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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713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5
    조회수 : 1539
    IP : 121.170.***.11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1/01/16 20:19:54
    http://todayhumor.com/?panic_10713 모바일
    고전펌,브금주의]비인(飛人)


    -지하실-



    미진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아직도 코끝에서 맴도는 시큼한 냄새가 천천히 사라지며

    곰팡이와 이끼들이 뿜어내는 케케한 냄새에 거북함을 느꼈다.

    미진의 눈이 빛에 적응함에 따라 서서히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가씨!!"



    미진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걸고있는 20대 초반의 남자.

    그녀는 박스포장용 테잎에 꽁꽁묶여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주위에는 그녀말고도 몇명이 더 묶인채로 바닥에 널부러져있었다.

    마치 죽어버린 애벌레처럼.



    어두운 지하실 혹은 창고.

    묶여있는 사람들.

    정체를 알수없는 눈앞의 남자.



    미진은 아직 약기운이 남아있는탓인지 몸이 나른했다.



    '죽는건가?어딘지도 모르는 이런곳에서.'



    남자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냄새가 고약하지?아마도 식초 원액이나 암모니아수같은 것인가봐.

    저기 지하실 안쪽에 있더군요.잠깐만..."



    남자는 병뚜껑을 닫고 칼을 꺼내들었다.



    '단지,친구들과 여행을 왔을뿐인데.'



    미진은 눈을 질끈감았다.



    남자는 등산용칼로 박스테잎을 자른후 그녀를 풀어주었다.

    미진은 그저 멍하니 남자를 쳐다보았다.



    "잠시 밖을 살펴보고 올께."



    남자는 들고있던 병과 나이프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무슨 소리가 들린것 같으니 보고올께."



    남자는 미진을 어둠속에 홀로 남겨둔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뭐지?어떻게 된거지?무슨일이 일어난거야?'





    -여행-



    미진과 친구들은 꺼져가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둘러앉아있었다.



    "마지막으로 영태차례야."



    모두가 영태를 쳐다보았다.



    "소희처럼 썰렁한 애기로 끝내면 용서안한다.

    언제나 마지막이 중요하다구."



    영태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너희들 그애기 알아?"



    "뭐?"



    "이근처에 출몰한다는 비인애기."



    "빈?원빈 아님 현빈?이동네에서 촬영한데?"



    "아니!! 날비(飛),사람인(人).

    이근처에서 날개 달린 사람이 가끔 목격되었다나봐."



    "영태야! 무서운 애기 하기로 해놓고...자신없으면 대충 공포영화 본거라도 애기하지.

    유치하게 비인이 뭐냐! 비인이...."



    "진짜야! 아까 주유소에 들렀을때 거기있던 동네할아버지한테 들었는데

    이근처에서 실종된 사람들이 꽤 많았데.동네사람들은 비인이 잡아갔다고

    믿나봐.실제로 방송국에서 취재하러온적도 있대."



    "시끄럽고.영태야,알지?서울가면 네가 술한잔 쏴야한다.최악의 스토리였다.

    그렇게 상상력이 없냐.쯧쯧."



    모두들 각자 텐트로 돌아간다.

    미진은 소희와 함께 텐트를 사용하기로했다.

    잠자리가 바뀌어서일까 좀처럼 잠을 이루지못하는 미진.

    잠을 청하려는 미진의 귀에 날개를 퍼득이는 소리가 들렸다.





    -먹잇감-



    남자는 미진의 손의 잡고 끌어당겼다.



    "이쪽으로 빨리."



    미진은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힘이 남아있지않았다.

    거의 바닥에 끌려가듯이 남자에게 끌려 지하실 구석의 선반뒤에 몸을 숨겼다.



    "쉿.나중에 설명해줄테니 조용히 있어야해.아가씨.내이름은 승기,이승기라고해."



    미진은 머릿속이 몽롱한 상태에서 고개를 끄떡였다.

    지하실 문이 덜컹열리며 사람이 들어왔다.

    아니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들어왔다.

    어두워서 잘보이지는 않았지만 인간이 아닌것은 틀림없었다.

    미진은 숨소리조차 낼수가없었다.

    놈은 묶인채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사람들을 확인한후 다시 문을 닫고 나갔다.

    미진은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수없었지만 방금전에 본 괴물에 대한 공포감에 몸을 떨었다.



    '텐트에서 우리들을 납치한 녀석인가? 왜 이런일이 생긴거지?

    그저 우리들은...나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을뿐인데.'



    승기라는 남자가 미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가씨에게 애기해주는게 좋겠군.지금의 상황을"



    '도대체 저건 뭐야? 살인마에게 잡혀온건가?'



    승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비인-



    가십거리를 주로 다루는 잡지사의 말단기자인 승기는

    비인들의 목격담을 취재하기위해 지방출장을 내려왔다.

    애초부터 그따위 가십거리엔 관심도 없었다.

    그저 머리나 식힌후 적당히 흥미위주의 기사를 쓰면 그뿐이었다.

    하지만 승기의 상식을 뒤엎는 사건이 발생했다.

    승기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실제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인간의 모습을한 생명체를 목격한것이었다.



    '천국에서 버림받은 천사들이 할수있는거라곤 악마가 되는길뿐이다.'



    몇달간의 추적끝에 승기는 비인들에 대한 몇가지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육식생물이라는점.

    주로 산짐승이나 물고기를 잡아먹지만 가끔 인간을 잡아가는 경우도 있다는것.

    비인들이 인간을 잡아가는것은 주로 산란기때였다.



    비인들은 산속의 외딴 집이나 버려진 별장등에 잡아온 사람들을 마취시켜놓고

    그곳에 알을 낳은후 집의 출입구를 막아버린다.

    그후 알에서 부화된 비인들의 새끼들은 어미가 잡아다놓은 인간들을 먹고,

    어느정도 자라면 스스로의 힘으로 문을 부수고 바깥세상으로 나온다.



    승기는 자신이 알아낸 사실과 추측으로 만든 가설을 확인하기위해

    비인들을 추적하던중 기회가 찾아왔다.



    산속의 버려진 별장에 알을 낳고있는 비인을 발견한것이었다.

    승기는 비인이 먹잇감인 인간사냥을 위해 잠시 집을 비운사이 그곳에 숨어들어갔다.

    원래는 알들의 사진만 찍고 탈출할 계획이었지만

    예상보다빨리 돌아온 비인을 피해 숨어있다가 그만 집안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지하실에서 미진과 그녀의 일행을 발견한것이었다.





    -선택-



    미진은 승기의 정신상태를 의심했다.

    하지만 방금전에본 괴물이나 지금의 상황을 보아선 믿는수밖에없었다.



    "여기 계속있는다고 별로 뾰족한 수도 없으니 일단은 3층으로 올라가죠.

    거기에도 몇명의 사람들이 마취상태로 있는것 같아요.

    그리고 그곳에 사냥용 장총이 벽에 걸려있는걸 봤어요.

    저 갈색괴물이 3층의 먹잇감이 다떨어져,

    이곳으로 와서식사를 시작하기전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죠."



    미진은 아직 이해 할수가 없었다.



    "잠깐! 왜 나만...나만 깨운거죠.다함께 힘을 합쳐서 저괴물을 처치하면 될텐데."



    승기는 미진의 눈을 쳐다보았다.



    "사랑하니까!"



    "응?"



    "농담이에요.내계획을 애기할께요.

    일단은 3층의 총으로 저 괴물을 처치해야 할것 같아요.

    그러기위해서는 최소의 인원으로 움직여야 유리하겠죠.

    내가 놈을 유인할테니 당신이 총으로 놈을 박살내줘요."



    "왜 나를 선택했죠?잡혀온 사람들중에는 건장한 남자들도 많은데 하필 나를."



    "당신이 가장 총을 잘 다룰줄 알고있으니까요."



    "어떻게 아셨죠.예전에 아마추어 사격선수였다는것을?"



    승기는 지하실 구석에 쌓여있는 짐더미를 가리켰다.



    "잡혀온사람들의 가방도 있더군요.당신의 가방안에 들어있던 수첩을 봤어요.

    사생활침해라면 죄송하군요.내계획을 위해선 당신이 필요해요.

    모두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고."



    미진은 잠시 망설였다.



    '이사람 정말 믿어도 될까?

    수상해도 어쩔수없지.

    갈색괴물에 대해서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



    "좋아요.3층으로 가요.김승기씨."



    승기는 그녀를 부축하며 일어났다.



    "내이름은 이승기입니다."





    -3층-



    둘은 괴물이 1층 주방으로 들어가는것을 확인한후 서둘러 3층으로 갔다.

    미진은 승기의 뒤를 따라 조그만 방으로 들어갔다.

    벽에는 커다란 장총이 걸려있었다.



    "좋아요.이젠 내가 놈을 2층으로 유인해 올테니

    당신은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총을들고 기다려요."



    "자신이 없어요.사격을 그만둔지도 5년이 넘었어요."



    "이봐요.내목숨을 당신에게 맡길께요.

    망설일 시간이 없어요."



    승기는 그말만 남긴채 계단을 내려갔다.

    방에는 박제된 동물들의 장식이 많이있었다.



    '원래 집주인은 사냥이 취미였나보군.'



    미진은 천천히 다가가 벽에걸린 장총을 집어들었다.

    불길한 예감...머리가 멍해졌다.



    '가벼워! 너무 가벼워!'



    미진의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장총은 장식용으로 제작된 모형이었다.



    "승기씨,기다려요!"



    미진은 계단으로 뛰어가 그를 불러보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아직 가능성은 있어.사냥을 좋아하는 사람이 집주인이였으니

    이집 어딘가엔 분명 진짜 총이 있을꺼야.'



    미진은 3층의 방마다 뒤지기 시작했다.

    미진의 구석의 방문을 열었다.

    그녀는 멈칫했다.

    방안에는 괴물들것으로 보이는 깨진알들이 있었다.

    그리고 사방에 피와 살점들이 떨어져있었다.



    '그남자의 말이 진짜였어!

    괴물들이...비인이란것이 우리들을 납치한거야.

    새끼들의 먹잇감으로 쓸려고.

    하지만...?'



    미진은 아직 의문점들이 남아있었다.



    '돌아다니는 괴물은 한마리인데,

    여기있는 부화된 알은 10여개정도 있다.

    서로 잡아먹고 가장 강한놈만 남아있는건가?

    아참 총...총부터. '



    미진은 그방안에있는 커다란 장롱을 열었다.



    '있다!'



    미진은 장총을 집어들었다.

    묵직한 느낌에 전율을 느꼈다.

    팔꿈치 인대파열로 선수의 꿈을 포기한지 5년만에 느끼는 기분이었다.



    '반갑다.친구야!'



    미진은 장총과 같이 있던 총알들을 장전한후 서둘러 2층으로 내려갔다.



    -2층-



    2층으로 내려온 미진의 귀에 승기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미진은 서둘러 비명이 들리는 방으로 들어갔다.

    괴물이 바닥에 쓰러진 승기를 공격하고 있었다.



    "빨리 쏴!

    놈의 머릿통을 박살내버려!"



    미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괴물의 머리를 겨냥했다.



    '내가 우승한다.

    난 최고의 실력이야.

    난 패배자가 아니야.

    절대로!'



    괴물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승기가 몸을 일으켰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죽을뻔했다고요."



    미진은 빙긋이 웃었다.



    "여자는 원래 외출하기전에 준비할게 많은법이에요.

    애인도 없으세요.그런것도 모르게."



    승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약속시간에 늦었으니 그벌로 지하실의 사람들을 깨우는건 당신이하도록 하세요.

    난 2층을 둘러보고 내려갈께요."



    "그래요."



    미진은 장총을 꼭 움켜쥐었다.



    '내가 있어야 할곳...바로 이 화약연기가 나는곳이야.

    여길 빠져나가면 다시 선수생활을 할수있는 방법이 있을꺼야.

    반드시...'





    -천국에서 쫒겨난 천사는 악마가 될수밖에 없다.-



    지하실로 내려온 미진은 승기가 자신을 깨울때 사용했던 이상한 식초가

    들어있던 병을 찾았지만 발견할수가 없었다.



    '할수없지.'



    미진은 사람들을 흔들어깨우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않았다.

    그때 지하실 문이 열리며 승기가 들어왔다.



    "이봐요.승기씨..."



    미진은 공포에 얼어붙었다.

    승기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그의 등에는 커다란...긴 뼈같은 것이 두개 쏫아나있었다.

    마치 깃털 없는 날개의 형상이었다.



    "미진씨 총은 소용없어.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한 나에게 당신들 인간의 무기는 더이상 통하지않아."



    미진은 총을 들어 승기를 겨눴다.



    "혹시 땅벌의 습성을 알고있나?"



    방아쇠를 당겼다.



    '죽어버려. 이괴물아!'



    총알은 그의 몸을 뚫지못하고 튕겨났다.



    "진정하고 내애기를 들어봐.

    그러니까...

    땅벌은 산란용 땅굴을 판뒤에 그곳에 알을 낳지.

    그리고 자신의 새끼들이 먹을수 있는 곤충들을 잡아다가 마취시킨후,

    알들 옆에 놓아두고 땅굴의 입구를 막아버리지.

    땅벌의 애벌레들은 어미가 물어다놓은 먹이를 먹고 성충이되면

    땅굴의 입구를 부수고 밖으로 나오게 되는거야."



    승기는 울고있는 미진을 쳐다본후 말을 이었다.



    "그런데 가끔 예상외의 사건이 발생하지.

    바로 기생벌때문이야.

    그녀석들은 남의 집에 알을 살짝 낳고는 도망가.

    그러면 기생벌의 새끼는 항상 집주인의 알들보다 먼저 부화해서

    주인의 알들을 전부 죽이고 맛있는 식량을 독차지한단 말이야."



    승기는 위쪽을 바라보았다.



    "내형제들이 전부 갈색녀석한테 당했어.

    나는 운좋게 혼자 살아남아서 숨어있었지.

    날개가 돋아날때까지 녀석에게 들키지 않고 숨어있기에는 이집은 너무 좁았어.

    그러다가 이곳 지하실에서 먹잇감들의 가방을 뒤져보던중 총이라는 인간들의

    무기라면 충분히 저 기생충을 죽일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나는 너를 선택했어."



    미진은 승기를 쳐다보았다.



    "넌 악마야!

    너희 종족들도 결국은 인간세계에서는 기생충일 뿐이야."



    승기는 미진에게 다가갔다.



    "어쨋든 고마워.

    당신덕에 목숨을 건졌으니 말이야.

    그리고..."



    승기는 입맛을 다시며 미진에게 다가갔다.



    "난 널 먹고싶어!"


















    파옥초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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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1/01/16 21:39:14  210.22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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