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생후 42일 된 아기의 엄마입니다.
아빠를 닮아 무려 3.89 키로그램으로 세상에 태어난 빅베이비예요.
계획에 없이 임신이 되어 어영부영 열 달을 보내고 보니,
제 몸무게는 10키로가 늘었는데 어머나.. 아기가 37주에 4키로 라는거예요... 유도분만을 했는데 너무나 난산이었어요.
자궁문은 다 열렸는데 아기는 내려오지 않고, 간호사 대여섯명이 제 배를 꾹꾹 눌러 겨우 출산했지요.
그래서 그런지 태어나서 아기가 숨을 쉬지 못했어요.
바로 기도삽관 후 큰병원으로 이송, 한 달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이제 집에 온 지 2주가 되어갑니다.
친구들이 아기 이제 괜찮지? 잘 클거야 첨에 속썩인 아이들이 잘 큰대~ 할 때마다 혼자 울어요.
저산소성 뇌손상 +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진단을 받아서 앞으로 예후가 어찌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깟 몸무게 뭐 중요하다고 유도분만을 왜 했나. 제왕절개로 그냥 낳았으면 될 것을.
그 날 의사는 왜 호흡도 똑바로 못하는 나를 붙잡고 굳이 자연분만을 고집했을까. 출산하던 날을 몇 번이나 곱씹었는지 모릅니다.
어쨌거나 일은 벌어졌고, 이걸 받아들이고 아이를 잘 키워야지 생각은 하는데 계속 많이 울고 우울합니다.
저 갓난쟁이를 데리고 병원엔 일주일에 두세번 다녀야하고, 먹는게 힘들어 보채는 아기 안고 같이 울기도 하구요.
친정엄마나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아기 봐주시는 동안에도 잠은 커녕 오로지 검색 또 검색.
검색 결과에 따라 기분이 널뛰듯 오르내리던 42일이었어요.
이런 와중에 앞으로 재활하게 되면 감당해야 할 병원비를 걱정하는 내가 싫고,
병원에서는 또 뇌실이 크다면서 수두증이 올 수도 있으니 지켜보자는 얘기를 꺼내고,
시댁에선 괜찮아 질거라 하시면서도 아기가 좀 웃긴 하느냐, 눈은 맞추느냐며 발달사항을 체크하시고,
아기가 밥을 안먹어도 많이 울어도 이게 정상인가 아닌가, 내가 뭘 놓치는 건 아닌가 생각하느라 아기 예쁜지 모르겠고,
그냥 모든 일이 다 감당이 안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마 발달사항을 오래오래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 잘 할 수 있을까 매일 피가 마릅니다.
제가 원래 좀 차가운 성격이라 모성애가 부족해서 그런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기가 아프다는데 안쓰러운 마음보다 이런저런 걱정거리만 끌고가는 내가 답답합니다.
좋은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제가 뭘 놓쳐서 아기가 더 나빠지는건 아닌지..
지금은 아기를 어떻게 예뻐해줘야 할 지, 자지러지게 우는데 어떻게 달랠지조차 막막합니다.
그냥 누군가에게 내가 이런 마음이라고 털어놓고 싶어서, 굳이 이런 징징이 글을 남겨봅니다.
어떻게 마음을 추스를지.. 선배 엄마 아빠분들이 조언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