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foreign/all/newsview?newsid=20130821115603132 “일본군 과격하게 묘사” 학교·공립 도서관 등 학생들이 못보게 조치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廣島) 원자폭탄 피폭 체험을 바탕으로 반전·반핵 메시지를 역설한 유명 만화 '맨발의 겐'이 일본 일부 지역의 공립 도서관 등에서 잇달아 열람 제한 조치를 당하면서, 일본 사회 내부에서 우경화·역사왜곡에 대한 비판론이 촉발되고 있다.
21일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마네(島根)현 마쓰에(松江)시 시립 초·중학교 도서관과 돗토리(鳥取)현 돗토리시 시립도서관에서 '맨발의 겐'을 '폐가'조치하거나 사무실로 옮겨 학생들이 자유롭게 볼 수 없도록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일본 각지에서 열람 제한 철회 운동이 벌어지는 등 격론이 일고 있다. 1980년대 완결된 이후 일본의 어린이·청소년에게 전쟁의 참상을 알려 왔던 '맨발의 겐'을 읽지 못하게 한 것은 일본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우익세력의 역사 수정·왜곡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비판이 높다.
실제로 마쓰에시 교육위원회는 '맨발의 겐' 종반부에 등장하는 일본군의 아시아인 참수 묘사 등이 과격하다는 이유로 열람 제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맨발의 겐' 열람 금지를 요구했던 시민도 "있지도 않은 일본군의 만행이 그려져 있어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만화가 쇼와(昭和)천황의 전쟁 책임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층 일각에서는 "반일만화"라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하지만 '맨발의 겐'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맨발의 겐을 되돌려달라'는 제목의 인터넷 서명 운동을 벌이고 주요 신문에 열람 제한 조치를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투고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마쓰에시 교육위원회에 제출 예정인 인터넷 서명 운동에는 20일 현재 1만3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항의 성명을 낸 반핵단체 '비핵정부를 추구하는 이시카와의 모임' 대표 이노우에 히데오(井上英夫) 가나자와(金澤)대 명예교수는 "평화에 대해 생각한다면 전쟁의 비참함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그 이후에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것, 그것이 교육적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원폭 피해지역이자 '맨발의 겐'의 배경인 히로시마현의 유자키 히데히코(湯崎英彦) 지사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맨발의 겐'은) 열람 제한할 필요가 없다"며 "히로시마 원폭의 실상을 전하는 자료로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이 읽어 왔던 만화"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