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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1036761
    작성자 : 달밤통신
    추천 : 4
    조회수 : 500
    IP : 14.39.***.206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8/03/28 15:09:19
    http://todayhumor.com/?sisa_1036761 모바일
    <달밤체조 2015>, 블랙리스트 영화라기에는 뭣하지만…

    이게 나름 블랙리스트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영화 연출한 신봉철입니다. 캐스팅 뒷 이야기 좀 해 보겠습니다.

     

    저희 영화는 까메오 블록버스터라고 누누히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노회찬, 주진우, 정청래, 김용민 등이 출연하는 화려한 캐스팅. 그런데, 이렇게 화려한 까메오 캐스팅과는 대조적으로, 주연 배우 캐스팅은 나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주연배우 캐스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제가 처음 연출하는 감독이기 때문입니다. 봉준호나 최동훈 감독이 이 대본으로 영화를 제작하셨다면, 이런 어려움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캐스팅이 어렵기만 한 작품은 아닙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캐릭터가 매력적이라서, 이 배역을 맡아서 연기하는 일은 배우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제가 이 영화에 목숨 걸고 연출한 이유도, 대본이 좋아서입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대본 읽고 판단하는 일을 15년 이상 해 온 제가 보기에는, 제가 지금껏 읽은 모든 대본 중에 캐릭터 매력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이었으니까요.

     

    초보 감독이지만 매력적인 대본. 불리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여건에서 제가 택한 전략은 '이번 기회에 주연 하시죠' 전략입니다. 연기를 잘 하지만, 장편 영화에서 주연 배우를 맡아본 적이 없는 배우들에게 제안하는 거죠. 배우 입장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본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연 배우는 하던 사람만 합니다. 우리나라가 특히 그렇지요. 주연배우가 된다면, 다른 작품에서도 주연배우가 될 수 있고, CF도 할 수 있고. 좋은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작품을 보면, 주인공 캐릭터 매력적이고, 최근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30대 여자 주인공을 보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지라, <달밤체조 2015> 대본은 장점이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주연 하시죠' 전략에 따라, 연기력도 좋고, 나이도 맞고, 주인공은 해 본 적이 없는 배우 - 편의상 A 배우라 하겠습니다 - A의 매니지먼트 회사에 대본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답이 왔습니다.

     

    “출연료 얼마 주실 건데요?”

    “저희가 저예산이라, 많이는 못 드립니다. 이 정도.. ”

    “네, 좋아요. 그럼 배우 만나 보시지요.”

     

    형편 없이 작은 출연료였는데요, 매니지먼트 회사가 괜찮다고 봤습니다. 거기도 대본을 좋게 봤고, 주인공이 된다는 이점이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배우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배우는 뭔가 걱정이 있는 듯 했습니다. 제가 처음 하는 감독이라 걱정인가보다. 생각하고는, 제작 프로세스가 얼마나 합리적인지, 시각적인 스타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졌는데, 기분이 좀 이상했습니다. 배우는 여전히 뭔가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던 거죠.

     

    매니지먼트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배우가 안 하겠다고요. 영화가 정치적이라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처음 하는 감독이라도 잘 만들 것 같기는 한데, 정치적인 것을 빼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감독이 그 부분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말을 못 했다나요.

     

    주연 배우 뿐만 아니라, 까메오 출연 역시 쉽지가 않았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경험이 있는 배우들, 그들을 지켜 본 배우들은 미안하다며, 출연을 사양했습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배우들은 여전히 ‘그들’을 두려워합니다.

     

    우리 영화도 블랙리스트 영향을 받은 영화이기는 한데…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뭐 그렇게 엄청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쩌면, 배우들은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 이를테면, 직장 상사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라는 말을 하는 정도의 용기라도, 많은 사람들이 낸다면 정말로 대한민국이 바뀔 테니까, 어쩌면 고문이나 목숨 걸고 투쟁하는 이야기보다 달밤체조를 ‘그들’이 더 싫어할 수도 있겠다. 라고요.

     

    ‘그들’이 싫어하는 이유,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것이 배우들의 걱정이라면, 그 이유 때문에 이 영화를 많이 봐 주셔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많이 보시고, 많이 권해주셔서, 대한민국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을 두려워한 배우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한 장면, 영화의 오프닝 동영상을 첨부합니다.

     

    아, 그리고. 캐스팅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지요. 결국, 캐스팅은 주연 배우도 오디션으로 뽑는, 파격적인 프로세스를 택했고, 그 결과, ‘명품연기 + 신선한 얼굴’이라는 괜찮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건 영화에서 확인해 보세요. 



    영화 '달밤체조2015' 오프닝 from 달밤통신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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