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교 오티 후기입니다.
요약하자면
군기 잡고
얼차려에
성희롱으로 압축이 되겠습니다.
입학식날 오티 안 가는 사람을 물어봤습니다.
오티는 왠만하면 가는게 좋긴 합니다만
안 가는 애들 명단 적고
따로 불러서 얘기 했습니다.
강제성이 좀 보이고 반말 찍찍 내뱉고 불쾌했습니다.
26일에
집합을 하고 최근 있었던 부산외대 사건으로 인해서인지
안전교육이 바짝 강화된듯 했습니다.
안전교육을 한 시간 반정도 듣고
과가를 좀 연습하고 밥도 먹고
좀 시간지연이 과하게 돼서
14학번 신입생이 전반적으로 지친 상태였습니다.
밥 먹고도 한 시간 반이 넘게
선배들은 떠들기만 하고 뭔가 일이 지연돼 보여서
다들 지쳐있었습니다.
3시간 동안 달려서 숙소로 도착했습니다.
밥을 먹고 교수님 세미나를 들었습니다.
시간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시간에 상관없이 좀 지루하긴 했습니다
이 때 14학번이 중간중간 시계도 보고
폰도 보고 카톡도 했습니다.
이 점은 굉장히 죄송한 점입니다. 사과 드릴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끝나고
고학번 선배가 하는 말이
교수님이 만만하게 보이냐면서
13학번이 직속선배로서 졸면 깨워주고 카톡 못하게 하는 역할을
제대로 안 했다고 엎드려 뻗쳐를 받았습니다.
고학번 선배가
하나 라고 말하면
13학번은 정신을
이라고 외치고
둘이라고 말하면
13학번은 차리자
라고 외쳤습니다.
이 과정을 좀 반복했습니다.
이 기합이 끝나고
고학번 선배는 말했습니다.
자 얘네도 했는데 너네도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지?
어깨동무 해
하라고 해서 남자여자 상관없이 어깨동무를 했습니다.
앉았다 일어섰다를 또
정신을 차리자 구호를 외치면서
한 열 번 정도를 했습니다.
파도치면 가만 놔두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너네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돈 내고 온 오티에서 이런 짓 당하는 거 기분 나쁘냐면서..
뭐 이런 식으로 말을 시작하면서
분위기 이렇게 만들거냐는 식의 말을 했습니다.
솔직히 인정합니다 핸드폰 좀 봤습니다
사과 드려야합니다. 그런데 이게 왜 교수님께 사과를 드리지 않고
저희가 기합을 받아야하는지 의문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다 끝나고 뭐 여러 일이 끝나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술은 생각보다 강요하는 분위기는 없었습니다.
몸 안 좋은 애들은 챙겨주고 뺄 애들은 빼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화장실 가는 것도 허락 받고 가야하고(방 안에 있습니다.)
자는 것도, 옆 방에 가는 것도 허락 받고 가야합니다.
자지 말라면 못 자고
자라면 자고
계속 있으라면 있고 옆방으로 옮겨서 술을 마시자면 그렇게 해야합니다.
그리고 14학번은 리조트 내 매점에 갈 수 없습니다.
14학번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돈으로 사먹는 거여도 갈 수 없습니다.
선배들은 자주 갑니다.
다음날 27일이 되었습니다.
저희 과는 공대인데 각 과마다 장기자랑을 한 팀씩 내보내서
공대 연합으로 장기자랑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부분 무난하게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1등한 팀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1등이라는 그것도 문제지만 무대에 올라간 거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컨셉은 패션쇼였는데요,
어떤 여자랑 남자 둘이 나오고
남자 한 명은 외국인 패션디자이너 컨셉
여자는 통역사 컨셉
남자 다른 한 명은 모델처럼 보였습니다.
남자가 간단한 소개를 하면서 대놓고
아이러브쎅스!
이랬습니다.
아무리 남자가 대부분인 공대라 해도 여학우들도 있는데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인들끼리 모였다 해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긴 해도 아직은 조심스럽게 말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뭐 말은 잘 안 들렸는데
저희 숙소가 콘도였는데요
저쪽에는 콘도가 있다. not 콘돔 이런 식으로 중간중간 더러운 농담을 했습니다. 좀 불쾌했습니다.
패션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올해는 말의 해라고
남자 둘이서 말 자세를 하고 말 탈을 쓰고 천으로 된 말옷을 뒤집어 썼습니다.
한명은 서있고 한명은 뒤에서 허리를 숙이고 있는 자세였습니다.
이거 보고 후배위 같다고 했습니다.
둘이 배열이 흐뜨러지니까
더 박아
세게 박아
깊게 박아라고 무대에서 패션디자이너 컨셉인 사람이 외쳤습니다.
또 그 과에 14학번 여자 중에
퀸카라면서 가장 예쁜 애를 데려왔다고 했습니다.
하의실종에다가 큰 남방을 입었습니다.
제가 좀 보수적이긴 하지만 이런 건 뭐 그냥 그랬습니다.
옷을 벗다가 맙니다.
옆에서 환호성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옷을 다 벗으니까
좀 짧은 나시 원피스가 나오고 걍 포즈를 취하고 돌아다닙니다.
옷 입은 거 자체는 별 생각이 없습니다.
패션쇼잖아요.
근데 디자이너 컨셉을 한 남자가 하는 말이
어딜 만져야할지 모르겠다고
여자애를 보고 손으로 가슴쪽 높이를 주물럭주물럭하는 시늉을 했습니다
28일에 집에 갑니다.
학생회들은 보드 타는 거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양주도 유난히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각자 자기 돈 더해서 더 사먹고 보드 타는 거면 상관 없습니다.
누구는 소주, 맥주에다가 양주 아주 조금씩 마시는데
학생회들은 양주 파티였습니다.
보드도 잘 타더라고요.
자기 돈 더 보태서 마신 거면 아무말 없습니다만
그런게 보였습니다.
나중에 학생회에서 뭐 말을 한다면 이건 없는 걸로 치죠.
이상 오티 12만원짜리,
25만원짜리 학생회비가 독촉된 오티후기였습니다.
ps. 그런데 다른 사람들 말 보면
무슨 앉았다 일어섰다 열 번 한 거 가지고
무슨 기합이냐고, 그렇게 징징대서 군대는 가겠냐고 하는데
기합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닌가요? 대학교에서 하는게 과연 맞는 건가요?
리플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