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택시는 기사와 승객 모두에게 좋은 점만 있는듯 보였다. 기사의 입장에서는 랜덤승객의 폭행,폭언과 갑질의 피해를 더이상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승객 또한 작게는 승차거부라던가 바가지요금, 나아가 그들을 타겟으로 하는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시행초기 몇몇 시민단체의 안전이나 윤리성에 관한 문제제기도 무인택시의 인기속에 자연스레 파묻혀졌다.
무인택시는 예상보다 더 큰 인기를 얻었다. 음주승객은 더 이상 기사들을 경계하면서 차에 오를 필요가 없었다. 친구를 먼저 택시에 태워 보내면서 번호판을 적는다거나 사진찍는것도 추억의 일이 되었다.
무인택시를 이용하기전 해야할 일은 음성이나 텍스트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출발버튼을 누르는것 뿐이었다. 무인택시는 승객이 출발버튼을 누르는 순간 도로위의 교통사정과 목적지까지의 신호등 갯수, 그 타이밍까지 똑똑하게 계산해서 최단거리를 계산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운행했다.
전성기를 누리는가 싶었던 무인택시에 제동이 걸렸다. 택시의 연이은 사고소식이 4대 주요 일간지의 전면을 장식했기 때문이었다.
' 짧았던 무인택시의 전성기' ' 과연 기계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 ' 무인택시의 몰락'
언론의 행보는 때를 오래 기다렸다가 달려드는 노련하고 배고픈 맹수와도 같았다. 그들은 기계가 아무리 스마트해진다해도 온전히 사람의 안전과 목숨을 책임지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펼쳤다. 조수석에 한명의 보조인원이 타서 기계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비용문제로 쉽게 묵살되었다.
무인택시의 사고는 시민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실질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인택시를 이용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관심은 '왜' '어떻게' 사고가 일어났느냐에 집중되었다. 뉴스에서는 사고의 주요 원인은 '자동화 시스템의 오류' '메인보드의 부식'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연이은 사고에도 무인택시의 인기는 여전했다. 사실상 인명의 피해는 없었거니와, 대부분의 택시가 무인으로 바뀐상황에서 어쩔수 없는 선택의 결과이기도 했다.
그날 보연은 직장상사인 창민과 함께 택시에 탑승했다. 3차까지 진행됐던 회식으로 인해 거나하게 취한 그 둘은 뒷좌석에 반쯤 드러 누웠다. 보연은 창민의 두껍고 근육진 팔이 자신의 치마속으로 들어오기전까지 잠들기 직전의 상태였다. 그녀는 힘을 다해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택시 보드판에는 '긴급' '경찰서' 라는 텍스트가 떠올랐고 택시는 곧장 가까운 경찰서로 향했다. 무인택시의 이런 행보는 사람들의 신뢰를 다시 얻기에 충분했고, 그간의 소소한 사건들은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지는듯 보였다.
그러던 중,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탑승객 두명을 태우고 목적지로 향하던 무인택시가 사고를 내서 남자승객 한명이 사망한 사건이 그것이었다. 이 사건은 국민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과거에도 몇몇 사건이 있었지만 승객이 사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언론은 무인택시의 이번사고를 '기계의 불완전함' 을 주요 원인으로 들며 부정적 보도를 쏟아냈다. 사람들도 무인택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무인택시에 대한 찬반여론이 쟁쟁하게 오고갈 즈음에 경찰은 사고택시의 블랙박스를 공개했다.
[ 석현은 한 여성을 부축해서 택시 뒷죄석에 오른다. 여성은 긴 생머리로 얼굴을 가린채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석현은 그녀의 머리칼을 가볍게 뒤로 넘기고 입을 맞춘다. 그녀의 얉은 신음 소리가 들린다. 석현은 그녀를 반쯤 눕히고 그녀의 치마를 들춘다. 택시 내부의 음성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해달라는 메세지가 끊임없이 나온다. 석현은 기계판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지른다.
소란한 소리에 반쯤 정신을 차린 여성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잠시 생각하는듯 하다가 이내 소리를 지른다. 석현은 그녀의 입을 왼손바닥으로 누른다. 그녀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격렬하게 대응한다.
석현은 바람막이 주머니속에 들어있던 등산용 칼을 꺼내서 그녀의 목을 지그시 누른다. 여성은 흐느끼며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석현은 한손에는 칼을 한손은 그녀의 속옷을 내리며 미소를 짓는다.
택시 내부의 기계판에 ' 긴급' 이라는 빨간색의 텍스트가 점등한다. 이후 '경찰서'라는 텍스트로 바뀌지만 이미 택시는 고속도로에 진입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여성의 울부짖음이 이어지고 있던 순간,
일정속도로 정주행하고 있던 택시는 가속을 하기 시작하다,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서 가드레일과 있는 힘껏 충돌한다. 석현의 몸은 가볍게 떠올라 앞유리 밖으로 튕겨나가고 그는 그자리에서 사망한다. 택시는 비로소 안정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