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고 이승까지 출장을 갔다 오라고요?"
아침부터 어이없는 소리를 들었다. 옆 부서에서 처리해야 할 일을 왜 우리가 도맡아서 해야 하는가?
나의 의문에, 선임인 의조사자는 간곡히 부탁하듯이 말했다.
"그래! 부탁 좀 하자. 지금 옆 부서 난리난 거 몰라? 망자들 데려오라고 보냈더니 이승에서 허튼 짓거리나 하고!
걔네들 써야하는 시말서만 백장이 넘는단다 백장이! 그래서 당분간은 후임들한텐 이승 출장 보류한다더라. 그러다보니 인도사자가
부족해서 우리한테까지 도외달라고 손 뻗는데, 나라고 그걸 어떻게 거절하냐? 윗놈들 눈치 보이는데."
"아니! 그건 걔네 사정이지 우리 사정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굳이 절 시키셔야겠어요? 제 밑에 후임들은요?"
나의 완강한 의사표현에, 선임이 이내 인상을 구기며 대답했다.
"아오! 너까지 이렇게 따박따박 말대꾸를 해야겠어? 아직 미숙한 애들을 어느 구석 믿고 맡겨! 그래도 어느 정도 짬찬 너 같은 애가
해야지. 이번만 눈 한번 딱 감고 봐줘라. 응? 다른 애들은 이승 출장 잡히면 그렇게나 좋아하는데 넌 반대로 왜 그러냐?"
"하... 알겠습니다. 까라면 까야죠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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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썅. 일처리를 어떻게 했길래 옆 부서한테까지 피해가 오게 만들어?"
하루의 시작부터 욕으로 시작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너무나 기분이 나쁘다.
내가 사망하고 저승사자가 된 지도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나는 이 곳에 온 이후 저승사자가 되어 망자들을 재판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고있다.
저승사자는 업무별로 크게 세가지로 나뉘는데, 나같은 경우는 저승으로 올라온 망자를 재판하고 환생을 결정하는 재판사자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행정사자, 저승에서 이승의 망자들의 정보를 관리하고, 죽음이 가까워진 망자들의 명패를 만들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
행정부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이 놈들은 대부분 똑부러진 애들이 많다.
마지막은 인도사자인데,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일을 맡는다. 저승사자 직종 중에서 가장 경쟁이 세고 인기가 많다.
왜냐하면, 망자를 데려오기 위해 이승에 들락 날락 할 수 있어서 세상 구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가장 사고를 많이 터트리는 부서이기도 하고.
한참을 궁시렁대며 걸은 끝에 행정부 소속인 망자명패관리부에 도착했다.
이곳은 인도사자들이 이승으로 내려가 망자를 데리러가기 전에 들러야 하는 곳인데,
자신이 데려와야할 망자의 명패를 받는 곳이다.
"어? 재욱사자가 여기 왜 왔어?"
"인도사자 새끼들이 일처리를 뭐 같게 해서 저희 부서까지도 일을 돕게 됐습니다. 하하!"
"아이고 그랬구만! 고생 좀 하겠어. 여기 명패받아가! 고생해~"
"수고하십쇼."
명패를 받아들고 나온 나는 곧장 이승으로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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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너까지 말썽부리고 오면 안된다! 믿고 맡긴거니까! 알겠지?"
"걱정마세요. 저 다녀오는 동안에 그새끼들 시말서나 빨리 마무리하라고 해줘요."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며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다시는 보고싶지 않았던 이승의 풍경을 보러 간다.
빨리 마무리하고 와야지. 무사히 마치고 복귀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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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망자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이승으로 내려오자마자, 봄바람이 나를 감싸 안는 느낌이다. 이승은 이제 막 봄이 온 듯 했다.
명패를 뒤집어보니, 망자가 있는 곳은 진해라는 곳이었다.
나는 망자가 입원해있는 병원 앞에 섰다.
이승의 사람들이 많이들 들락 날락 하고 있는데, 그들을 신경쓰지 않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죽음을 앞둔 망자가 아닌 이상, 저승사자의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지만 걸어서 올라간다.
어쩌다 거울에서 저승사자의 모습이 잠깐식 비춰지다 사라진다나 어쨌다나?
망자가 있는 곳은 5층에 있는 중환자실이었다.
굳이 내 손으로 망자가 있는 중환자실의 문을 열지 않았다. 어차피 난 저승사자기 때문에 이승에 있는 물체는 간단하게 통과해서 갈 수 있다.
"이렇게나 젊은 사람이.."
망자의 모습을 보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벌써 죽기엔, 너무나도 젊은 여자였다.
망자의 정보를 알기 위해 명패를 뒤집어 확인해보았다.
[한예리. 1992년 7월 8일생. 28세. 사망 사유 다발성 장기 부전]
다발성 장기 부전?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다.
어쨌든, 나는 오늘 안에 그녀가 죽을것이라 생각하며 이 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의 침대는 바깥 경치가 훤히 보이는 창가 옆에 붙어있었다.
창문 틈 사이로 봄의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는데, 빛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은 빛나다못해 너무나 창백해서 보이지가 않았다.
마치 빛이 되어 흩어질 것만 같이.
그녀는 아무런 움직임 없이, 한참동안이나 잠들어 있었다.
나로서는 그저 이 곳에 서서 그녀가 어떤 상태로 있다가 죽는지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때였다.
"엄마! 나왔어!"
엄마라고? 저 젊은 여자가 엄마?
나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했다.
중환자실의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8살 남짓 해보이는 어린 남자아이였는데,
그 아이는 죽어가는 저 여인을 엄마라고 불렀다.
애가 있었단 말인가?
나는 순간, 조금의 동정심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죽는것도 안타깝지만 아이가 있을 줄은 몰랐다.
아이를 세상에 혼자 냅두고 죽을 수 있을까? 아주 조금이지만,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아?"
미친! 저승사자 품위가 있지. 망자한테 동정심을 느껴선 안된다고!
이래봬도 난, 저승사자중에서도 가장 피도 눈물도 없다는 재판사자인데!
정신을 차리고, 아이와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엄마! 오늘은 말이야.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아이는 잠들어있는 그녀를 보며 작은 입으로 조잘조잘댔다.
그녀가 듣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그녀에게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고 있었다.
나는 한참 그 아이를 응시했다. 자신의 엄마가 저렇게 아픈데도 꽤 밝은 모습인 게 신기했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저녁이 가까워지고 있을 때였다. 잠시 바람을 쐬고 들어왔는데.
"뭐지?"
아이의 시선이, 계속 나를 향하고 있었다.
우연이라 생각하고 넘겼지만 점점 내 생각이 의심으로 바뀌었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지긋이 쳐다보고 있는데?"
죽음을 앞둔 망자를 빼고는 저승사자를 볼 수 없었다. 이승의 사람들은 저승사자를 보지 못한다.
그런데 저 아이는 아까부터 줄곧 내 쪽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 있던 자리에서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아이의 시선이 움직이는 나를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닌가!
"아뿔싸! 설마?"
정말로 순수한 영혼을 타고난 사람은 10살이 되기 전까지는 저승사자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나는 이승으로 내려갈 일이 거의 없었기에 딱히 신경쓰지 않았는데,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내가 보이는게 아니고서야 저렇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지 않을텐데!
예상치 못한 문제에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동안,
아이가 내 앞에 섰다.
나는 아이와 시선을 마주보았다.
무표정을 유지했지만, 조금은 당황스럽다.
"사,사자 아저씨에요?"
큰일났다! 이 애는 내가 보였던거구나.
나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아이에게 말했다.
"그래. 저승사자 아저씨다."
아이는 내 애기를 듣고 다시 입을 닫더니, 이내 다시 내게 말했다.
"그럼. 저랑 나가서 얘기할 수 있어요?"
꽤나 당돌한 녀석이군, 그래. 허락해주마!
"용건은 짧게 해라."
"네.."
나는 아이와 함께 병원 옆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아이는 공원에서도 나무에 둘러쌓여있는 벤치를 택했다.
나는 아이의 옆에 앉았고, 아이는 앉자마자 내게 말했다.
"우리 엄마 어때요? 진짜 예쁘죠!"
"그래. 예쁘더라."
"우리 엄마, 많이 아파요. 너무 아파서, 지금 이렇게 병원에서 지내고 있어요."
"그렇겠지. 심지어 중환자실이니까."
나는 아이의 말에 차갑게 대답했다.
아이는 그럼에도 주눅들지 않으며 내게 물었다.
"아저씨. 근데 왜 아까부터 앞에 서 계시면서 우리 엄마 바라봤어요? 우리 엄마 예뻐서?"
이 아이는 너무나도 순수하다. 그렇기에 날 보고도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거겠지.
소년의 어머니를 데려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 이 아이의 반응이 어떨지 아주 조금 근심스럽다.
그래도 밝혀야만 했다. 저승사자는 자신의 신분을 감춰선 안된다.
"그전에. 내가 사자 아저씨인건 어떻게 알았어?"
"검은 옷을 입고있고, 무섭게 생기고.."
다들 알고있는 저승사자의 차림새였다.
"아저씨, 우리 엄마 데려가실거에요?"
"..그래. 곧 너희 엄마를 데려가야해."
아이의 시선을 애써 피하지 않으며 말했다.
나는 저승사자고, 너희 어머니를 데려가야한다고.
아이는 나의 말을 듣고 입을 닫았다.
내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울음을 터트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이는 의외로 담담했다.
잠깐의 침묵을 기다린 끝에, 아이가 입을 열었다.
"우리 엄마. 진짜 착한 사람이었어요."
"응."
"엄마는 어린 나이에 나를 낳으셨대요. 어른이 되기도 전에 내가 태어났대요.
근데. 저는 태어나서 아빠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엄마는 혼자 저를 키우셨어요. 어떤 일이든 다 하시면서. 저를 키우셨어요.
그러다가 우리 엄마, 너무 힘들게 살아서 그런건지 병에 걸렸어요. 너무 무서운 병에 걸렸어요.
엄마는 절 안심시켰어요. 별 거 아니라고. 치료받으면 금방 나을거라고.
전 믿었어요. 엄마가 치료받고 다시 나을거라고. 그러고나서 나랑 행복하게 살 거라고.
근데요. 아니었어요. 우리 엄마, 치료를 받는데도 몸이 점점 더 안 좋아졌어요.
엄마는 그 와중에도 숨겼어요. 제가 걱정할까봐 저한텐 하나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들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얘기를요."
아이가 잠시 입을 닫더니, 나를 보며 얘기했다.
"시간이 더 이상 얼마 남지 않았대요. 우리 엄마. 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우리엄마가, 이제 곧 내 곁을 떠나게 될 지도 모른데요."
나는 아이의 애기를 듣고 아무런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저승사자는 그저, 망자를 데려갈 뿐 이다. 망자를 사랑하는 사람이 망자가 죽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들,
저승사자는 거스름 없이 그저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해야한다.
"우리엄마 죽으면, 전 고아원으로 보내진데요."
"그렇구나."
저승사자로서 이런 생각을 가져선 안되지만, 아이가 너무 안타까웠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할 나이에 벌써부터 세상을 혼자 살아가게 될 아이의 앞날이 너무도 잔인했다.
그저 마음속으로, 아이의 앞날에 행복을 빌어줄 수 밖에 없었다.
아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고아원에 가는건 괜찮아요. 그 곳에서 좋은 사람들 만날 수 있다면, 전 괜찮아요.
근데 있잖아요. 있잖아요.."
말을 뜸들이더니, 이내 아이의 얼굴에 눈물 방울이 흘러내렸다.
"우리 엄마 없는 세상이, 너무 겁나요. 엄마는 내 세상이었어요. 근데 우리 엄마가 이제 내 곁을 떠나면?
내 세상도 사라지게 돼요. 그럼 저 어떡해요? 하나밖에 없는 내 세상이 사라지면 전 어떡해요! 어떡하면 좋아요..."
아이는 이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지금의 우는 이 모습이, 지극히 정상적인 8살 아이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 전까지,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도 어색했다. 엄마의 죽음을 앞에 둔 8살 아이의 모습은, 차라리 지금 이 모습이 맞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줄 수 있는지 생각했다. 저승사자로서 이승의 사람을 위로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이 소년 앞에서, 나는 위로해주고 싶다.
"왜 사람이 죽으면 '돌아가셨다'라고 말하는 지 아니?"
"..왜요?"
"원래 사람들은 하늘나라에 사는데 땅으로 잠깐 소풍을 온거란다. 그래서 언젠가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돼서,
누군가가 죽으면 '돌아가셨다' 라고 하는거야."
"정말이에요?"
아이의 반응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순수한 영혼이기에 믿을 수 있는거겠지.
"정말이란다. 저승사자는 거짓말 안해."
아이는 나의 말을 듣고 웃음지었다. 입은 웃고있지만, 아이의 눈은 젖어있었다.
그 모습이, 아이를 더욱 슬퍼보이게 했다.
"..아저씨가 할 말이 있는데."
"네..뭔데요?"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절대로 혼자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알겠니?
엄마는 분명 하늘에서도 널 지켜주실거야. 살면서 분명 좋은 일들이 많이 있을것이고, 너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면사 행복하게 살게 될테니 걱정마라. 울지말고."
이런! 내가 지금 이승의 사람한테 쓸데없이 무슨 얘기를 해주는거야? 이건 걸리면 무조건 시말서감이다.
하지만, 진심이었다. 소년에게 말해주고 싶은 나의 진심이었다.
아이는 내 얘기를 듣고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환자실로 돌아온 후, 소년은 누워있는 엄마를 보며 굿나잇 키스를 했다.
나는 말 없이 시계를 바라보았다.
5분 뒤다. 그녀가 망자가 되는 시간.
아이에겐 말하지 않았다. 그저,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을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았다.
5분이 지나자,
"커,커헉!"
"어,엄마! 엄마!! 으아앙!"
그녀의 온 몸이 심한 경련을 일으키다, 이내 움직임이 멎어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중환자실엔 간호사와 의사들이 들이닥쳤고, 아이는 엄마를 보며 절규하였다.
그녀는 오늘 밤 짧았던 생을 마쳤다.
나는, 망자가 된 그녀를 불렀다.
"한예리 씨. 이제 가셔야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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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이 된 그녀는, 앙상한 자신의 육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죽은 거 맞죠?"
"네. 2019년 5월 6일 오후 10시 18분. 한예리씨는 28년간의 삶을 마치고 망자가 되셨습니다. 이제 갑시다."
자리에서 가만히 서있던 그녀는, 이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봄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만 같은 여리여리한 체구의 그녀는,
그 누구보다 크게 흐느끼며 울었다.
한참을 운 끝에, 상황을 정리한 그녀가 내게 말했다.
"죄송해요. 너무 허무해서.."
"많이 힘드셨을텐데, 고생하셨습니다."
그녀는 나의 말을 듣고 다시 울먹이더니, 내게 말했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요.. 저 없이 혼자 살아야 할 아이한테... 너무 미안해요..."
"음."
"저 없이도 잘 지내야 할텐데... 아직 8살밖에 되지 않은 애가 앞으로 어떻게 살지... 제가 지켜줘야 하는데...
저 애를 두고 내가 어떻게 떠나..."
그녀는 망자가 된 와중에도 자신의 아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녀는 저승에 가고, 별 일 없이 환생하게 될 테니 말이다.
"저승사자님. 전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요? 지옥에 가나요?"
"지옥엔 가지 않으실겁니다. 별 문제가 되지 않는 한, 다시 환생하실.. "
[ 아! ]
순간, 내 머리 속에 하나의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아이의 어머니를 천국으로 보내서 천사가 되게 하는 게 어떨까?
환생하게 될 경우, 전생의 기억은 당연히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그녀는 아들과의 기억을 잃게될 것 이다.
지금도 죽은 와중에 저렇게 아들을 걱정하며 눈물흘리고 있는데, 아들 곁을 떠나는 것을 저렇게나 미안해하는데, 환생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차라리, 환생이 아니라 그녀를 천사로 보내는 것이 어떨까?
천사가 될 경우 환생을 할 순 없지만, 자신의 전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사람의 인생에 행운,재물,인연,축복을 걸어줄 수 있었다. 이승의 사람이 죽어서 망자가 될 때까지, 자신이 직접 지켜줄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그녀와 아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나는 뒤돌아 그녀를 보며 물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겁에 질려 몸을 움찔거렸다.
"놀라지 마시고요. 음.. 원래라면 환생을 하시게 될텐데, 환생하면 전생의 기억은 모두 지워지시거든요. 그렇게 된다면 아들에 대한 기억도
모두 사라지실겁니다. 어떻게.. 그대로 환생 하실겁니까?"
그녀는 나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이와의 기억이 모두 지워진다구요? 굳이 꼬,꼭 환생을 해야하나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저는 아이를 두고 떠나고 싶지 않은데.."
그녀는 안절부절하며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의 반응을 보고 나는 곧바로 지체 없이 그녀에게 제안했다.
"그럼, 천국으로 가셔서 천사가 되시는 건 어때요? 천사가 된다면 당신의 아들을 지켜줄 수 있는데 말입니다."
나는 그녀에게 나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녀는 내 얘기를 듣자마자,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좋아요! 정말로요!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저는 천사가 되어서 아이의 평생을 지켜주고 싶어요. 꼭 그러고 싶어요..!"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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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환생을 위한 재판을 받지않고, 곧바로 천국으로 이동하여 천사가 될 준비를 하게 되었다.
천사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다른 영혼들과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영혼을 가진 망자만이 천사가 될 자격이 있었다.
내가 그녀를 천사로 추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아들 때문이었다.
그 아이가 누구보다 순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연히 그녀를 닮았기에 가능했을테니까.
"사자님! 정말 고맙습니다. 은혜 잊지않고 천국에서 우리 아들 잘 지킬게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사자님!"
"남사스럽게 이런 인사 하지마세요. 원래 저승사자가 이렇게 도와주면 안되는건데 참."
그녀는 천국으로 떠나기 전, 굳이 나를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괜히 부끄러웠던 나는 일부러 퉁명스레 인사를 받았고, 떠나는 그녀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천국으로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행복할 수 있었던 당신만큼이나, 아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꼭 아이를 지켜주기를.
그녀가 내 시야에서 사라지자, 나는 곧바로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
"에휴! 이제 시말서나 쓰러 가야겠다."
세번째 소설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부분은 과감히 지적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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