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욕과 관련된 정서적 의미는 본론에서 다룰 것이다.
감정과 표현은 깊은 관계를 갖는다. 감정이 상할수록 욕의 표현은 엽기적으로 변한다. 본 논문이 다루고자 하는 바가 바로 욕에서 엿볼 수 있는 엽기적인 표현과 의미이다. 따라서 본 논문이 전제하는 엽기의 개념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본 논문에서는 엽기를 정상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성과 육체에 관한 괴기스러움으로 정의한다. 다소 의미의 폭이 좁은 듯 하나, 성과 육체를 지칭하는 말이 많은 우리 민족의 욕의 특징을 볼 때 이것은 적절한 정의라고 본다. 본 논문은 특성상 읽기에 민망한 상소리가 많이 나온다. 이 점 이해하고 읽어 주기를 바란다.
II. 욕에 나타난 엽기적 표현과 그 의미
A. 욕의 엽기적 표현
이 장에서는 엽기적인 욕이 지닌 특징을 다른 것들과 구별해내기 위해 기준으로 제시한다. 또한 엽기적인 욕을 세 부류로 나누어 분석한다.
1. 엽기적인 욕의 틀
앞에서 엽기를 정상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성과 육체에 관한 괴기스러움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 정의에 따라 엽기적인 욕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을 살펴본다.
첫째, 엽기적인 욕은 어른의 자지와 보지를 그 대상으로 한다. 어른의 자지를 '좆', 어른의 보지를 '씹'이라고 표현한다. 욕의 기본적인 두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좆'과 '씹'의 의미를 동양 사상의 기초가 되는 음양이론에 비추어 살펴볼 수 있다. 주역에 따르면 남자는 양(陽)으로 하늘을 의미하며, 여자는 음(陰)으로 땅을 의미한다.3) 하늘의 기운은 언제나 말라 있어 건조하다. 그래서 건조(乾燥)하다는 말의 '건(乾)'자가 빠지고 '조(燥)'자가 남성을 상징하게 되었다. 반대로 땅의 기운은 축축하다. 그래서 여성을 상징하는 말은 축축하다는 뜻의 '습(濕)'자가 되었다. 이것들이 남성과 여성을 대표하는 말을 의미해오다 남자와 여자의 가장 뚜렷한 차이인 생식기를 의미하는 말로 전이된 것으로 추측된다. 4) '조'와 '습'의 발음이 강해져 '좆'과 '씹'으로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정상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성교 행위를 욕으로 표현한 것들이 많다.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대부분의 엽기적인 욕들은 실제로 일어날 수 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성교 행위를 엽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셋째, 성기를 이용한 과장된 행동을 욕으로 표현한다. 성기로 팽이를 찬다는 뜻의 욕들이 그러한데, 이처럼 성기를 이용한 과장된 행동은 상대에게 수치심, 모멸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다음 장은 위의 세 가지 특징을 기준으로 엽기적인 표현과 의미를 지닌 욕에 대해 분석해 본다.
2. 성기를 지칭한 욕의 엽기적 표현
"좆나게∼하다."라는 욕은 뒤에 나오는 형용사를 강조하는 말인데, '좆나게'라는 단어가 우리말의 '매우, 몹시'와 같은 단어이다. 예를 들어. "좆나게 크다", "좆나게 더럽다"는 크다, 더럽다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으로서 매우 크다, 매우 더럽다의 의미를 나타낸다. '좆나게'라는 말은 '좆물(정액)이 나올 정도로'의 줄임말이라고 볼 수 있다.5) 형용사를 강조하는 표현을 정액이 나올 정도로 흥분한 상태에 비유한 점이 엽기적이다.
"좆까라."라는 욕은 남성들의 성기(性器)가 포경수술을 받지 않았을 경우 성인 자지의 귀두가 껍질에서 벗겨짐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은 남성의 성기가 성적 흥분상태에서 발기되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좆까라."라는 욕은 상대방이 성교나 성적 흥분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스스로 성기를 꺼내들고 귀두의 껍질을 벗겨내라는 말이다.6) 과히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주고도 남을 만한 엽기적인 욕이라 할 수 있다.
"좆 뺑이 치네."라는 욕은 좆으로 팽이를 돌린다는 말이다.7) 좆으로 팽이를 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좆으로 팽이를 돌리는 일이 일어나면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즉, 좆으로 팽이를 돌리는 아픔처럼 아주 힘든 일을 할 때나 힘들었던 일을 끝마치고 난 그 상황을 엽기적으로 비유한 말이다.
"좆 빠는 소리하네."라는 욕의 표현은 오랄 섹스를 지칭한다. 성행위를 엽기적으로 표현해 놓은 대표적인 욕이다. 또한 오랄 섹스가 옛날에도 있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하는데 이를 뒷받침해 주는 시를 한 수 소개한다.
연유삼장(嚥乳三章)
부연기상(父嚥其上) 시아비가 그 위를 빨고
부연기하(婦嚥其下) 며느리가 그 아래를 빠니
상하부동(上下不同) 위와 아래는 같지 않으니
기미즉동(其味則同) 그 맛은 아마 같았으리라
부연기이(父嚥其二) 시아비가 그 둘을 빨고
부연기일(父嚥其一) 며느리가 그 하나를 빠니
일이부동(一二不同) 하나와 둘은 같지 않으나
기미즉동(其味則同) 그 맛은 아마 같았으리라
부연기감(父嚥其甘) 시아비가 그 단 것을 빨고
부연기산(婦嚥其酸) 며느리가 그 신 것을 빠니
감산부동(甘酸不同) 달고 신 것은 같지 않으나
기미즉동(其味則同) 그 맛은 아마 같았으리라.8)
방랑 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 1807∼1863)의 시다. 김삿갓은 전국을 누비며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 사람들에게 욕을 직접하지 않고 시를 써서 욕을 대신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욕시'라고 하는데 그것이 대부분 엽기적인 성행위를 소재로 한다. 위의 시도 그 중의 하나이다. 시 오른쪽에는 뜻을 해석해 놓았는데 읽어보면 엽기적인 느낌과 함께 오랄 섹스가 이전에도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3. 성교를 지칭한 엽기적인 욕
성교 행위는 욕에서 '씹'으로 통한다. '씹'자가 들어간 욕은 대부분이 엽기적인 성행위를 묘사한다.
"지미 붙을 놈"이라는 욕은 '지미'와 '붙다'라는 단어를 이해해야 욕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지미'는 '지어미'를 낮추어 부른 줄임말이다.9) 이 욕에서 '붙다'는 '배를 맞추다'의 의미와 같은데 사람의 배와 배가 맞붙어서 하는 행위, 곧 성교를 지칭하는 말이다. "지미 붙을 놈"에 생략된 말을 넣어 문장을 완성하면 "지어미와 성교를 할 놈"이라는 엽기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 성행위를 더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터부시 하는데, 자신의 어머니와 성교를 할 놈이라고까지 말하는 것은 욕 중에서도 최악의 욕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욕 중에 "씨팔, 씨발"이 있다. 사람들은 이 욕의 뜻이 무엇인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 욕은 '씹할'에서 뜻을 생각할 수 있다.10) '씹'은 성교를 의미함을 앞에서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씹할'의 의미는 '성교를 할(하다)'이고 '씹'의 'ㅂ'과 '할'의 'ㅎ'이 만나 'ㅍ' 소리가 나서 '씨팔'이라고 소리가 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성행위를 터부시해왔다. 겉으로 드러나면 수치스러워했고 모욕감을 느꼈다. 이러한 우리 민족의 특징 때문에 상대에게 수치감과 모욕감을 주려고 할 때는 성행위를 엽기적으로 표현해서 자신의 모난 감정을 드러내었다.
이 욕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씹팔'에서 욕의 유래를 파악해 보면 뜻이 달라진다. '씹팔'을 '씹을 판다'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11) '씹'은 성교라는 뜻 외에 '어른의 보지'를 뜻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씹을 판다'는 매춘부처럼 자신의 보지를 판다라는 상당히 엽기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씹팔' 앞에 '지미'를 붙이면 더욱 엽기적이며 최악의 욕이 된다. '지미 씹팔 놈'의 뜻은 '너의 어머니의 씹을 파는 놈'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뜻이다.
"엿 먹어라."라는 욕의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엿'의 뜻이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엿'은 구전(口傳)으로 전해 내려온 은어로서 옛 남사당패 사이에서 '씹'으로 통했었다고 한다.12) 그렇다면 "엿 먹어라."하는 욕은 '보지를 먹어라' 즉, '여자와 성교를 해라'라는 의미로 통한다. '먹어라' 표현 자체가 엽기적인 의미를 나타내지는 않지만 '엿'의 속뜻과 함께 쓰이면 '먹어라'의 표현은 상당히 엽기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4. 그 외의 엽기적인 욕의 표현
"육장(肉醬) 낼 놈"과 같이 신체를 대상으로 엽기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육장(肉醬)이란 쇠고기를 잘게 썰어서 간장에 넣어 만든 장조림을 말한다.13) 따라서 "육장낼 놈"이란 욕은 쇠고기처럼 푹 익혀가지고 잘게 썰어서 장조림을 만들고 싶을 정도로 미움이 가득함을 나타낸다. 사람을 대상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엽기적이다.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욕으로 "육실할 놈"이 있다. 육장 못지 않게 잔인하고 엽기적인 욕이다. '육시(戮屍)'는 이미 죽은 자의 죄가 후일에 밝혀졌을 때 무덤을 파헤쳐 사지를 잘라 버리는 능지처참(陵遲處斬) 또는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말하는 것이고 또 다른 '육시(六弑)'는 각 사지에 말이 끄는 마차를 묶고 말을 달리게 하여 사지를 여섯 토막으로 찢어버리는 처벌을 말한다.14) 위 두 가지의 어떤 뜻으로 생각하여도 "육실할 놈"은 잔인하게 찢어 죽이고 싶은 놈이라는 엽기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 계집 배꼽에 좆 박을 놈
쥐씹에 말 좆
고자 좆자랑
방귀에 초칠 년
과부년 집 문고리 빼들고 엿장수 부를 놈
보리밥 처먹고 가죽피리(방귀) 분다.
화냥년씹 내밀기』15)
이 욕지거리는 엉뚱한 짓거리를 하는 사람에게 해대는 욕이다. 이 욕지거리들의 특징은 보통사람들은 하지 않는 행동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엉뚱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이 같은 말로 자극을 주었던 것이다. 특히 '계집 배꼽에 좆 박을 놈'이라든가 '쥐씹에 말 좆'과 같은 표현은 상상만 해도 혐오감을 주는 엽기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이 욕지거리를 들은 사람은 엉뚱한 행동을 계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좆 내 맡고 살찐 씹 벌어졌다.
홍합 씹인가 물도 많겄다.
헤픈 계집 속곳 젖는다.
바람난 촌년 씹에 불났다.
뱃대 밑에 바람 든 년』16)
이 욕은 지나치게 '밝히는' 여자에게 쏘아붙였던 욕이다. '좆'과 '씹'의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위 욕이 성교를 하는 여성의 신체적, 외적 상태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적인 묘사가 엽기적인 느낌을 준다.
서두르고 성미 급한 꼴을 보면 '차라리 외할미 씹으로 나오지.'라는 욕으로, 말귀 어두운 사람에게는 '귀에다 당나귀 좆 박았나.' 라는 욕으로 심중을 드러내기도 한다.17) 전자의 예는 성미 급한 사람은 일찍 태어나고 싶었을 텐데 어떻게 참고 어머니로부터 나왔느냐, 외할머니로부터 나오면 빨리 나왔을 텐데라고 비꼬는 것이고, 후자의 예는 잘 못 알아듣는 원인을 귀를 무언가로 막아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당나귀 좆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욕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인데 표현이 만일 외할머니로부터 태어난다고 상상했을 때 주는 느낌과 당나귀 성기가 사람 귀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 받는 충격은 다분히 엽기적이다.
지금까지 엽기적인 욕의 특징과 그 예들을 살펴보았다. '좆'과 '씹'이 엽기적인 표현을 만드는 주 소재이고, 주로 성교를 욕의 상황으로 설정하여 상대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 장에서는 욕에 반영된 우리 민족의 정서적 특징을 살펴보고 성을 대상으로 욕이 왜 엽기적으로 표현되는 지를 알아본다.
B. 욕에 나타난 의미
1. 욕에 반영된 우리 민족의 정서적 특징
욕에 반영된 우리 민족의 정서적 특징을 살펴보기에 앞서 사람들이 욕을 하는 이유와 성을 소재로 한 욕이 많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격적이고 잔인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18) 그 공격적이고 잔인한 성향은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았을 때나 주변 상황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욱 강해진다. 상처와 스트레스가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최고 수위를 넘어서면 자신의 공격적이고 잔인한 성향이 밖으로 표출이 되는데, 그 때 드러나는 형태 중의 하나가 '욕'이다. 따라서 타인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크면 클수록, 주변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의 공격적이고 잔인한 성향은 강해진다. 이것이 밖으로 욕이나 그 외 형태-폭력-로 드러나느냐 드러나지 않느냐는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욕으로 공격적이고 잔인한 성향을 드러내며 상처와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욕의 수위도 높아지는 편이다.
인간에게는 타인에게 받은 상처를 되갚아 주려는 보복심리가 있다. 그런데 받은 만큼이 아니라 그 보다 더 주려는데 문제가 있다. 질 수 없다는 심리가 이것을 더욱 부추기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대를 눌러 이기기 위해 상대가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숨겨진 약점을 찾아내 '까발리는'행동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드러내고 싶지 않는 약점이 있는데 이것을 스티그마(stigma)라고 한다. 스티그마란 한 인간 개체가 지닌 온갖 부정적인 징표를 말한다.19) 이것은 육체적인 결함이 될 수도 있고 정신적인 결손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스티그마가 공격의 대상이 된다. 이것을 찾아 상대를 괴롭히는 말을 하면 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욕을 살펴보면 우리 민족이 생각하는 스티그마를 분석해 낼 수 있고 그것이 우리 민족이 갖는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A장에서 살펴 본 욕의 표현에서 봤듯이 우리 민족의 많은 욕들은 성(性)을 소재로 한다. 특히 여성과 남서의 성기를 '좆'과 '씹'으로 비하시키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상한 성행위를 욕의 소재로 사용하였는데 이러한 점은 우리 민족이 '성'을 터부시하고 드러내지 않고 감추고 싶은 대상으로 여겼음을 시사한다. 또한 본 논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병신'이나 '바보'와 같은 욕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스테그마가 공격의 대상이 되어 쓰여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민족의 정서적 특징은 성과 관련된 모든 것을 터부시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욕을 하는 이유와 성을 소재로 욕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 민족의 정서적 특징을 알아보았다.
2. 욕이 성을 대상으로 하여 엽기적으로 표현되는 이유
앞에서 정상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성과 육체에 관한 괴기스러움을 엽기라 정의한 바 있다. 본 논문에서 제시한 욕 말고도 엽기적인 표현을 사용한 욕들이 많다. 따라서 왜 욕에 엽기적인 표현이 많이 쓰이는지를 생각해 볼 의의가 있다.
엽기적인 표현이 주는 효과는 간단한 표현으로 충격을 줄 수 있고 머리에 쉽게 기억할 수 있으며, 비판하거나 비꼬고 싶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인심 좋은 년 속곳 젖는다.'20) 라는 욕을 들 수 있다. 인심이 좋기 때문에 남자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게 되어 속곳이 젖는다는 뜻이다. 간결한 표현으로 줏대 없는 여자의 가장 두드러진 성격을 잘 드러내었다. 또한 엽기적인 욕은 상대방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강하게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성교를 하다'는 뜻의 '씨팔'보다는 좀더 엽기적인 의미(너의 어머니와 성교를 하다)를 담는 표현인 '니미 씨팔'이 상대에게 모욕감을 강하게 줄 수 있다.
"춤 잘 춘다니까 속곳 벗고 시아비 앞에서 춤출 년."
"장 쏟고 씹 덴 년 국 쏟고 씹 덴다."21)
위 두 가지 예에는 본 논문이 제시한 엽기의 정의대로 정상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성과 육체에 관한 괴기스러움이 드러난다. 첫 번째 예는 칭찬을 듣고 우쭐해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욕인데 시아버지 앞에서 속곳을 벗고 춤을 추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망측스럽고 엽기적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러한 표현이 우쭐해서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지적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두 번째 예는 비슷한 실수를 연발하는 사람에게 하는 욕이다. 장을 쏟아서 다친 부위가 왜 '씹'인지에 의문을 갖게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씹'은 우리 민족이 터부시하는 부위다. 다친 부위를 의사에게 보여주자니 부끄럽고 참자니 아픈 '씹'을 그대로 둘 수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해 안달하는 상황을 욕하는 사람은 그것을 상상하며 즐거워한다. 다른 신체부위를 데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을 '씹을 데었다.'라고 표현하면 실수를 연발하는 사람에 대한 욕의 전달이 더욱 분명해지고 통쾌해진다.
엽기적인 욕의 표현은 욕의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해주는 효과와 욕하는 사람의 마음을 통쾌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음을 보았다. 상대가 당황하고 기분 나빠하는 모습에서 통쾌함을 느끼는 것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마음 속에 담고 있던 울분을 상상도 못 할 표현으로 입 밖에 '씨부렁거릴 때' 가슴 속 울분이 밖으로 나가는 시원함과 같은 것이다.
III. 결론
지금까지 본 논문은 욕과 엽기의 정의를 바탕으로 엽기적인 욕의 표현과 의미를 살펴보고, 욕에서 알 수 있는 우리 민족의 정서적 특징과 욕이 엽기적으로 표현되는 이유도 함께 생각해 보았다.
욕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이다. 우리 민족이 성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민망하고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엽기적인 욕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연구를 통해 욕과 엽기가 많은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성과 관련된 신체 부위와 행위가 정상적으로 상상할 수 없고 괴기스러운 느낌을 줄 때 욕의 의미가 분명해지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욕하기에 앞서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엽기적인 욕을 무조건 사용하기보다는 의미를 분명히 알고 선택하여 사용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욕을 함으로써 생기는 결과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우리 민족이 터부시하는 대상은 성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본 논문은 성과 관련된 욕을 주 소재로 다루었다. 성이 아니라 '똥', '바보', '병신'과 같은 소재로 구성된 엽기적인 표현을 찾아 분석하지 않은 것이 본 논문이 지니고 있는 한계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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