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경(이하 양) : “말하기 참 민망한 이야기다. 여자 화장실에서 배현진씨가 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하고 거울도 보고 화장도 고치고 해서 배씨에게 ‘너무 물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잠그고 양치질을 하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이에 배씨가 ‘양치하는데 물 쓰는 걸 선배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했고 서로 몇 번 말이 오간 뒤 내가 ‘MBC 앵커인데 당연하죠’라고 말하고선 퇴근했다. 출근했더니 부장이 부르고 난리가 났다. 이 사건에 대한 경위서를 써야 했고 한 선배는 ‘인사가 날 수 있다’고 하더라. 심지어 진상조사단까지 꾸려졌다.(웃음) 사실 관계 확인 차 CCTV도 돌려봤다고 했다. 당장 인사가 나진 않았지만 당시 부장의 말대로 정기 인사 때 인사가 났다. MBC 보도국 내부 분위기를 상징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경영 쪽 지인으로부터 내가 포함돼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현진씨와 있었던 일이 방아쇠가 된 것 같았다.”
- 비제작부서 4년째면 다시 마이크를 잡을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있을 것 같다.
양 : “물론 있다. 그러나 우린 목구멍에 풀칠은 한다. 진짜 어렵게 고공농성을 하는 분들이나 우리보다 더 오래 쫓겨나 언론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신 분들이 있다. 나는 어쨌든 사무실에 앉아 직원으로 일은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내가 미디어에 고통스럽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저만 힘든 것은 아닌데….(이 대목에서 목멘 양 기자가 눈물을 보여 인터뷰가 잠시 중단됐다) 중간에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망설임이 없었다. 도피의 의미도 있었다. 나와 달리 온전히 그 시간을 버텨낸 동료들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속이 문드러졌을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복귀해 리포트를 하고 싶다는 조급증이 있다. 14~15년차 중견 기자이기 때문에 더 이상 현장 기자를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 미래방송연구소 소속 양윤경 MBC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이미지 크게 보기
▲ 미래방송연구소 소속 양윤경 MBC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조의명 기자는 지난 3월 ‘시사매거진 2580’ 제작 과정에서 세월호 인양 지연에 대한 정부 책임론과 박근혜 정권에 부정적인 인터뷰 등을 빼라고 지시받았다. 심지어 ‘진실’이라는 단어가 불편하다며 삭제를 요구받았다. ‘PD수첩’ 노동 아이템 불허로 제작진의 제작 중단 사태를 부른 조창호 시사제작국장 지시였다. 조 기자는 양심에 따라 국장 지시를 거부·항의하고 ‘주의’ 징계를 받았다. 시사제작국 기자·PD들은 지난달 26일 “현재의 시사매거진 2580은 강점이었던 제작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라며 “부장과 데스크는 아무 결정권이 없고, 심층 아이템을 취재할 기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과거 2580의 자율적인 논의 과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로 인한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부르고 있다”면서 조 국장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