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나라당 [분석] 이총리 사과 없으면 대정부질문 거부하겠다지만… 무늬만이 아닌, 진짜 야당 한나라당이 기로에 서 있다.
스스로 변혁을 외치면서도 기존의 낡은 관행의 틀을 전혀 부수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아니나 다를까 대정부질문 첫날 이해찬 총리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본전도 못 찾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관행대로라면 야당이 적당히 시비를 걸어도 “아이구 잘못했습니다”라고 죽는 시늉을 내는 것이었지만, 이해찬 총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해찬 총리가 무슨 작심을 하고 얘기한 것도 아니다. 대정부질문자로 나선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대신해 총대 잘못 멨다가 “존경하는 의원님,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하나이다”라는 답변 대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란 답변을 들은 것 뿐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시비 한번 잘못 걸었다가 부메랑을 맞은 격이 돼 버렸다.
16대 국회까지 사실상 집권당 노릇을 하다가 17대 들어 비로소 야당이 된 설움(?)을 톡톡히 겪은 한나라당이 과연 어떤 포지션을 취할까. 현재까지 나온 한나라당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세가지 단계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이미 나왔다. 대정부질문 첫날인 정치분야 질문을 보이콧한 것이다. 29일은 당연히 여야간 치열한 협상의 날이다. 한나라당은 스스로 마지노선을 쳐 놓았다. 즉 이해찬 총리가 사과하지 않으면 대정부질문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그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와 남경필 수석부대표의 임무는 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원내대표와 이종걸 수석부대표에게서 이해찬 총리 사과의 약속을 받아내는 일이다.
이해찬 총리가 사과할 가능성은 조금 희박하다. 이 총리의 논리구조 속에서는 사과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역사의 반역자이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가 퇴보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이 총리의 신념에 관한 대목이다. 이 총리는 자신의 신념을 반하면서까지 사과할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것은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수준까지는 가능할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도 이러한 수준의 유감표명을 이 총리에게 요청할 가능성은 높다. 국회가 원만하게 돌아가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은 집권당 원내대표에게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낡은 관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해찬 총리가 사과를 하지 않거나, 사과는 아니더라도 유감 표명 정도라도 해서 한나라당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스스로의 공언이 있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갈래야 들어갈 수가 없게 돼 있다. 이미 상당부분 멀리 나가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은 두번째 단계로 ‘전투수준’을 높이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즉 대정부 질문 닷새 모두 보이콧하고, 이해찬 총리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가하는 것이다. 그것은 총리해임결의안이나 파면권고결의안을 제출하는 형태로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공세 이상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 국회 절대과반수를 차지했던 16대 국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나라당이 나쁜 당이란 총리의 언명, 그리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역사의 반역자란 언명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발에 손 들어줄 의회내 세력은 한나라당 외에 없다.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도 다른 문제라면 몰라도 이 문제에 관한 한 한나라당 편에 설 이유가 없다. 이 총리는 정치적 출신이란 면에서 민주당과도 가깝다고 볼 수 있으며, 재야운동권 출신이기 때문에 정책적인 면을 제외한다면 민주노동당으로부터도 배척받을 이유가 없다. 한나라당이 정치공세이긴 하나 총리해임결의안이나 파면권고결의안을 제출하려면 다른 당 의원들의 가세가 필수적인데, 최소한 이 문제만큼은 우군이 없는 셈이라고 하겠다.
어떻든 3단계는 무엇일까. 이런저런 공세가 무위에 그친다면 121명의 위력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전면 파업’이다. 즉 정기국회 전체를 보이콧하고 장외로 나서는 것이다. 보통 야당의 공세란 이런 식으로 에스컬레이트되게 돼 있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될까. 한나라당의 사정 역시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공세로 가기 위해서 필요한 두가지 조건은 강력한 리더십과 개별 의원들의 이해관계 합치다. 즉 현 박근혜 대표를 위시한 주류가 비주류의 불만을 억누르면서 강력 투쟁쪽으로 밀어부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며, 의원들도 원내에 있는 것보다 원외투쟁을 하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이 돼야만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두가지 조건 모두 한나라당은 갖추고 있지 못하다.
우선 헌재 위헌결정 이후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은 급속하게 흔들리고 있다. 당의 무게 중심이 박근혜 대표로부터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김덕룡 원내대표 역시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의사진행발언 하나 얻어내지 못하는 빈약한 정치력을 보였다. 지도부의 리더십 상실 상태인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 입장에서 일년 농사의 절정인 정기국회를 내팽개치고 의사일정을 무한히 보이콧하는 것, 종국에는 장외로 나가는 것이 과연 유리한가 하는 문제도 간단치 않다. 다른 무엇보다 4대 개혁입법은 한나라당이 없어도 통과될 수 있다는 사실이며,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새해예산안 심의에도 불참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새해예산안 심의에 불참할 경우 지역구 의원은 생색내기 예산을 따 낼 수가 없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원외로 뛰쳐나가도 국회는 변함없이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개별 의원들이야 입에서 나오는대로 불만을 털어놓겠지만 박근혜 대표나 김덕룡 원내대표의 입장에서는 무작정 강경노선을 택할 수 만은 없다. 즉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이종걸 수석부대표를 붙들고 이 총리 사과나 유감표명을 ‘애걸'할 도리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그나마 구겨진 체면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길은 천정배 원내대표가 이해찬 총리를 어떤 수준에서 설득해 내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일련의 대여협상과정은 성패 여부에 따라 한나라당 물밑에서 움직이는 내분을 물위로 끌어올리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주류는 진짜 시험대에 올라 있는 셈이다.
동성혜 이기호 기자
작성일시 : 2004-10-29 10:40
빼도 박지도 못하는 딴나라당...ㅡㅡ;
한두번도 아니고...
자기 무덤인줄 알면서 왜 계속 삽질을 할까?
(설마 이거 즐기고 있는거 아닐까?)
좀전에 뉴스보니까...
[한나라당] “상대는 총리가 아니다, 대통령과 진검승부한다” '한나라당이 국회 파행의 화살을 이해찬 총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로 돌렸다. 2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나온 결과는 ‘이해찬 총리 파면 요구, 대통령 거부시 해임결의안 제출’이다.'
<중략>
뭔 일만 터지면 대통령 걸고 넘어지고...ㅡㅡ;
언제까지 딴지만 걸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