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팀 게시판 가보면 거기도 한화팬이지만 김성근 비난하는 분들 제법 있습니다. 다시말해서 김성근이란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화팬이라고 해서 곱지만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에요. 처음 김성근 영입할 때 한화팬들이 전부 동조했겠습니까? 일부는 김성근 감독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또 실제로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경고하셨던 분들도 계세요.
김성근의 선수단 운용은 확실히 호불호가 강합니다. 강한 투지와 승리를 원하는 팬들은 그를 좋아하지만 선수들의 안녕을 걱정하고 성적 보다 페어 플레이를 좋아하는 팬들은 김성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거 하나는 좀 짚고 넘어 갑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프로스포츠는 모든 팀들이 같은 선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한화가 지난 몇 년간 연봉 지출이 많다고 하지만 지난 10년간 모기업이 구단에 투자한 금액을 삼성과 비교해 보면 아마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겁니다. 한화는 2군 훈련장 조차도 없었거든요. 그걸 한화팬들은 잘 알고 있으니까 꼴찌를 해도 이해하긴 합니다만 어떤 프로스포츠 팀 팬들이 지는 경기만 보고 즐거워할까요? 한화팬들이 김성근 영입을 주장한 것은 이기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김성근은 그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한화도 다른 팀을 이기고 순위 싸움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그걸 보고 모기업은 로저스를 영입하는 등 가을야구를 위한 투자를 하는 겁니다.
미안하지만 그게 프로스포츠에요. 아무리 혹사가 어쩌고 저쩌고 해도 팀은 이겨야 선수들이 보상을 받고 보상을 받아야 선수들도 그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그래서 김감독은 기를 쓰고 이기려는 거에요. 이겨서 성적이 좋아야 구단에 투자를 요구할 명분이 있으니까.
김감독 SK 시절 프론트가 괜히 경질한 줄 아십니까? 김감독이 그런 걸 요구해요. 성적이 좋으니 충분한 보상을 해라. 팀을 위해 혹사 당한 선수들은 일본에 보내서라도 제대로 재활을 시켜라. 일년 동안 고생한 선수들 가족들 해외 여행 보내달라. 선수들 훈련 시켜야 하니 코치들 더 영입해라. 돈이 무지하게 듭니다. 돈은 무지하게 드는데 다른팀 팬들의 비난이 빗발치니까 프론트 입장에서는 1등을 해놓고서도 기업 이미지에 해가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에요. 김감독에겐 미안하지만 그게 프로입니다. 프로라고요.
많은 분들 말대로 김감독은 구시대 사람입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지금처럼 구단의 일거수 일투족이 노출되지 않던 시절에는 이기면 됐어요. 이기면 됐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겼습니다. 김감독만 그런게 아니고 다 그랬죠. 그나마 김감독과 함께 했던 선수들이 그를 존경한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딱 하나에요. 고생한 만큼 희생당한 만큼 보상을 해주기 위해 구단과 싸워주니까.
그렇다고 혹사가 정당하다는 건 아닙니다. 사라져야 할 병폐 맞아요. 제가 쌍방울 시절 부터 김성근 감독팬이지만 한편으로는 염경엽 감독을 무척 좋아합니다. 선수 혹사도 안 시키고 지략도 뛰어나고 팀 운영도 잘 하지요. 하지만 모든 구단이 염경엽 같은 감독을 쓰진 못해요. 감독을 동반자가 아닌 중간 관리자로 취급하는 우리나라 기업들 입장에서 염경엽 감독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장석이라는 구단주가 있는 넥센이기 때문에 염경엽 같은 감독도 존재할 수 있는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또한 저는 김성근을 견제하는 이런 여론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여론 때문에 다른 팀에서도 혹사를 함부로 못 시키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감독도 이기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김기태의 기아가 내년에도 올해 처럼 죽쓴다면 팬들이 가만히 있을 까요? 김성근 감독 만큼은 아니더라도 자기 팀에서 조차 혹사로 비난을 받는 김경문 감독이 2년 연속 팀 꼴찌를 기록한다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타팀 팬들이 지금 김성근 감독을 그렇게 비난하지만 사실 그 이유는 하나에요. 그가 사라져 주길 바라는 거죠. 그가 혹사하고 선수들을 부품 취급하고 팬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타팀팬들을 자극하는 것 때문에 화가 난 것도 있지만 김성근 감독은 자기 팀을 이기거든요.
시즌초 한화를 세컨팀으로 선택했던 분들도 사실 그것 때문이죠. 한화가 이기니까. 경기가 재밌으니까 응원할 맛 나니까....
아니 몰랐습니까? 김성근 감독 혹사 시키는 거? 다들 알고 있었잖아요? 김감독이 뭐 거짓말 한다 어쩐다 하지만 그건 하도 김감독의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에 노출되고 검증 받은 거니까 그런 거죠. 그런 식으로 누군가의 삶이 노출된다면 일관성 있는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의 삶은 승리를 위해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언행이 일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가 없어요. 일관성을 찾는 다면 단 하나 이기기 위해서 뭐든지 한다죠.
게다가 김감독의 신화는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에요. 팬과 기자들이 만들어 낸 거지. 얼마나 많은 기자들이 그를 따라다니고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그의 인터뷰를 땄습니까? 게다가 솔직히 그의 경력이면 그 정도 대우를 받을만 하지 않습니까? 심지어 자기 팔 갈어 넣어 신화를 이룩한 그 김감독을 존경하는 선수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본인 스스로가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 붙여 승부에 집중을 하는데 선수들이라고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까? 이기면 그 만한 보상이 따르는데.
또 요즘 보면 그가 이룩한 성과에 대해서 폄하하는 정보들이 많고 그런 정보들 수시로 인용해가면서 비아냥 대는 사람들 있던데 부도난 쌍방울 플레이 오프 진출 시키고 엘지 준우승 만들고 SK 왕조를 이룩한 것은 순전히 선수들 몸 갈아 넣어서 만든 거네요? 그 시절 그 정도 혹사 안 시킨 감독 있습니까? 같은 조건에서도 그 정도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은 분명 능력이죠.
게다가 지금도 보세요. 젊고 똑똑한 감독들 사이에서 만년 꼴찌 하던 한화 이끌고 시즌 내내 허리싸움 했어요. 만약 예전처럼 경기수가 적었다면 한화는 5위 언저리에서 시즌을 마감했을 겁니다. 만약 시즌초 부터 리빌딩에 집중하느라 KT와 꼴찌 싸움하고 있었어봐요. 지금 김성근 비판하던 사람들 뭐라 그럴까요? 안 봐도 비디온데. 안 그렇습니까?
어짜피 프로는 이겨야 되요. 이겨야 보상을 받고 그래야 선수들도 먹고 삽니다. 어떤 팀을 가도 주전 대우 받을 만한 선수가 아닌 이상 팀 전체가 먹고 살려면 이겨야 되는게 프로에요. 팀이 순위가 낮은 채로 시즌을 마감하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코치들 선수들 많습니다. 만약 당신이 김성근 감독 밑에서 던지는 책임감 있는 불펜 투수라면 어떨 것 같은가요? 아마 당신도 팔 갈아 넣을 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