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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003275
    작성자 : 익명amRqa
    추천 : 2
    조회수 : 188
    IP : amRqa (변조아이피)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4/02/16 03:02:40
    http://todayhumor.com/?gomin_1003275 모바일
    말더듬이 이야기.. (스압주의)
    안녕하세요 올해로 20살이 된 남자 취업준비생입니다.
     
    오유에는 처음 글을 쓰는 거라서 많이 어색하네요 ㅎㅎ
     
    글이 많이 길어서 읽기에 부담 되실수도 있을 것 같아요 ㅠ
     
     
     
    저는 후천적 말더듬이 입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말을 더듬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6살 때 천둥소리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말을 더듬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말더듬을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도 별 말씀을 하지 않으셨고
     
    친구들도 제가 말을 더듬는 것을 신경쓰지 않았으니까요.
     
    그냥 '아 내가 남들보다 좀 말하는 게 힘들구나..' 이렇게만 생각했었지.
     
    이게 제 발목을 잡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비극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터 였습니다.
     
    학기 초에 흔히 있는 자기 소개 시간이 되었는데
     
    전 그냥 평소대로 자신감 있게 말을 더듬으며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반 아이들 모두 저를 비웃었고
     
    심지어 선생님마저도 깔깔거리며 웃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때부터 5학년 말까지 저한테 붙은 별명은 '더듬이' 였습니다.
     
    말을 더듬으니까 제가 만만하게 보였나 봅니다.
     
    폭력은 예삿일이고 돈 뜯는거부터 시작해서 인신공격까지..
     
    그땐 정말 학교 가는 것이 지옥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서서히 자신감 있던 성격도 내성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중학교 시절은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때를 제외하곤 말이죠.
     
    중학교 2학년 때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재림이었습니다.
     
    단지 폭력은 줄어들고 따돌림이 조금 더 심해지는 정도..??
     
    아이러니한것은 이런 상황에서 학급 회장 자리에도 올랐다는 것입니다 (..)
     
    이때 겪었던 고통은 초등학교 5학년 때보다 더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그나마 절 인정해주던 친구들 몇 명 정도는 있었는데
     
    중학교 2학년 때는 정말 벼랑에 내몰린 심정이었습니다.
     
    아는 친구들은 한 명도 없고, 모든 친구들은 나를 따돌리고..
     
    그야말로 숨막히는 1년이었습니다.
     
    다행히 중학교 1학년 때와 3학년 때는 좋았던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과장 보태서 잠이 들때마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을까? 하고 학교 가기를 기대했던 정도?
     
    그렇게 중학교 생활도 끝났습니다.
     
     
     
    저는 공부에 큰 흥미가 없었습니다.
     
    머리가 안 좋은건 아니었는데, 의욕이 없다고 해야 하나.
     
    공부를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닌,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의무감으로 해왔습니다.
     
    때문에 인문계 고등학고에 진학하면 분명히 뒤처지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렵사리 고심끝에 특성화고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친구들과 선생님은 너 제정신이냐고 막았지만
     
    기어이 전 특성화고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진들만 모이는 곳이 아닌지, 공부하기 힘든 곳은 아닌지 고민했지만
     
    개학 첫 날 그런 고민은 싹 사라졌습니다.
     
    친구들도 다들 괜찮아 보였고
     
    그렇게 잘 흘러가나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네 바로 저 자신의 문제였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를 시작으로 발생한 제 마음속의 어둠은
     
    점점 그 크기를 부풀리더니 기어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존재를 드러냈습니다.
     
    처음에 나타난 증상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마주하면 몸이 뻣뻣하게 굳기 시작했고
     
    머릿속은 혼미해지고 몸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왜냐고요? 말을 더듬을까봐 긴장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말을 더듬으면 얘네는 분명히 나를 비웃고 조롱하겠지.'
     
    이런 선입견이 생겨서 친구들과의 대화를 스스로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학기 중반이 지나자 닥쳐온 증상은 외로움이었습니다.
     
    친구들도 어느 정도 학교에 적응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저만 혼자 쥐 죽은듯이 고요하게 있는 것입니다.
     
    어느 하나 말 걸어주는 사람도 없이 처량하게 앉아있자니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다시금 절 잡아먹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쟤네들과 어울리지 못할거야.'
     
    '나도 저렇게 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큰 결심 끝에 친구들과 대화를 시도하고자 하면
     
    다시금 두려움이 용솟음쳤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은 사실 저 패턴의 무한 반복이었습니다.
     
    친구들도 부정적인 기운을 저에게서 느꼈던 건지
     
    저를 피하는 것 같기도 했고
     
    저는 이로 인해 더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어느덧 20살, 사회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너무 두렵고 외롭기만 합니다.
     
    친구들 페이스북에 들어가보면 항상 긍정적인 사진, 밝고 활기찬 사진으로 넘쳐나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옵니다.
     
    말더듬만 아니었더라도 나도 저 자리에 있을 수도 있었을텐데..
     
    나는 무슨 죄를 저질렀길래 이런 벌을 받아야 하나..
     
    답답합니다.
     
    현재 취업도 말더듬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말더듬'이라는게 면접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ㅠㅠ
     
    아무리 면접 내용이 좋고 알차도
     
    말을 더듬는 것 하나 때문에 면접에서 탈락하는 게 일상입니다.
     
    부모님께 너무나도 죄송스럽습니다.
     
    대학에 가지 않았으면 그만큼 괜찮은 기업에 들어가서 집을 받치는 든든한 가장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속상합니다.
     
    앞으로 군대도 가야 하고
     
    살아야 할 날들도 많은데 후.. 걱정입니다.
     
    어디다가 이야기를 풀 데가 없어서 이곳에 이야기를 올립니다.
     
    처음 글을 쓰는거라 많이 횡설수설했네요..ㅋ
     
     
     
    P.S. 요즘에는 병원에서 말더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말더듬은 완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네요 ㅠㅠ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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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16 03:03:26  220.78.***.230  LesPauL  9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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