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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이우환씨 작품이 오유에서 논란이 된 적 있었죠. 저런 점은 나도 찍겠다. 재벌들 돈놀이다...
저는 비록 상업적인 선택을 했다지만 순수미술 전공자로서 가슴아픈 이야기였어요.
1논란이 된 이우환씨 작품 중 하나.
하지만 공감은 갑니다. 저도 고등학생때까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특히 피카소를 진짜 싫어했어요. 피카소의 초기작은 또 사실적인 화풍이거든요? 근데 화가들의 작품은 그 인생동안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변하고 발전한다는걸 몰랐던 저는 말놀이나하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가장 싫어했던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
그럼 미술은 왜 이렇게 대중들에게 어렵고 불편해졌을까요?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1. 미술은 단순한 손기술이 아니라 학문의 길을 가게 됬다. (비전공자가 생물학이나 역사학 잘 모르죠?비슷한 맥락..)
2. 미술은 대중을 짝사랑하지만 애초에 대중이 미술의 소비층이 될수 없다는 점에서 불통, 미술은 대중을 위한 예술이 아니다.
1.미술이 이외로 예술의 반열에 들어선건 오백년에 불과하며, 이정도의 아성을 자랑하게 된건 고작 백오십여년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전에는 공예와 같이 특권층들의 장식품과 호사품, 또는 국가적 기록의 지위 정도밖에 위치하지 못했고 화가개개인은 그저 기술자일 뿐 중요치 않았습니다.
그건 동양권, 서양권에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현대미술은 서양미술의 흐름속에서 발전하였기에 이하는 서양권으로 설명..)
1성당의 장식품이자 문맹인 평민들에게 성경내용을 쉽게 알리기 위해 그려졌던 중세의 모자이크화.
그러던것이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화가의 위치가 올라갑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서양에는 원근법이란것이 개발되었어요.
사진같은 그림이 가능해지면서 예술가들의 재능이 두드러지게 되고, 그 위치도 올라가게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레오나오르드 다빈치에요.
1레오나오르드 다빈치 작품. 사실성이 떨어지는 중세미술과 몹시 다르죠?
하지만 여전히 예술가들은 귀족의 후원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고, 대부분의 수입 원천은 귀족 초상화나 역사화같이 국가에서 쓰이는 그림들이었어요. 이런 그림들은 화가 개인의 개성보다는 세밀한 묘사력과 귀족취향에 맞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때까지의 그림들은 몇가지 기독교, 그리스로마신화의 상징적 기호만 알면 해석가능하고, 보편적인 미에 맞춘 그림들이기에 지금의 대중들이 쉬워합니다.
그러던 것이 근대에 와서 인상주의가 태동한 이후, 화가의 의미는 엄청나게 변합니다.
그동안 미술의 객관적인 기준이 되었던 인물에 맞는 충실한 연극적표현, 섬세한 터치와 고아한 색감, 사실적이고 정확한 데생력따위가 다 무시되게 됩니다.
귀족사회가 무너진 후, 사회는 대 격변을 맞이하게 되고, 그에 따른 새로운 예술 형태를 필요로 하게 됬습니다.
화가들은 더이상 자신들의 구매자가 되어줬던 귀족의 취향에 맞추는게 아니라, 보다 자유로운 성향을 가진 부루조아의 취향과 맞물려, 개인의 개성과 주관적인 미적기준 에게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혁명 이전의 그림과 이후의 그림을 비교해봅시다.
1난잡하고 화려한 궁정사회를 묘사하는데 정평이 났던 프리고나르의 그네.
1거친 형태와 강한 색감으로 유명한 야수파 마티스의 그림.
예전 그림들과 다르게, 19세기 이후의 그림을 해석할려면 그 화가의 대략적인 인생, 그당시 시대배경과 미술시장의 흐름까지 알아야 겨우 해석이 됩니다. 좀더 깊게 이해할려면 그당시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되었던 학문적 바탕까지 알아야되니 미술은 이제 점점 복잡해집니다.
현대미술을 복잡하게 만든 장본인, 뒤샹의 샘. 이때부터 미술은 난해한 길을 걷게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그게 최고조를 찍었던 것이 20세기 중후반입니다. 미술은 점점 철학의 영역에 손을 뻗치게 되고 작가의 주관성은 한없이 존중받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스타평론가들이 나오면서 이들은 미술을 아주 엘리트화시켜버립니다. 이 시기부터 그저 잘그린 그림은 작가의 개성도 철학도 깊이도 없는 싸구려 그림으로 취급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화가들도 그에 맞춰 아주 각종 별의별 거를 다 시도하면서 난해한 미술들이 탄생하기 시작해요.
모더니즘시기의 그림들
대중들이 가장 싫어하고, 실제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들.
20세기 후반부터 이러한 현상을 반발, 다시 예전처럼 보기좋은 구상미술로 돌아가고자 하는 흐름도 있고, 주관성을 배격한 극사실주의도 등장하고, 팝아트도 등장하고, 컬렉터들이나 화랑이 소유할수 없는 거대한 대지미술이나 환경미술을 시도하는 화가들도 생겼지만, 이미 그 그림들 조차도 전체적인 서양미술사를 모른다면 이해할 수 없는 그림들이 되버렸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앤디워홀. 대중이 흔히 쓰고 사랑하는 소재로 예술을 만들었지만 정작 대중들은 그게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는지 모름.)
1삼성때문에 유명해진 리힌텐슈타인. 엘리트주의에 반발해, 조잡한 상업적 만화를 크게 확대하여 그림.
1주관성을 배재한, 사진보다 더정확한 극사실주의. 실제 인간보다 훨씬 큰 조각상입니다.
자연환경에 행하는 대지미술. 그림의 자본화에 반발, 소유할 수 없는 미술형태를 만들고자하는게 시작이였으나. 환경오염, 자본에 의한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한계를 가짐.
이렇게 복잡한 담론을 거치면서 미술은 더이상 손기술만 좋아선 성공할 수 없는 분야가 되버렸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선 미술시장의 전체적 흐름, 동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현상을 파악하는 능력과 얼마나 남들과 차별성을 두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나긴 훈련기간과 배움의 기간이 소요되고, 보다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중요해졌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작가가 되기 위해선 단순히 좋은 손재주뿐만 아니라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자기경험적, 학문적 배경이 필요합니다.
이미 손쉽게 다가설 수 있는 분야가 아니게 되버린게 미술입니다.
생물학이나 공학처럼, 기초적인 화학기호도 모르는 사람이 생물구조를 이해할 수 없듯이
미술도 최소한의 미술역사를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2. 현재 미술은 대중들이 구매하지 못합니다. 이 말은 대중들의 취향이 반영되지 않는 다는 거에요.
옛날 그림들은 한없이 특권층에 맞춘 기호였으나 동시에 평범한 백성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고 계몽시키고자한 의도도 담아있었거든요.
그러나 시민사회가 발전하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정착하면서,예술의 계몽적 기능은 사라졌죠.
미술은 철저히 엘리트들의 리그로 변해버립니다. 예술가를 키우는건 대중들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의 취향이 반영되지 않죠.
미술은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친숙하게 다가서기에는 너무나 전문화, 엘리트화되버렸습니다. 화랑들과 컬렉터들은 자신의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해 미술시장을 조정하고, 자신이 소유한 작품의 작가를 스타로 만들고, 그 내에서 팔리고 삽니다. 이 과정에서 대중의 개입은 거의 없죠. 인기많은 전시전도 거의 자의적 선택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정해놓은 네임벨류에 따르고요.
대중들은 미술시장에서 소외되고 점점 멀어져버립니다..
작가들도 이에 대해 엄청나게 고민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자본주의에서 중요한건 누가 소비하느냐이니까요.
이상 엄청 길고 지루한 글이었어요.
그저 답답한 마음에 써봅니다.
저도 아직 단순한 미대 학생일 뿐, 진지한 미술학 전공자도 아닙니다. 아는것도 그저 수박 겉핥기죠.
미술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진짜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자신이 이해할 수 없다고 재벌들 돈놀이로만 치부하는건 가슴이 아파요.
모든 스타작가들은 힘든 무명시절을 거쳤습니다. 적어도 최하 십여년을 빈곤속에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를 확립해왔기때문에 현재의 그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노력을 그렇게 폄하하시지 마세요. 대부분의 화가들은 정말 먹고 살기 힘듭니다. 그런 상황속에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있고 꾸준히 다뤄왔다는것만으로도 놀라워요.
어떤 화가가 점만 찍어요..근데 그 점을 십년넘게 계속 찍어왔다고 생각해보세요. 보통의 사람은 불가능해요.
그럼 미술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남들이 좋다고 하니 나도 좋다라고 생각하지마시고 그냥 개인의 심미안을 따르세요.
연예인을 보고도 누구는 이쁘다 누구는 못생겼다 이러잖아요? 미술도 똑같아요.
남들 평가 신경쓰지말고 자신의 선택이 중요한거에요.
내가 봤을때 이건 이해도 안가고 추하다, 전혀 이상한거 아닙니당. 그렇게 생각하시면 되요.
저도 미켈란젤로는 좋아하는데 라파엘로는 싫어하고
같은 초현실주의자지만 호앙미로는 좋아하고 달리는 엄청 싫어해요.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백남준이나 피카소도 안좋아하고, 잭슨폴록도 싫어해요.
(그렇다고 그들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까지 폄하하는건 아닙니다. 그저 안좋아할 뿐...
싫어하는 이유도 정말 초 단순합니다...)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시기 보단, 그저 자신이 꽂히는대로 좋아하시면 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화가들 대량으로 풀고 갑니당.
초기 초현실주의의 대가 호앙미로. 정작 좋아하는 작품은 말년에 추상화된 작품들.
기구하고 빈곤한 삶을 산 여성초현실주의 작가 바로. 생애 가난한 직공으로 살며 한번도 인정받은 적 없음.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중 하나 로스코. 사진으로 보면 뭐야 이 치덕치덕은 하는데 실제로 보면 숨이 턱 막히는 작품들.
미친 디테일의 도트그림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 디자인 콜라보레이션도 열심히 하는 작가. 일본은 상업과 순수미술의 상호작용이 활발한 점이 부럽더라구요. 실제로 스페인에서 열린 전시전 봤는데 정신나가는 느낌이 듬.
제일 잘나가는 글로벌한 한국작가중 하나 서도호의 작품. 투명한 천으로 조형물을 만듭니다.
공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는 작가.
사진조각을 이어붙여 조각을 하시는 권오상 조각가. 반짝반짝하고 이쁜데 어쩐지 섬뜩한 작품들.
좀 더 있지만 이정도로 생략할게요!
아무튼 미술의 세계는 넓고 다양합니다~
그중 하나정도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 있을거라고 생각하니 미술을 접하실 기회가 생긴다면 한번쯤 관심을 가졌음 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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