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유? 눈팅 4년만에 처음으로 글을쓰네...ㅎㅎ
그냥 오늘은 무슨 용기가 생겨서인지 내 얘기를 적어볼까해
(아마 베오베에 정신과에 대한 얘기를 읽어서 그런걸꺼야 ㅎㅎ)
난 지금 삼십대 초반에 일반 직장인이야..
결혼도 했고 내 이름으로 된 작은 전세집도 있고
그냥 일상을 소소하게 또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남자사람이지^__^
근데 말야 나에겐 장애가 있어..
바로 공황장애야..
25살 3월 봄에 처음으로 진단을 받았어..
카페에서 알바를 하다 담배를 피러 잠깐 밖에 나왔는데
양쪽팔 겨드랑이 있는곳에서 부터 조금씩 저리더라구..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했지..
그날밤 일끝나고 김치찌개먹고 맥주한잔하러 갔는데
한모금 마시자마자 양팔이 갑자기 저리는거야..
왜 이러지?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저림현상이 온몸으로 퍼져 나가더라..
눈꺼풀 한쪽이 내려가고 입술은 내맘대로 안움직여지고
혀는 완전히 꼬여버렸지..
뇌가 마비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바람을 좀 쐬려고 일단 혼자 나와서 벤치에 잠깐 앉아 있는데
처음으로 죽을것 같은 공포를 느꼈어..
심장이 자기맘대로 뛰더라고 ㅎㅎ
들숨날숨할때 심장이 뛰는 게 일정해야 하는데
쿵쾅쿵쾅이 아니라 쿠와고아쿠ㅘ가ㅗㄱ따쾅우광!!! 이렇게 뛰더라고 ㅎㅎ
친구가 유심히 지켜보다 놀래서 날 얼렁 차에 태우고 모대학병원 응급실에 갔어..
정말 죽는줄 알았지...ㅎㅎ 그땐 아 이렇게 짧은 내 생이 끝나는구나.. 라고 생각했어..
아직 할것도 많고 하고 싶은것도 많고 못해본것도 많은데 이렇게 끝나는구나 생각했지..ㅋ
그렇게 고통같은 30분여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여의사가 오더라..
뭐 피뽑고 (동맥혈 첨으로 뽑아봤는데 아프더라;; 뭔 주사바늘이 글케 기냐 ㅡㅡ;;)
이것저것 해보더니 혈액속에 산소가 너무 많대..
정말 별거 아니라듯이 얘기하더라고..
과호흡아니면 음식 알러지같대.. 그러면서 살짝 흐리던말이
'공황장애는 아닌거 같고..' 이말이 아주 선명하게 기억나네 ㅎㅎ
난 이십대 초반에 아는 선생님을 쫒아다니면서 그룹심리상담을 도와드렸어..
그룹심리상담이란게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분들을 위해 같이 아파하고 도와주면서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함께하는거야... (한마디로 난 치료사^.~)
왜 이런얘길 하냐면 난 멘탈면에선 그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했거덩 ㅋㅋㅋㅋ
여튼 그날은 그렇게 병원에서 어느정도 진정을 찾은 후에 집으로 갔어..
집에 갔더니 그냥 꾸중만 들었지 뭐 ㅎㅎ 담배끊어라 술좀만먹어라 일찍다녀라~~~ㅎㅎㅎ
그리고 한 이틀후? 그정도 시간이 지난뒤에 친구와 함께 참치회를 먹으로 갔었지..
딱 한점먹고 바로 응급실로 실려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엔 다른 종합병원을 찾아갔어.. 그 모대학병원이 너무 불친절하고 사람이 많더라구..
택시를 타고 가는데 20km이상 속력을 내면 정말 죽을거 같은거야..
여기서 말하는 죽을거 같은 느낌이 어떤지 살짝 설명해줄까??
너가 조용한 길을 그냥 걷고 있어.. 근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나타나서 야!!! 하고 확 덮쳤다고 생각해봐
그럼 어떤기분일거 같아??
엄청 놀랬겠지? 손발에 땀이 살짝 나면서 심장이 두근두근거릴꺼고.. 그치??
그 상태가 계속 지속된다고 생각하면돼 ㅋㅋㅋㅋㅋ
이게 교감신경의 문제거덩..ㅎㅎ
그러니 아주 작은 반응에도 몸이 엄청 예민해져..
마치 20km 택시 속도가 500km가 된거처럼 두려운거지..
여튼 그렇게 또 응급실에 실려가서 동맥혈을 뽑고 여러가지 검사를 햇어..
뇌MRI,뇌파검사,알러지 검사,심장초음파 등등.. 뭐 이상한 심장박동체크기 같은거 몸에 달고
24시간동안 지켜보기도 하고...
여튼 덕분에 내 몸은 엄청 건강하단걸 잘 알게됐지 ㅎㅎ 개이득ㅋㅋㅋ
그동안 난 물한모금 제대로 마시지도 못했었어..
뭐만 입에 들어가면 바로 그 증상들이 나타났었거든..
어느날 밤 배가 너무 고픈거야..
어머니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두유라고 먹으라고 하는데 그건 먹기 싫더라구 ㅋㅋ
(내가 환자도 아니고 말야 ㅋㅋㅋ)
병원 지하에 편의점이 있었는데 무작정 어머니랑 같이 내려갔어..
먹다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쓰러지면 어차피 병원이니깐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인스턴트 전복죽을 샀어...
아직도 기억해 그맛... 정말 맛있더라..
뭐 며칠동안 아무것도 못먹은 상태였으니 얼마나 맛있었겠냐...
천천히 음미하면서 내 몸의 반응을 보면서 한입한입 한그릇을 다 먹었어..
아 먹는 즐거움이 이런거구나.. 태어나서 처음느껴봤다 ㅎㅎ
그리고 어떻게 되었냐고?
그날밤 내 코에 처음으로 산소호흡기를 끼게 되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ㅆㅂ...
마지막으로 간곳이 바로 신경정신과야..
신체에 아무 이상이 없대... 병원에서도 굉장히 난감해하더라고..
애가 살은 쪽쪽파지지 숨도 제대로 못쉬지 거의 반병신상태였으니까..
신경정신과 의사선생님과 상의를 하고 공황장애라는 임상적 진단을 받고 약을 받았어..
약이 세알이였는데 그걸 먹으려면 물을 먹어야 하잖아?
근데 내가 아무것도 먹지를 못해.물도 못마셔... 어떻게 해야겠어?ㅋㅋㅋ
약봉지를 뜯어서 살아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입에 약을 털어넣고 씹었어..
진~~~짜 쓰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우적우적 씹어먹었어..
그리고 어머니차를 타고 집에 갔지..
정말 아주 깊게 잠이 들었던거 같아..
12시간 넘게 잤으니.. ㅎㅎ
일어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면을 한번 먹어보고 싶다 했어..
이제 이거 아니면 답이 없었거든..
육체적문제도 아니고 정신적문제도 아니라면 죽어야지 별수 있겠냐 ㅎㅎ
라면을 귀신같이 국물한방울 남기지 않고 다 먹었어.
근데 몸이 괜찮은거야..
와 그때의 환희란 ㅋㅋㅋㅋㅋㅋㅋ
병명을 알고 살길을 찾았단 것만으로도 그렇게 좋을수가 없더라구...
그때부터 난 공황장애라는 병을 확진받았지..
하루에 3번 세알이였어 약이... 내가 알아본 바론 다 신경안정제더라 ㅎㅎ
그때부터 공황장애에 대해 공부를 좀 했어..
원인이 무엇이고 치료방법은 어떻게 되고 사례는 뭐가 있는지..
책을 사고 인터넷을 뒤지고 카페를 가입하고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
의사선생님도 내 상태를 보더니 짧게는 6개월에서 1년정도면 완치 할수 있을것같대..
약만 먹으니 이전처럼 정상 생활이 가능하니 크게 상관할것도 없고
나을 수 있다는데 뭐가 문제야 ㅎㅎ
대신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완전히 끊었어..
정말 한모금도 담배 한개피도 용납이 안됐지..
왜냐면 그 죽을거 같은 느낌을 난 잘 알고 있었고 두번다시 느끼기 싫었거덩..ㅎㅎ
(정말 무서워..)
애연가들은 알꺼야.. 담배끊는게 얼마나 힘든지..
근데 난 의사선생님이 피지 말라고 한 날부터 입에도 안댔당 ㅎㅎ
그렇게 6개월이 흐르고 내 약은 세알에서 한알로, 하루 세번에서 한번으로
복용량이 눈에 띄게 확줄었어..ㅎㅎ
나도 아프지 않았던 전처럼 다시 정상생활을 유지하고 ..
근데 말야..
정말 쉽게 나을거 같던 이 병이 나에게서 그렇게 쉽게 떨어지지 않더라..
내 몸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세가 조금씩 생기더라구..
그래서 마지막 그 약 한알을 끝까지 못 끊었어..
의사 선생님도 가장 걱정하는게 트라우마였고..
트라우마라는게 몸에 아무 이상이 없는대도 과거의 기억때문에 또 그렇게 될까바
혼자 조마조마 하면서 걱정하는거야...
그러니 굳이 약을 끊지말고 한알로 좀 더 유지해보자고 했지..
음... 내가 글 처음에 썼던거 기억나니??
그래 난 이제 삼심대 초반이야 ㅎㅎ
아직까지 약을 먹어...
난 하늘의 인연을 만나 결혼도 하고 그렇게 정상인 코스프레를 하며 잘 살려고 해..
약은 다시 세알로 늘었어...ㅎㅎ
그리고 이젠 이 병을 고치려고 하기 보다는
내가 평생 짊어져야 할 업이라 생각하며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
2주전쯤엔 직장에서 증상이 나타나더라구..
증상이 심해지면 이게 되게 꼴불견이야 ㅎㅎㅎ
입술도 돌아가고 발음도 꼬이고 잘 걷지도 못하고 덜덜덜 떨기만 하고 숨은 몰아쉬고...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집에서 편하게 쉬면서 너희들에게 내 인생을 쓰고 있네..^^;;
사실 너무 창피해...
그래서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타날거 같으면 난 숨어버려.. 집으로..
아무도 날 볼 수 없는곳으로 말야..
집에서 약먹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괜찮아지거든..
물론 그 시간은 정해져있지 않아..
보통 30분 이내에 진정이 되는데 심한날은 두봉지를 먹어도 엄청 힘들거든..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피고 진정이 되면 온몸에 진이 다 빠져나가 ㅎㅎㅎ
그야말로 백두산 등하산 혼자 한거 같은 상태지 뭐...
얘들아, 언제쯤 난 약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
무서워서 두려워서 장거리 버스도 잘못타고 비행기는 정말 내 인생의 행사야 ㅋㅋㅋ
먹고 싶은것도 맘대로 먹고 싶고 멀리 여행도 가고 싶어..
이런 나랑 같이 사는 아내가 불쌍하기도 하고...
저번주엔 정말 내 인생이 X같아서 술을 마시면서 혼자 펑펑 울었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원망했지..
나를 이렇게 낳으신 엄마, 아파서 한달동안 집에서 누워만 있을때
그렇게 살거면 죽으라는 아빠.. 결혼해서 직장생활,장남역할 제대로 못하는 날 한심하게 보는 누나..
다 싫고 밉더라... 죽어버리고 싶더라..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ㅎㅎ
더 살아봤자 지금보다 좋아질거 같지도 않고...ㅎㅎ
아주 친한 사람들에겐 내 얘기를 해줘... 공황장애에 대해..
그럼 돌아오는 답변은 단 하나야..
운동 열심히 하고 정신 똑바로 차리면 괜찮아 진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젠 내 얘기 안해..
왜냐면 정말 우리 사회의 편견은 너희들이 상상하는거 이상으로 굉장히 심해..
이나이 먹도록 보험하나 든거 없다야 ㅋㅋㅋ
안받아줘... 보험 못들어...
F등급이라고 들어봤지??
질병분류기호라는게 있어.. 근데 보통 정신과쪽 기호는 F로 시작해..
보험사에선 이 F등급인 사람들은 거의다 안받아준대..
걔네말을 인용하자면 '하자'가 있는 사람들이거덩..
괜히 들어줬다 마른 하늘에 언제 날벼락칠지 모르는 사람들이잖아..
뭐 근데 난 이해해.. 사실 누가 나같은 사람들에게 보험을 권하겠니??
언제 어디서 아파서 쓰러질지 모르는 사람한테..
사람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해..
내병은 정신쪽으로 약해서 그런게 아니라
뇌의 특정부분을 수행하는 곳이 고장난거라고..
그래서 엄연히 말하면 육체적인 병이라고..
그러면 뭐가 그럴거 같아???
ㅎㅎㅎㅎ 말 안해도 알거 같지 않아??
겉으로는 그래.라고 하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안해..
잘먹고 잘자고 잘살면 금방 나을꺼라 하지........
그래서 요즘엔 말야 내 생각을 완전히 뒤엎었어..
사실 이 얘기를 너희들에게 하고 싶었던거 같아..
난 앞으로 살날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해..
그래서 인생을 즐기면서 좀 살려구..
열심히 적금모아서 집사고 아이낳고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고 그런것보다는
그냥 하루하루를 즐기고 싶어..(물논 즐길 몸상태가 안됨 ㅋㅋㅋ)
이 전세집팔고 남은돈으로 내 아내와 함께 있을 작은공간 하나 마련하고
평소에 타고 싶었던 차 사서 이곳저곳 여행할려구..
내가 아기를 참 좋아하거든?? 근데... 힘들거 같아..
내가 힘든게 아니라 이런아빠를 둔 내 자식을 생각하니 자신이 없어진다..ㅎㅎ
이젠 정말 온전히 1분 1초를 날 위해서 살려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언제 삶이 끝날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일만 하다 죽으면 억울하거 같아서 말이지 ㅋㅋㅋㅋ
사실 나 지금 잠 못잔지 24시간 넘었어.. 밥먹은지도 꽤됐고..
와이프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지만 어쩔수가 없네..
잠도 못자고 잘 못먹어 ㅎㅎㅎ
끊었던 담배만 늘어나구...
오유야.. 나에게 조금만 힘을줘...
내가 아주 행복하게 웃으면서 살 수 있게 나에게 자그마한 희망 하나만 줘..
몇년동안 눈팅만 하던 내가 글까지 쓰는거 보면 어떤 기분인줄 알겠지?ㅎㅎ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정말 그 말이 딱이야 ㅋㅋ
인간에게서 가장 큰 욕구가 뭔줄 아니??
바로 살고하 하는 생의 욕구야..
내가 인간으로서 느끼는 욕구를 오유에 맘껏 배출중인가봐....ㅎㅎ
오유야 살려줘.... 살고 싶다..
약 안먹고 그냥 잘먹고 잘 잘수만 있게 해줘..
그누구도 이젠 원망안해..
난 모든걸 체념하고 단념했어... 다 내 문제야...
이해해달라고 하진 않을께..
그냥 내 얘기좀 귀귀울여 들어줘...
이쁜 내 아내와 맛있는 밥 한끼 정말 맛있게 먹을수 있도록 도와줘..
오유야...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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