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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002018
    작성자 : 익명YmFhY
    추천 : 13
    조회수 : 366
    IP : YmFhY (변조아이피)
    댓글 : 76개
    등록시간 : 2014/02/14 23:06:29
    http://todayhumor.com/?gomin_1002018 모바일
    공부 잘하는 사람이 되고싶어서 공부를 했다
    난 초등학교까지 학원 한번 다녀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마인드였고
    언니나 동생은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해서 다녔었지만
    난 공부할 이유를 크게 못느껴서 열심히 놀았던 것 같다
     
    중학교 올라가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근데 같이 놀던 친구가 반에서 3등을 했다
    그 때 부터 난 공부를 했었던 것 같다
    부럽기도 하고 나도 닮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했다
    그 이후로 나는 반에서 5등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갔다
    처음으로 친구들과 떨어져서 홀로 진학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왕따를 당했다
    자존심이 강해서인지 모욕을 당해서인지 몰라도
    그 때 판단으로는
    더이상 이 학교에서는 공부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퇴를 했다
     
    남들 학교에서 수업듣거나
    야자 재끼고 시내나가서 놀 때
    나는 내 또래아이들에게 뒤쳐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정말 공부만 했다
    그렇게 3년 내내 집, 도서관, 독서실을 오가며 혼자 공부를 했다
    너무나 외로웠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의향이 있냐고 묻는다면
    절대 안가겠다고 할 만큼
    몸과 마음 둘 다 힘들었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 수능성적은 나오질 않았고
    나는 국립대에서도 괜찮은 과에 진학했다
    원서철이 되면 누구나 그렇듯
    자기 점수에 맞춰서 과를 쓴다
    나도 그러했다
    집에서도 친척들도 너혼자 이만큼 했음 열심히 한거다 이제 학교 잘 다녀보렴
    이라는 말을 조언해주었지만
    원하던 대학이 아니여서 나는 그게 힘들었다
    어리석지만
    공부 잘 하는 사람, 좋은 대학에 간 사람이 되고 싶었다
    뭐가 되고싶다는 생각도 없이
    남들에게 존경어린 시선을 받고싶었던 것이다
     
    그 길로 나는 휴학을 하고, 반년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난 뒤
    재수학원에 들어갔다
    내 모든걸 내려놓고 공부만 했다
    친구들도 안만나고, 핸드폰도 없애고, 주말에도 자습을 나왔다
    그 때 내가 학원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대단하다, 넌 성공한다, 공부에 미쳤다
    라는 말이였다
    그 페이스는 수능 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수능당일
    나는 수능을 망쳤다
    2년전 수능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
    사회탐구 시험이 끝이나고 종이 울리는데
    눈물이 났다
    아직 교실 안이었는데, 창피한거고 뭐고 상관없이 엉엉 소리내서 울었다
    1년간 고생한 걸, 어렵게 찾아온 삼수의 기회를 이딴식으로 날려버리다니
    내가 증오스러웠다 내가 정말 너무나도 싫었다
     
    그리고 나는
    약 보름후에
    동기들은 3학년으로 다니고 있을 그 학교에
    1학년으로 복학을 한다
    공부를 잘 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싶은 꿈은 비록 날라갔지만..
    이걸 이어 나갈것인지
    다른길로 우회할 것인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이번 1학기를 내가 그동안 느껴왔던 것을 토대로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간으로 쓰고싶다
     
    지난 일년 육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열심히 달려와준 나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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