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8년 봄~여름쯤 나는 신교대를 마치고 자대로 와서 열심히 나라를 지키는 중이었음. 자대에서는 부대 사정에 따라 경계지역이 있고 거길 공포탄 갖고 가서 사수 부사수 두 명이 경계하면 되는데 하라는 경계는 안하고 사람이 올만한 동선만 주시하면서 당직이나 간부들이 혹시 브리핑 시키러 오나 사람경계를 주로 했음.
그러면서 둘만있으니 수다를 떨게 되는데 뭐라뭐라 이야기 하다가 선임이 갑자기 우리가 왜 도깨비 부대인지 아냐고 물어봄 그래서 대충 아는 거 말했음 625때 북한군이 우리가 싸움 잘하고 신출귀몰해서 뭐 적이 이름붙여준 최초의 부대 아니냐 그게 도깨비다. 이랬는데 아니라는 거임.
그래서 어 이거 아니라면 난 모르겠다 했는데 선임이 니가 말한게 맞긴 한데 여기에 도깨비가 산다는 거임. 이 선임이 평소에 장난기와 놀림이 심한데(선넘진 않고 유쾌해서 재밌긴 함) 그래서 장난치지 말라 함.
선임이 진짜라면서 자기 따라와보랬음. 보여준다고. 아니 이새끼 제정신인가 근무서는데 어디가냐고 좆될거면 혼자 좆되라고 했음. 근데 얘가 잠깐이면 된다고 해서 설마 그 사이에 누가 오진 않겠지 하고 진짜 잠깐만 갔음. 솔직히 얼마 안걸리고 눈에 보일 정도의 거리라서 가는 거였지 아니였음 안갔음
초소 옆에는 옛날 창고가 있는데 예전에 12군번인가가 훈련잘해서 군단장이 건물 새로 지워주고 풋살장 만들어줬다고 했음. 아무튼 그 때 버려진 건물인데 존나 으스스함.
암튼 밥주고 나서 선임이 이제 라이트 꺼보래서 껏음. 대충 라이트펜이라고 px에서 파는 걸로 비추고 있었거든. 딴 건 너무 환해서 안썻고. 글구 이 구멍좀 보라는 거임.
구멍 보니 우리 막사가 보임. 대충 연병장 확 잘보이는 자리임. 뭐 없는데 왜 보라 한 거야 하고 선임을 뒤돌아 봤는데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는 거임 이제 절대 말하지 말고 다시 제대로 보라고.
암튼 다시 보니까 연병장 가운데에서 뭔가 사람 형체같은 게 있었음. 먼가 하고 눈 찌푸리면서 자세히 보자 어떤 사람이 칼 같은 걸로 사람 위에 올라타서 자꾸 찌르는 거임. 뭔가 비현실적이라서 시발 이게 뭐지 내가 잘못보고있나 싶어서 다시 자세히 보는데 그 사람 형체는 여전히 뭘 휘두르고 있었고 그 때 갑자기 칼든 사람이 하던 걸 멈추고 막사 한쪽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임. 그래서 뭔가 싶어서 나도 그놈이 쳐다보는 곳을 주시했는데 어떤 사람이 후다닥 막사로 도망가는게 보였고 다시 연병장쪽을 보니 칼 든 사람은 사라져있고 시체만 놓여 있었음.
난 뭔가 벙찌고 비현실적인 것을 봐서 순간 뇌정지 온 거 같았음 0구멍에서 눈떼고 선임을 뒤돌아 봤는데 선임은 없었고 고양이들 숨소리만 들렸음
그 때서야 정신이 들더라 난 지금 활동복 차림이고 우리 부대는 경계초소 다 사라지고 이젠 지통실 감시카메라 보는 영상감시만 한다는 것을. 난 뭔가에 홀린 기분으로 잠시 멍하니 있었던 거 같음 도대체 어디서 부터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던건지 모르겠는 거임. 평소 정신력하난 강해서 독종소리 듣고 귀신이나 미신 하나도 안믿었었는데 이게 뭔상황인지 하나도 설명이ㅠ안됨 그렇다고 내가 정신병걸렸나 싶어봐도 난 지금 존나 건강함
걍 모든 걸 잊고 뭐 몽유병 걸려서 왔나보다 차라리 그렇게 치자 이러면서 생환관 내 자리로 복귀하는데 이상하게도 아까 선임의 "절대 말하지 마." 라는 한 마디가 너무 또렷하게 내 귀에 남아있었음.
밤이고 잘시간이고 말 할일도 없는데 뭐. 하고 걍 누워서 잠을 청하며 아 몽유병 좆같네 혹시 또 자면 어디 나가서 돌아다니는 거 아닌가 이 생각하면서 잘려고 억지로 눈을 붙이는데 생활관 문 여는 소리가 들림. 대충 불침번이 온도체크하러 왔겠구나 하고 신경끄는데 이놈의 발자국이 내 침대로 오더니 뭔가를 속삭이는 거임.
"너 아까 거 봤니?" 이러는 거야.
난 시발 뭔소리야 사람 자는데 하면서 불침번한테 승질 부리려다가 문득 아까 아무말도 하지 말라는 그게 떠올라서 걍 조용히 자는 척했음. 그러니까 이 새끼가 갑자기 "아뇨, 못봤습니다." 혼자 대답하고 딴 침대 가서 또 물어보는 거임.
"너 아까 거 봤냐고"
난 뭔가 존나 섬뜩한걸 느꼇음 뭔가 이 생활관에서 좆같고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그리고 자연스레 연병장에서 봤던 살인장면이 연상이 되는 거임. 씨발 설마 아니겠지
녀석은 자꾸 침대로 가면서 아까거 봤냐고 묻고 지혼자 아뇨 못봤습니다. 이 지랄 존나 함. 그리고 마지막 남은 침대로 가서 또 봤냐고 물어보고 거기에서 누가 "아뇨, 못봤습니다." 라고 대답했음.
그리고 이어진 말이 너무 소름돋아서 난 진짜 혼자서 벌벌 떨었음
"너구나."
이 부대에서 2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만만한 선임을 먹었다면서 꼽주고 다니는 후임이 있었는데 선임이 그를 흉기로 살해했다고 함. 이어서 목격자 한 명을 선임이 뒤쫓아가서 침대 위에서 살해했다고 함.
후에 알게 된 건데 나 몽유병 있더라. 자주 있는 건 아니고 가끔 애들이 놀램. 막 심한 건 아닌데 혼자 걸어다니거나 그런가 보더라.
이후 나는 전역할 때 까지 시간이 나면 그 창고를 올라가보는 게 버릇이 되었음. 항상 참치캔이랑 수통 들고 가서 고양이 밥주고 그 때 그 경험을 생각함.
내가 봤던 그 선임. 그가 보여준다고 했던 도깨비. 그거 본인이었을까?
그리고 몽유병 때문에 돌아다니던 나를 왜 도와줬을까? 나는 설마 이 고양이들이 도깨비인 건 아니겠지 하면서 마지막날까지 창고에 올라가 참치캔 주고 전역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