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이낳고 산후우울증이 있었던것같아요 명문대까지는 아니었지만 학창시절 집이 가난해서 학원한번 다녀보지못하고 문제집하나로 다섯번씩 풀면서 공부해서 서울에있는 4년제 졸업했어요 남들과 같이 열심히 취업준비하고.. 취업된지 3개월즈음인가 혼전임신했어요 당시 제가 기술지원쪽이라 장비와함께 지방출장도잦고 웬만하면 그냥 다니려고했는데 시작된 입덧과함께.. 그날도 대전으로 출장을 갔는데 서있질못하겠더라구요 고속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눈에보이는 아무 음식점에 들어갔어요 좀 살겠더라구요 한번 출장가면 기본 일주일.. 출장가지않는날에도 사무실에있으면 숨이답답하고 복도로나가 바람쐬고오면 살것같지만 30분이한계더라구요 결국 그만두었어요 그게 가장 후회돼요 왜 난 약해빠졌을까..
그후로 애기낳고 육아하면서 정말 너무우울했어요 내 남편은 결혼전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꿈을 위해(실은 가장의 역할때문에 였겠지만 제눈에는 부러워서 그렇게보였어요) 계속해서 일을하는데 왜 난 똑같이 대학만바라보고 십수년을 공부했는데 낙오자로 살아야하나 너무너무 우울하고 나라는존재는 사회에서 필요없는가 괜히 남편에게 화가나고 힘들었어요 25살이었죠.. 친구들은 여행도다니고 자기 미래를위해 공부하기도하고 원하는 일을하는친구.. 물론 취업이안돼서 아직도 구직중인친구..많았죠 근데 저는 그게 다 부러웠어요. 나는 아무도필요로하지않는다고..
전자공학과를 나와 경력없는 애딸린아줌마가 과연 나이먹고 관련직종에 취업할수있을까.. 끝도없이 우울했어요 나는이대로 그냥 애딸린 아줌마가되는건가 이럴거면 그 비싼 등록금은 왜날렸나..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싶었어요 근데 외동은 싫었어요 내가 서른이 되기전에 다시 사회로나가자 도전하자 맘먹고 연년생을 계획하고 아슬아슬하게 성공했어요
임신 7개월즈음인가? 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어요 큰아이가 18개월이었죠 너무불안했어요 엄마가없는곳에서 잘 있을수있을까 편식하는아이인데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엄마처럼 해줄수 없을텐데.. 적응기간 동안 우는아이보며 마음이너무아팠어요 근데 다행히도 적응을 빨리했어요 3일째부터는 웃으며 손흔들어주더라구요
아이가 적응을 잘해주니 걱정도 사라지더라구요 혼자있는 시간이 생겼고 행복했어요
그런데 둘째가 예정보다 빨리나왔어요 평소와같이 정기검진을 갔는데 초음파를 보더니 이상하다며 도플러검사를 진행했어요 첫아이때도 했던 검사라 아 뭐.. 이상없겠지 하고있었는데 이상하게 검진시간이 길어지는거에요 검사선생님께서 나갔다 들어왔다하시더라구요 제 담당쌤과 상의를 하러가신거였어요 지금 수치가이상하다고 순간적인걸수도있으니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검사하자고.. 그렇게 쉬었다 검사하다를 반복 한시간이 걸렸어요 어두운표정으로 설명해주세요 수치가몇이고 이정도며 아이에게ㅈ영양분은 물론 산소마저 거의 전달되고있지않다고.. 뇌쪽으로 가는 혈관도마찬가지라고
검사후에 담당선생님과 다시 진료를 봤어요 사산할수도있대요 집에가면안된대요 저는 안믿었어요 그냥버티겠다고 제가다니는 산부인과가 의사쌤이 열분정도세요 담당선생님이 저를 설득하다가 그럼 내일 다시오라고하셔서 집으로 가는데 전화가오더라구요 다를 선생님들과 다 상의해봤는데 위험하대요 지금당장 오래요 남편은 출장중이었고 저는 친정이 없어요 우선 어린이집으로가서 큰아이를 데려왔어요 그리고언니에게 전화했더니 고맙게도 반차를 쓰고와줬어요 그렇게입원했고 아이심장박동을 계속 듣고있었는데 다행히 아이가 잘 버티고있다고했어요 4일을 입원했다가 결국 수술했고 아이가 제품에 안겼고 2.2키로 너무작은아이인데 아..지금생각해도 가슴이벅차요 너무이쁘고 사랑스러운거에요 세상을 다가진것같고 제가 아무런 대가없이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퍼부어줄수있는 사람이 한명 더 생겼다는게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큰애낳았을때는 안그랬거든요 그냥 신기하고 감동적이고 밤에 신생아실로보냈는데 너무슬프고 그아이가 엄마뱃속에서만있다가 엄마없는 낯선곳에서ㅈ얼마나 무서울까 너무 괴롭고 내 뱃속에있던 아이가 사라졌다는 이상한 박탈감 상실감때문에 내내 울었던기억이나요 지금생각하면 그때 산후우울증 이었던것같아ㅇ큰아이낳고 위에적었던이유들(일을 못하는것)과 시댁과의 마찰로 죽고싶다는 생각도 많이했거든요
둘째를 낳고 100일.. 이력서를 넣기시작했어요 나이가 28세가 되어서 마음이 급했어요 경력도없는데 신입으로 지원해야하는데 30이넘으면 힘들것이다 그것도여자가.. 이런생각들때문에..
그런데 연락오는곳이 한군데도 없더라구요 직종을 바꿨어요 여자가 구직하기 쉬운쪽으로.. 바로 취업이 됐고 지금까지 일하고있어요 8개월차에요
일을시작하니 활력도 생기고 너무 행복한거에요 드디어 숨을 쉬는느낌 살아있는 느낌.. 자아를 찾는느낌..나도 쓸모가있구나..
저는 아이들이 안쓰럽긴하지만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너무좋아해서 고맙기도하고 제 일을 그만드고싶은 생각은 전혀없어요 어떻게 나온 사회인데.. 솔직히 3년동안 감옥에 갖혀있다가 탈출한기분이에요 일하는시간이 육아에서 해방되는 시간으로 느껴져요 내가 벗어날수있는시간 내가 엄마로서가아니라 나로서존재할수있는시간.. 그런생각들이 들기시작하니까 겉잡을수가없더라구요 어떻게든 일을 늘리려고 생각하고있고 시간연장 어린이집을 찾아보고있고 나도 3년동안 남편 일 하는동안 아이봤는데 내가 퇴근시간 늦어지면 남편이 아이봐주면되잖아? 라고생각이들고
어느날한번은 남편과 말다툼이있었는데요 저보고 어떻게든 육아에서 벗어날궁리만한대요
근데 맞아요 저 그러고있는것같아요
아이를 너무사랑하는건 맞는데 저는 제인생이 더 중요한것같아요 간신히 잡은 기회 놓고싶지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