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된한국은세계최고의강대국이 될것입니다.”

한국과북한을제외한세계강대국대표들이 모인엄중한자리에서 미국대표가엄중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는저희국가모두에게 영향력을 미칠수있습니다. 한국이 성장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런다고 통일을못하게하자고요? 전 세계가이세계평화가실현되는 장면을기대하고 있다고요!”

독일대표가화를내자미국대표는그게아니라는 듯고개를저으며말했다.

“통일을못하게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전에한국에손을좀보자는이야기죠.”

“구체적으로 어떻게손을보겠다는 겁니까?”

프랑스대표의질문에미국대표는자신있게 대답했다.

“한국에는 석차9등급제라는 게있습니다... 이것은 고등학교에서 학생의 성적을 기준으로 과목마다 9개의 등급으로 나눈것인데, 1이나 9와 같은 극단적인 등급으로 갈수록 그 안에 드는 학생수는 적어집니다. 예를 들어 전체의 4퍼센트에서 11퍼센트까지가 2등급이지만 1등급은 단 1에서 4퍼센트 뿐입니다...”

1달후, 사과 사에서 누가보아도 한국을 소비층으로 겨냥한 제품이 하나 나왔다.

“이초소형드론은주인이등록되면 언제나주인을따라다니며 일정한수치를보여줍니다. 한 번인증이되면사용자에 대한정보가모두드론으로 넘겨집니다. 물론 머리 위에 계속 따라다니는 게 걸리적거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기의 100분의 1정도 크기에 소음은 거의 없어서 아마 허공에 글자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이실 테니까요!”

제품설명을 듣던한기자가질문을했다.

“그럼머리위에는무엇이뜨는건가요?”

“학생들의 성적이뜹니다.

인권을침해한다는 논란이있긴했지만이기기는어렵지않게한국에있는모든중고등학교에 보급되었다.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반대 시위가 있었지만 학부모들이 이 기기의 도입을 너무나도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학교들 입장에서 안 들여올 수가 없었다. 또 학교 입장에서도 이것이 학생들의 경쟁욕구를 극대화하고 성적을 향상시키는 데 좋은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의 동의는사실필요하지도 않았다.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전화번호 정도만 있으면 바로 등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드론은 nais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끌어모았다. 그리고 학생들의 머리 위에 숫자 하나를 띄웠다.

3.5 그리고4.7... 얘는2.1... 처음에는 그것이무엇을의미하는지 몰랐지만 곧전체과목의 평균등급을 의미함을 깨다았다. 중학생 같은 경우는 전교 석차백분위를 사용했는데, 전체에서 상위 40퍼센트 안에 들면 40 이라고 숫자가 뜨는 방식이었다.

학생들은 처음에너무나당혹했다. 숫자가 낮으면 괜히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재수 없게 볼까봐 불안했고, 높으면 낮은 성적이 창피해 얼굴도 못 들고 다녔다.

“야, 김지연. 너 이번에 성적 좀 올랐다! 저번에 4.6이었는데, 이제 4.3이네!”

“쟤는너무재수없어. 어떻게 몇 달 째 숫자가 계속 1.0인거야?!”

교사들이 학생을바라보는 데도편견이생겼다.

“야, 6.5 이무진! 또 자냐? 그렇게 수업시간에 잠만 자니까 성적이 그 모양인거 아냐? 우리 2.2 호현이를 봐! 열심히 수업 듣고 있잖아!”

“음... 아무래도 1.5 이아영 서평은 그냥 안보고 만점 줘도 되겠지.. 성적도 높은 애가 수행평가를 대충하지는 않을 거 아냐? 아, 7.8 애는 그냥 최하점 줘야지, 뭐.”

기기가더큰파장을불러온것은숫자가학교밖에서도 계속켜진다는 것이었다.

“어휴, 7.2 쟤는 보나마나 꼴통이겠지.”

“와! 이 근방에선 1점대처음봐!”

서서히성적이높은학생들은 고개를들고머리위숫자가트로피라도 되는것처럼다녔고, 성적이 낮으면 땅바닥만 보고 걷는 것이 습관 되었다.

숫자에따른온도차는 학생을자녀로둔부모들의 시선에무엇보다 지대한영향을끼쳤다.

“넌, 3점대인 얘가 왜 7점대짜리 친구를 사귀어?”

“아이고우리호현이왔어? 2.2야 역시. 무진아, 너 진짜 친구 하나는 잘 뒀다.”

“기껏낳아서길러줬더니 6점대짜리 남자친구를 사귀어? 1점대 아니면 안돼! 네 남자친구가 성적을 올리든지 둘이 헤어지든지 하라고!”

상황이이지경이니 학생들입장에서 공부를안할래야 안할수가없었다. 누군가는 무시받지 않기 위해, 누군가는 애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누군가는 자랑하기 위해, 저마다 각기다른 목적으로 공부를 했다. 모두들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9등급제는 상대평가 였기 때문에 성적이 별로 오르지는 않았다. 단, 안하면 떨어졌다. 학생들은 죽을 맛이었지만, 학교와 학부모는 갑자기 공부를열심히 하는 자녀들을 보며 만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이 기기는 한국에서 대대적인 히트를 쳤다.

그러나어느순간사과사에컴플레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불만을 제기한 고객들은 예상외로 학부모들이었다.

“우리애는과학고라 성적이안나오는데, 6점대의 숫자를 머리에 올리고 가면 사람들이 무시합니다! 일반고와 특목고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면 안되잖아요!”

“저희학교는 학생수가100명이채안되어서 등급맞기가어렵습니다!”

그때한국의사정을보다잘알고있던국내기업 삼성에서 신제품을 출시했다.

“저희제품은단순성적은물론학교종류와 학생수또표준편차까지 동시에제공합니다!”

과학고학생의학부모들이 제일먼저열광했다. 외국어고나 자율형 사립고에게도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오, 00과학고! 공부 잘하나 보구나!”

“외고에서 3점대면정말잘하는거지!”

물론이기기는특목고와 자사고에 한해서만 프로그래밍되어 다른비평준화 일반고등에피해를주지않았다. 그 부분이더욱더학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여주었다. 그러나 얼마안가 다시 학부모들은 컴플레인을 걸어왔다.

“제아들은한국사를 잘하는데전체평균으로만 숫자가나오니불공평해요!”

“저희딸도생명과학을 잘한다고요!”

그리고이러한요구는RG 사의신제품출시로이어졌다.

“저희는학교종류, 평균등급, 표준편차, 학교 학생 수외에 가장 잘하는 두 과목의 등급을 추가로 제공합니다!”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하늘을찔렀다.

“우리애는영어가지금까지 다1등급이야!”

“내딸은수학과학이1점대라고!”

부모들입장에선 평가할수단이하나더생긴거겠지만 학생들입장에선 더힘들었다.

“이제평균등급도등급인데 주력과목까지 있어야돼?”

“말도안돼. 난 엄마가한과목이라도 1등급맞으래. 아니면 집에서 내쫓겠다고..”

신경써야할게많았다.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 무엇 때문에?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제끝이라고 생각한학생들에 최악의신제품이 나타났다.

“저희사과사의제품은어떠한성적도머리위에띄우지않습니다. 다만 학생들이 갈 수 있는 대학명을 띄웁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께도 드론을 준비하였습니다. 이 드론에는 1점에서 100점까지의 점수가 표시됩니다. 점수 책정의 기준은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더이상성적이머리위에뜨지않으니좋은일일까? 물론,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갈 수 있는 대학이름이 머리 위에 적나라하게 있으니 더욱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내가이대학밖에 못간다니..”

“아영아, 넌 성귱관대학이네.. 부럽다 ㅠ”

부모들은 자녀들을 더욱더갈구었다. 실제로 갈 수 있는 대학 이름이 나오니 재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야, 이아영. 너 그것밖에 안 돼? 성귱관대라니!! 너 샤울대 간다며! 샤울대 간다며! 진짜 고리대학교나 연시대학교도 아니고, 너 일류대학 못가면..”

이런말도안되는경우도있었고...

“야! 넌 왜대학이름이 안나와! 너 진짜공부안할래?!”

그렇다.

“지난실패를바탕으로 저희사과사는더열심히한국을연구했습니다. 그 결과한국은인서울지거국(지역거점국립대학) 아니면 대학 취급을 안하기 때문에 이외의 대학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제외했습니다!”

상황이이렇다보니 사실머리위에무언가적혀있기만해도나름범생이취급을받을수있었다. 재미있는 건, 대학에서도 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험번호 1542번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아, 머리 위 대학이 경회대네요. 그런데 왜 저희 한쿡외국어대에 지원하셨죠?”

“왜샤울대를 가실분이저희고리대를 지원하셨을까? 탈락입니다.”

“오, 머리 위 대학이 저희 셔강대네요! 합격입니다!”

정말머리위의글자가자신이갈대학이된것이다. 어차피 성적과 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도 복잡한 면접보다도 이것이 편했다.

반면부모들에게도 붙은1에서100점까지의 수치는미스터리였다. 규칙이 있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갈수록 점수가 높았다.

“아무래도 이건좋은부모점수인것같아. 그러니까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갈수록 점수가 높지.”

“아영엄마는좋겠어!! 아영이도 성귱관대지, 그니까 점수도 93점이잖아!”

“난아직80점대인데 말야.”

“아니에요. 이게 다 아영이 덕이죠.”

80점이상의부모는드물었다. 보통은 60에서 70점대였고, 90점 이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영엄마는요즘하루하루가 행복했다. 아영이의 대학이 샤울대로 바뀐 것이다!

“어머, 아영엄마! 아영이 샤울대 가니까, 자기도 97점으로 바뀌었잖아! 대박이다, 너무 존경해.”

“그니까, 나도 비결 좀 알려줘. 우리 호현이는 아직도 지거국에 머문다니까”

세상을다가진것같았다. 그녀는 존경받는 무려 97점 짜리 엄마였다!

그리고4달쯤지났을까.. 사과 사에서 부모들 위 수의 정체를 전세계에 생중계로 공개했다.

“부모분들 위의숫자의기준은... 자녀들의 스트레스 정도입니다. 50점 이하면 정상이고, 60점 부터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70점부터는 자녀분들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80점 부터는 자녀가 자살할 위험이 높은 것입니다. 자녀분들은 정말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90점부터는...”

아영엄마는 TV를보며풀린눈으로내뱉었다..

“90점이상은.. 어쩌면 지금 살아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녀는TV화면에비친자신머리위숫자를보았다.

100점.

<4달전>

“이제더이상한국을망치면안됩니다!”

중국대표의발언이었다.

“이제다시되돌리겠습니다..”

사과사의대표가말했다. 그는 부모들에게 숫자를 부여할 거라는 설명을 했다.

“잠깐만요.”

프랑스대표가말했다.

“한국부모들은 쉽게바뀌지않을겁니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숫자의 기준을 공개합시다. 4달이면 될 듯 합니다. 그렇게 되면 90점 이상의 사람들은 모두 자살했을 테니 더욱 경각심을 느낄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