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시작한 신혼....입니다. 10년이 훌쩍 넘었으나 분위기만큼은 신혼이죠 ㅎㅎㅎ
8월 초인가 새벽에도 더워서 잠을 못 이룰 정도의 더위가 계속 되던 날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속상한 일이 있어서 부장님한테 가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해서 둘이 술자리를 시작했습니다.
술과 안친해서 거의 마시지 않고 마시게 되더라도 조금만.....맥주 500....많이 마셔야 1000정도?
과음이라는건 10년에 한번 할까 말까한 제가 그 날은 꽤나 많이 마셨었죠.
소주를 둘이....4병? 5병? 기억이 안나지만..그정도(저는 술을 못마셔서 저정도면 치사량)
술 먹고 답답했던 이야기들을 부장님한테 털어놓으니 좀 편안해지고 술이 참 신나게 잘도 들어가더라구요.
이래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구나! 술 최고!!!...는 개뿔
그렇게 술자리 후에 대리를 불러서 차에 타고 집에 왔는데....
너무 많이 마셔서 하...정말 죽겠는겁니다.
'역시 나는 술이랑 안맞아. 좀만 차에 누워서 쉬다 움직일 수 있으면 들어가야지.'
그렇게 정신줄을 놔버리고.....
잠깐 정신이 들었는데 와이파이님이 어떻게 알고 내려와서 저를 차에서 끄집어내려고 낑낑대고 있는게 흐릿하게 보입니다.
어...? 응? 지금 상황은 뭐지? 차에서 내려야 하는건가?....하고 차에서 내리.....
지 못하고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잠든 모양입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안녕하세요"
와이프가 인사하는 소리가 들리고...
"더워서 여기서 자는건가?"
"그런가봐"
윗층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술이 덜 깨서 어지러운 상황에서 살짝 눈을 뜨니 눈 앞에 와이프님 얼굴이 있고 머리는 왠지 푹신하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부는게 아늑하고 좋은 기분입니다.
천장을 보니 우리집 주차장이 분명한데 날이 밝아오는게 보이고...
손을 뻗어 바닥을 더듬으니 맨바닥이 아닙니다.
어어...? 뭐지?!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 앉으니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됐죠.
분명 어제 12시까지 술을 마시고 대리 불러서 집에 온게 1시쯤 됐으려나....
인사불성이 되어서 차에서 잠든 저를 친하게 지내는 옆집 동생이 담배피러 나왔다가 발견하고 집에 알려준겁니다.
와이프는 저를 어떻게든 차에서 끄집어내서 집에 데리고 들어가려고 애쓰다가
바닥으로 떨어져서 못일으키니까 주차장 바닥에 돗자리를 깔아서 그 위에 올려주고
불편할까봐 무릎베게 해주고 모기에 물릴까봐 부채 들고와서 부채질까지 해주고 있었던 겁니다!
새벽 1시부터 무려 5시까지.....4시간이나!!!
순간 와이프님 등 뒤로 날개가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은건 술기운 때문이었을까요...?
아....정말 이 사람은 날 아껴주는구나.....정말 결혼 잘했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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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이야기>
그로부터 얼마 후....
백화점에 가서 옷이 예쁘다고 멈춰선 와이프님....가격을 보고 쓸쓸히 돌리던 발걸음을 다시 돌려세우고
"사줄께."
"정말?'
"맨날 돈 아낀다고 사고싶은 것도 못사잖아. 사준다고 할때 사"
"진짜 산다?"
와이프님은 그 날 그 매장에서만 무려 4벌의 옷을 구입했을 뿐이고....
점원은 엄청난 금액에 카드를 내밀기도 전에 할부로 해드릴까요? 라고 했을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