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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실제로 겪은 이야기입니다.
새벽녘, 비몽사몽간에 본 것이라 진짜였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요.
블로그를 오랫동안 보아오신 분이라면 아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경기도 동두천시에 있는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당시 수도권에 처음으로 생긴 공립 외국어 고등학교였는데, 특이하게도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하는 학교였습니다.
저는 근처 포천시에서 중학교를 다녔던 것도 있고, 아버지가 군인이시라 자주 이사를 다니는 집안 환경상 기숙사 학교가 마침 딱 들어맞았고요.
그래서 고등학교 3년간 내내 기숙사에서 살아야만 했죠.
기숙사는 학교 본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지행동이 지금만큼 개발이 되지가 않아서 학교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재개발 들어가면서 이주한 폐가들이 학교 근처에 서너채 남아있었고, 제가 2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학교 근처에 매점도 딱 하나 있을 정도로 외곽이었죠.
이렇게 외진 곳이다보니, 기숙사 뒤쪽에는 산이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산이 조선시대 성균관 대사성까지 오르셨던 어느 선비님의 선산이더라고요.
크게 묘역이 조성되어 있는데, 하필 아래쪽에 있는 무덤 몇개는 기숙사 뒤쪽 창문을 열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기숙사 3층 정도 위치에서 문을 열면 무덤과 바로 눈이 마주치는 방이 몇곳 있을 정도였죠.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제가 하필 그 방을 배정받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창문만 열면 보이는 무덤 때문에 좀 오싹하고 꺼름칙하기도 했지만, 방을 같이 쓰던 친구들이 이전부터 친하던 녀석들이라 금세 잊고 신나게 1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8월 즈음, 저는 그 방에서 이상한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이었습니다.
문득 자다가 깨어난 저는, 목이 말라 책상 위에 떠놓은 물을 마시려 일어섰죠.
몸을 일으켰는데, 문득 책상 너머 더워서 열어뒀던 창문 밖이 보였습니다.
순간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창문 너머, 바로 보이는 무덤 앞에 무언가 희뿌연게 떠 있었거든요.
저는 시력이 좋지가 않아 안경을 써야 앞이 제대로 보입니다.
조금 더 다가가, 책상 위에 올려놨던 안경을 쓰는 순간, 그제야 희뿌연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손이었습니다.
몸도 없고, 그저 희뿌연 손만이 허공에 둥둥 떠서 이리 오라는 듯, 천천히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등골에 소름이 쫙 끼쳐서, 그대로 줄행랑쳐서 침대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불을 푹 덮어쓴 채, 날이 밝을 때까지 벌벌 떨고 있었죠.
당시 기숙사 기상 시간은 6시였는데, 기숙사 기상 음악이 울릴 때까지 제정신이 아닌 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던 게 생각나네요.
그 후 아무 일도 없었지만, 이 이야기를 기숙사 사감 선생님한테 했다가 들은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야, 어차피 너희 기숙사 뒤쪽에 있는 무덤들은 다 가묘라서 안에 묻힌 사람도 없어.]
친구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줬지만, 다들 헛꿈 꾼 거라고 한마디씩 거들 뿐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후 아무 일도 없었는데다, 같은 방에서 이상한 걸 본 사람은 저 뿐이었으니 아마 꿈을 꾼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가끔 묘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 비어있는 가묘를, 제가 들어가서 메워야한다는 뜻의 손짓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요.
그해, 저는 수능은 망했지만 괴담 번역을 시작했고, 아직까지도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괴담 블로그 운영자가, 인생에 딱 한번 겪어본 기괴한 사건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그 손 안 따라가길 천만다행이었네요!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1320?category=350133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출처 | https://vkepitaph.tistory.com/1320?category=350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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